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어학원

by 샤봉

영어학원을 다닌다.

마흔이 넘어서야, 오래 미뤄두었던 일들이 자꾸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영어였다. 애 셋을 키우는 엄마가 학원을 다닌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학원에 가려면 남편의 칼퇴를 기다려야 하고, 그전까지는 아이들 저녁 챙기고 막둥이 목욕까지 시켜 놓아야 한다. 내가 집 밖에 있는 동안 누구의 손이 가지 않도록 미리 모든 것을 세팅해 둔다. 공부에도 ‘때’라는 게 있다면, 딸린 식구가 없는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쓰던 그 시간들이었나 보다.


사실 나는 영어에 들인 시간만큼 실력이 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원어민 어학원을 다닌 이후로, 내신 영어부터 수능, 토익, 토플까지 유명하다는 학원은 거의 빠짐없이 다녔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했다. 돌이켜보면 억지로 떠밀려하던 마음, 그 마음이 가장 큰 방해꾼이었다. 남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원래 불편함을 견디는 과정인데, 그때의 나는 불편함 없이 얻어지길 바랐다. 그 순간 필요한 만큼만 배우고, 그때그때 끝냈다. 요행을 바라고 흘려보낸 시간들. 남은 건 여전히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였다.


그 빈껍데기를 가장 뼈저리게 마주한 순간은 아이 영어학원의 원어민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하던 때였다. “아이가 집에 없어요.” 이 한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머뭇거리던 나. 말이 막혀 어버버 하던 그 순간, 엄마도 영어를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그때 결심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보자고. 정말로, 마지막 영어학원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펼쳤다. 중년이 되고 나니 기억력은 더 떨어지고, 한 번 볼 것을 두세 번은 반복해야 한다. 학구열이란 게 이런 거라면 고3을 조금 더 행복하게 보냈을까(?) “나중에 할게.”“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한 약속이었던가.


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를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젊은 날 나의 시간을 더 소중히 생각했더라면. 그럼에도, 뒤늦게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쓰겠다고 결심한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다. 그 사실을 위안 삼아, 오늘도 학원으로 향한다. 사십 대의 나는 더 이상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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