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년..울 수 있는 용기

참는 대신, 그냥 울기로 했다

by 까칠한 한량

예전엔 울지 않았다.
울면 약해 보인다고 배웠고,
남자는 참고 버티는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울음은 늘 목까지 올라왔다가, 끝내 도로 삼켜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이 싸움으로 번졌다.
주먹질 몇 번, 그리고 침묵.
결국 친구들이 말려서 싸움은 끝났지만,
나는 두어 대 쳤나? 거의 맞기만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 복싱을 배우던 녀석이었다.
그날 얼굴은 퉁퉁 부었는데도, 울지 않았다.

‘남자가 그깟 일로 울면 안 된다’는
이상한 자존심이 목을 꽉 조였다.


습관이 됐다.
서러워도, 억울해도, 그냥 삼켰다.
눈물은 언제나 목 끝에서 멈췄고,
그게 강한 거라 착각하며 살았다.


Whisk_5cd97cc1c9f8268b3a040de6ae7b6edbdr.jpeg


그러다 나이가 들었다.
남성호르몬이 빠진 건지,
병을 겪으며 마음이 약해진 건지 모르겠다.
예전엔 웬만한 일엔 눈물 한 방울 비치지 않던 내가,
요즘은 이상할 만큼 쉽게 눈물을 쏙 빼고 울어댄다....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TV에서 우연히 본 노래 경연 프로그램.
한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내 안쪽 깊은 데를 툭 건드렸다.
별일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묻어둔 서러움,
한번쯤은 꺼내야 했던 마음이 그 노래를 핑계 삼아 터져나온 것뿐이었다.


Whisk_7f0f9ce2622a654a75c4ab3f0bc8f909dr.jpeg


그날 이후, 이상하리만큼 눈물이 많아졌다.
드라마보다가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 한 소절에도,
괜히 목이 메인다.


이제는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눈물이 좀 나면 어떤가.
예전엔 감추느라 애썼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노래 한 소절에 괜히 코끝이 찡해질 수도 있다.
그런 나를 거울 속에서 보면,
이상하게도 웃음이 난다.


Whisk_66459fac988eff1a9ed4df757ad73f21dr.jpeg


“야, 아직 나 감정 살아 있네.”
스스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괜히 눈가를 문지른다.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마음이 아직도 움직이고,
세상에 흔들릴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

이제는 그게 좀, 멋지다.


Whisk_ff4efa692822d7d9dfc4ee178601a1efdr.jpeg



한량의 한마디


“울 줄 안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참느라 굳었던 마음이,
이제야 사람 냄새를 낸다.”

이전 05화4. 50대의 쉼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