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지금은 보물찾기 중

by 김수니

반가운 이동도서관.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40분이면 아파트 주차장에 반가운 이동도서관 차가 온다. 약속된 시간에 도착해서 약 40분 정도 정차하며 책 대출을 해주는 이동도서관은 소형버스를 개조해 만들어졌다. 익숙한 클래식 연주 소리와 함께 이동도서관이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오면 아이들은 신난 강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이동도서관으로 향한다. 이동도서관 사서 선생님은 로봇을 조립하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날개 문을 들어 올려 고정한다. 준비를 마친 선생님이 차 문을 열어주시면 보물찾기 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들어선다. 양옆으로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 그림책, 학습만화, 인기 도서 할 것 없이 가득 차 있는 책들을 보면 든든한 마음이 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책을 고르는 아이들 표정이 진지하고 신중해서 귀여웠다. 요즘은 워낙 지역마다 규모 있는 도서관도 많고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도서관이 세워져 있지만 직접 책을 싣고 집 앞까지 찾아와 주는 이동도서관은 색다른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마치 기다리고 있던 택배를 집 앞에서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동도서관을 제주에서 만날 줄이야.’ 아이들을 보며 나는 과거 여행을 떠난다. 처음 이동도서관을 알게 된 것은 35여 년 전 내가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이다. 책을 가득 실은 이동도서관 차는 우리 동네 동사무소에 일주일에 한 번, 약속된 시간에 찾아왔다. 지금보다 모든 것이 느리고 심심하던 시절. 이동도서관은 나에게 보물섬이었다.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 엄마는 매주 빠짐없이 스무 권가량의 책을 양손 가득 들고 와 오빠와 내게 보여주곤 했다. 그럼 나도 내 아이들처럼 강아지가 되어 겅중겅중 뛰었다. 그때는 몰랐다. 매주 어김없이 우리를 위해 책을 고르고 무겁게 들고 오던 엄마의 수고가 얼마나 세심한 사랑이었는지를. 엄마가 되어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보면 늘 반가움과 설렘이 드는 이유, 그건 엄마의 사랑이 거기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내가 생각지 못한 곳곳에 엄마의 사랑, 아빠의 사랑이 숨겨져 있었다니!’ 지금까지 지나온 내 모든 시간이 보물섬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과거의 나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질 때가 많다. 과거의 어린 나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나를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자주 반복된다. 몰랐던 것들과 마주하고, 이해하고 절충하다 보면 나라는 그릇은 더 넓고 깊어진다. 내 아이들도 언젠가 자신만의 배를 타고 보물섬에 건너가 일상 곳곳 숨겨둔 보물을 발견하면 좋겠다.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보물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나는 오늘도 조금씩 자라 간다.

내 보물섬에서, 나는 여전히 보물찾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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