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향보다 정교한 조화에 마음이 기우는 미식의 안착
어딜 가든 누구에게나 나만의 기준이 되는 기준점 같은 식당이 존재한다.
내게 들기름 메밀소바의 절대적인 지표는 늘 강남의 이었다.뱅뱅막국수였다
그 완벽한 밸런스를 잊지 못해 고즈넉한 정취의 경복궁 인근 유명한 집 두 곳을 기웃거리고,
멀리 춘천과 용인까지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들기음 막국수 성지라 불리는 곳들에서도 늘 묘한 갈증은 남았다.
특히 춘천의 들기름 소바는 확실히 강렬했다.
갓 짜낸 듯한 들기름 향이 코끝을 압도하는데, 내 입맛엔 그게 조금 과했다. 기름 향이 너무 세다 보니 메밀면 특유의 구수함이나 소스의 은은한 감칠맛이 설 자리를 잃은 느낌이었다. 주연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향의 압도가 반드시 맛의 우위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춘천의 들판에서 깨달았다.
결국 내가 가장 자주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신촌 소바 연구소'다.
일단 짐에서 멀지않다.. 집애서의 위치도 맛에 0.15% 정도 플러스 요소다.
이곳의 소바는 조화가 일단 무엇보다 안정적이다.
들기름과 소스, 그리고 면이 서로를 배려하듯 어우러진다.
고소함이 입안을 스치면 짭조름한 소스가 중심을 잡고, 마지막엔 메밀의 담백함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뱅뱅까지 가기엔 부담스러운 날, 집 근처에서 이런 수준 높은 균형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된다.
이곳에서는 들기름 소바뿐만 아니라 판메밀과 들깨 옹심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차가운 장국에 면을 적셔 먹는 판메밀의 시원함으로 입맛을 돋우고,
들기름 소바의 고소함에 젖어들다가, 마지막에 뜨끈하고 쫄깃한 들깨 옹심이로 속을 달래고 나면
비로소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갈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메뉴판으로 들이민다...안 먹어볼수가 없다..
이렇게 노력하고 연구하는 연구소... 좋다...
내 취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공간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잡한 일상은 조금 더 다정해진다.
나의 들기름 방랑기는 이곳에서 기분 좋게 쉼표를 찍는다.
또 들기름 막국수 잘하는데 없나?
신촌 소바 연구소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50-9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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