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치매 생태계 세미나> 5회 차 후기
치매생태계 세미나 5회 차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이지은 교수님과 함께 했다. 다른 세미나와 다르게 문화인류학적, 철학적 시간으로 돌봄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이지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부교수
생태계는 종간의 협력과 네트워크를 의미하는데 그 안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면도 있다. 그 안에서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무엇이 생성되고 변화하는가를 보게 한다. 치매생태계에는 제도,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순환하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고 그 관계의 양상을 어떻게 북돋을 수 있는가도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셨다.
도나 해러웨이의 실뜨기 메타포
실뜨기는 타인의 응답을 기다리고 함께 만들어가야 하며 응답이 없으면 이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는 돌봄에 관한 중요한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역량'의 개념으로 치매 돌봄을 이야기하기
문제의식
- 돌봄이 부담과 책임이라는 틀이 치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는 데 충분한 언어일까?
- 창의적이고 즉흥적인 돌봄의 기예들 속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삶이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고 확장되는 방식을 살피기 위한 개념으로서의 '관계적 역량'
- 돌봄을 서로의 역량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우리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현장으로부터 돌봄을 함께 사유하기
돌봄의 얼굴
김영희 등 10명 저자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 / 봄날의책 / 2024
요양보호사분들이 직접 쓴 일기를 모아 쓴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291697
교수님이 역량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건 2016-17년부터 라고 한다. 당시 치매와 관련된 정책들이치매가 주는 '부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예방, 관리, 자기 책임, 부담과 책임 등의 단어. 치매가 주는 돌봄의 어려움에 주목한다는 관점은 좋지만 이러한 단어들이 과연 치매에 대해 어떤 걸 상상하게 만드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치매가 큰 비극이고 이제 국가가 그것을 책임지겠다는 수사를 했는데 굉장히 의미가 있는 담론임에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9년 한겨레신문 기자가 요양원에 들어가 실태를 취재한 탐사보도를 발표했는데 기사 내용은 물론 기사에 달린 댓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존엄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치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알라나 샤이크 : 알츠하이머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Alanna Shaikh: 알라나 샤이크 : 알츠하이머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 TED Talk
세계 보건 전문가인 알라나 샤이는 TED강연에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를 보며 자신도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강의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1. 근력운동을 한다.
2. 손으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다.
3. 주위 사람에게 친절함을 키울 수 있는 자아실현
등이 있다. 돌봄 관계 안에 있는 나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나의 습관, 나의 몸, 나의 자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돌봄, 책임 혹은 부담 -> 주의, 관심
돌봄의 책임 혹은 부담에서 주의 관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나 해러웨이는 책임(responsibility)을 삶을 삶이게 하는 응답의 가능성/능력 (Response-ability)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해러웨이가 반려견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응답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치매 돌봄의 현장에서 이런 감지와 응답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나오미 페일과 글래디스 윌슨
치매 돌봄 전문가와 치매 흑인 여성 간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소개해주었다.
영상에서는 치매 돌봄 전문가와 치매 노인이 손을 잡고 볼을 쓰다듬고 흑인의 영가를 부르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미러링 즉, 하고 있는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상대방과 자신의 행동을 조율하면서 상대방의 몸짓에 맞춰가는 것.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세상에서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또한 치매가 어떤 능력을 잃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응답능력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이동해 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녀가 아직도 당신을 알아보나요?
치매인 가족을 돌보는 사람에게 자주 던져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이는 치매 당사자가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전제하에 주어지는 질문이다. 그게 아니라 치매 당사자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한 사람이 움직이면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제스처로서의 대화가 더 가능하지 않을까. 서로를 알아보는 다른 방식이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언어적 의사소통의 어려움, 기억의 소실, 상실할 미래
VS '말'을 주고받는 제스처로서의 대화, 몸에 밴 습관, 지금 여기
몸을 초대하는 돌봄
몸의 기억과 습관들을 이끌어내는 초대가 필요하다. 체현된 앎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언어로 할 수 있는 소통이 줄어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몸, 기억, 습관을 개발해야 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고 무엇을 해도 무감해 보이던 노인이 야구공을 쥐어주자 명확하게 반응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 노인은 대학에서 투수로 공을 던지던 사람이라고 한다.
