국물 한 숟갈에 시간이 눅아든 닭곰탕

무교동에서 만난 닭곰탕, 담백함이라는 확신

by 까칠한 한량

어떤 음식은 혀보다 먼저 기억을 건드린다.
오늘 무교동에서 만난 닭곰탕이 그랬다.

국물은 요즘 유행하는 진함이나 과시가 없다.



그저 오래전, 집에서 큰 냄비에 토종닭 한 마리 넣고
묵묵히 끓이던 그 시간의 온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첫 숟갈을 뜨자


“아, 이건 옛 닭곰탕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잡내 없이 맑고, 부담 없이 깊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맛이다.


함께 나온 녹두전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겉은 바삭하게, 속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녹두만 가득한 전이 아니라
양파와 숙주가 알맞게 섞여 있어 씹을수록 질리지 않는다.

기름에 눌린 전이 아니라
손이 가볍게 다음 한 점으로 가게 만드는 전이다.



그리고 닭무침.
이 집의 방향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메뉴였다.


식초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새콤함 대신 담백함이 남는다.

자극 없이 먹다 보니
다이어트식이라는 말보다
제대로 만든 건강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혼자 닭곰탕에 녹두전에 닭무침까지...괜히 몸에 미안하지 않은 맛이다.

무교동 닭곰탕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하다.
이 집은 닭을 어떻게 끓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요즘처럼 자극이 넘치는 음식 사이에서
이런 한 그릇은 오히려 유일무이한 맛이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는다.

국물을 다 비우고 나서야 알았다.
오늘은 배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다는 걸.



닭곰탕....간단하고 흔히 보는 메뉴지만 이젠 기준이 명확해졌다...


고급스럽고 잘 준비한 닭곰탕을 먹고 싶은 날은 서대문의 평양옥..

집에서 오래 끊인 맛...장터의 오래된 맛이 생각나는 날은

여기 무교동 닭곰탕이 원픽이 될것 같다..


무교동 닭곰탕 서울 중구 다동길 21


#무교동닭곰탕 #닭곰탕맛집 #녹두전 #담백한맛 #건강한한끼 #노포의미덕
#국물의위로 #까칠한한량

월, 목, 일 연재
이전 04화눈 내리는 날, 끓어오르는 조연의 서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