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감정편 외로움은 병이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따뜻한 숨이 있다

by 까칠한 한량

이혼 후 한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누군가와 마음이 닿을까 싶어도,
이혼했다는 말을 꺼내는 게 괜히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지냈다.
그게 덜 피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 덜 피곤한 선택이 결국
더 외로운 길이었었다.


지금 돌아보면,
외로움의 원인은 단순히 혼자 있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자초한 고립이 외로움을 만들었고
누군가에게 위로나 위안을 받지 못해서 생긴 마음의 결핍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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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그 위로가 사람에게서만 와야 할까?
나는 요즘 그걸 자주 생각한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음식 한 그릇이,
아침의 커피 한 잔이,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때도 있다.



물론, 지금은 다행히
내게 따뜻한 위안과 애정을 주는 좋은 사람이 있다.
그 덕에 하루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온기만큼
내 일상이 주는 위로도 참 고맙다.
혼자 식당을 가고,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도
이제는 괜찮다는 감정이 조금씩 자라난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속이 비어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외로움이 병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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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안다.
외로움은 누군가의 부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의 결과라는 걸.

몇 년 전엔 한 해 동안 영화를 180편 넘게 봤다.
그땐 그게 제일 좋은 내 일상의 후식이었다.
하루의 허무를 달래는, 조용한 디저트 같은 시간.
덕분에 영화 어플에서는 VVIP가 되었고,
사은품으로 받은 티켓 몇 장 덕에
공짜로 영화를 보던 날들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 혼자였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들이 꽤 좋았다.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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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걸.
누군가 빠져나간 자리에서
생기는 여유도 분명히 있다.
그 여유를 어떻게 쓰느냐가
지금의 나를 만든다.



나는 술을 꽤 좋아했다.
이혼 후에도 술자리는 이어갔지만,
혼술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또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나의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지금도이혼한 사람들이나

고민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때면 혼술은 절대 피하라고 이야기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혼자 마시는 술은 사람을 망치기 딱 좋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세 잔 되면
감성은 사라지고 청승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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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술잔 대신 커피잔을 들고,
혼자 있는 시간을 천천히 음미한다.
때로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괜히 발라드 곡 하나 흥얼거리며,
그래, 그래도 아직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랜다.



나는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그 외로움에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도망치지는 않는다.
이제는 그 외로움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한량의 한마디


“사람을 놓고 나면, 마음이 돌아온다.
외로움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채워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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