돌봄을 이끌어내는, 돌봄 제공자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응답
요양보호사와의 인터뷰에서 문장을 인용해 주셨다.
- "예전에는 어디에도 안 가고 꽁꽁 나만의 세계에 있었"던 노인과 함께 외출을 하고 그전에는 하지 않던 다른 활동들을 하면서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그 사람의 재능을 발견하는 경험에서 오는 즐거움
- "손이 많이 가면 우리가 좀 더 재미있게 케어가 되지 않을까요? 어르신들에게 손길을 더 많이 뻗치면. 그렇게 더 손길을 더 많이 뻗칠 수 없는 게 좀 아쉬울 때도 있죠. 좀 더 많이 어르신들하고 대화도 하고 손길을 더 많이 뻗치면, 오히려 케어하기에 더 수월하지 않을까"
관계적 역량 확장의 실천으로서의 돌봄
역량이란
-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이 될 수 있는지의 가능성
-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성취하기 위한 기회로서의 진정한 자유
관계적 역량이란
- 관계 안에서의 상호작용적 실천을 통해 그 관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역량은 발견, 생성, 확장될 수 있음
- 돌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의 역량은 실천에 선행하는 것으로 보는 대신, 돌봄을 통한 확장의 가능성에 주목
미시적 차원에서 상호작용의 실천과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역량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의 기예들, 혹은 응답능력
돌봄에는 사람을 도덕적 시험에 들게 하고 어렵게 만드는 일이 많지만 그 돌봄의 노동 속에서도 발견되는 능력들이 있을 것이다. 질문 / 호기심 / 주의력 / 즉흥성 / 상상력 등. 돌봄이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우리의 역량을 어떻게 확산시키는지를 알아보면 어떨까?
응답가능한 돌봄을 위한 실천적 조건들
- 시간 : 관계를 살필 수 있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
- 지지 : 돌보는 사람을 고립시키지 않는, 앎을 함께 나눌 동료들
- 안정 : 안정적인 삶의 조건
- 인정 : 돌봄의 가치에 대한 이해
나는 오늘의 세미나에서 호경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 동안 초기치매 당사자인 호경과 보낸 시간. 언어로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없어 시도했던 신체, 반응, 언어, 관찰. 그리고 내가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질문, 호기심, 주의력, 상상력 등을.
토론 / 질의응답
- 응답의 경험들, 응답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들
- 일대일의 돌봄 관계를 넘어서는 주의 깊은 관심과 응답능력
Q. 돌봄의 초대장, 돌봄 현장에서 발생하는 작은 순간들에 관해
A. 일본의 채터박스 - 일대기와 정보를 포함해서 그것과 관련된 채팅을 생성하여 돌봄 받는 사람과 돌봄 하는 사람이 대화거리를 만드는 기기
네덜란드 - 털이 있는 장갑으로 잠들기 전 쓰다듬는 용도, 어릴 적의 냄새를 생활공간에 퍼지게 하는 것
PCC(Person-centered Care) 강혜정 코멘트
노년인 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 대화를 녹음을 해둬라, 인상적인 사건을 반복해서 이야기하시는 거라 나중에 돌봄을 받게 되실 때도 객관적인 정보와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과거 경험이 현재의 행동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PCC(Person-centered Care)는 사람중심케어로 그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돌봄의 방법과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식회사 이이장 대표 이혜숙 코멘트
초기 치매 어르신 열 분과 부산에서 정원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원이라는 치유적 공간 안에서 식물을 기르며 가드닝을 배우고 정원의 식물 소재로 공예적인 활동을 했다. 정원 안에서 했던 대화와 관계들에 큰 만족을 얻으셨던 것 같다.
이지은 교수 코멘트
가족인데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 그래서 이런 녹음 같은 기록이 중요한 시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례 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관련된 반복 질문을 많이 하셔서 할머니의 질문에 관련된 공부책을 만들었다는 것. 여러 방식으로 사용 가능한 기억.
치료에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있을 곳을 마련한다는 것, 정원이나 식물은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게 치매 이후의 삶을 생각하는데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겪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건 누군가 이걸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저도 함. 이런 경험이 나의 삶이 되는 과정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