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편 – 몸이 다시 말을 걸어올 때

중년, 뜨겁다는 건, 세게 타는 게 아니라 오래 남는 거다.

by 까칠한 한량

병을 이기고 나서 한동안,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감각이 둔했다.

웃어도 수술부위의 미세한 통증으로 웃음이 어색했고,
밥맛도 음악도 사람의 온기도
모두 멀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오랜만에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 정도였다.
몇 분 걷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심장이 조금씩 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바람이 얼굴에 닿고,
몸이 열을 내기 시작하자
가슴 한쪽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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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 몸이 다시
“이제 괜찮은 건가?”


그 순간 늘 옆에 있던 그녀가 떠올랐다.
그때의 그 사람은
내 온전치 못함을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괜히 위로하지도, 조급하게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내 옆에 있었다.
그 침묵이 참 고마웠다.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 기다림에 답해야겠다는 생각.

그날 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손을 천천히 감싸쥐었다.
그 따뜻한 손끝에서,
나는 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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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몸이 조금씩 달라졌다.
조깅을 하고나면 아침이 다르게 느껴졌다.
눈을 뜨면 몸이 먼저 일어나 있었고,
밥맛이 돌아왔으며,
샤워를 하다 보면 거울 속 얼굴이 덜 피곤해 보였다.


한참을 잊고 지냈던 리듬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예전엔 몸을 움직이면 불안이 먼저 앞섰는데,
요즘은 오히려 괜찮다는 감각이 몸에서 올라왔다.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그녀와 웃으며 얘기하는 순간마다
내 안의 시계가 다시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나이엔 발기 안되는 왕년의 변강쇠보다
지금도 꾸준한 토끼가 낫지 않나?


그래서 난 예전처럼 뜨거운 불꽃은 아니지만,
천천히 온기가 스며드는 장작처럼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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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온도다.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솔직하게 살기로 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움직일 땐 주저하지 않는다.
그게 이 나이에 배운 사랑의 방식이다.



한량의 한마디


“몸이 말을 걸 땐 그냥 들어라.
괜찮다고, 아직 멀쩡하다고,

그게 인생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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