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치매 생태계 세미나> 6회 차 후기
치매생태계 6회 차는 영케어러, 어린 나이에 돌봄을 맡게 된 사람들의 사례와 현황을 듣게 되었다.
- 조기현 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주돌봄자, 협력해야 할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청(소)년이 돌봄을 도맡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다행히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 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신설되어 2026년 시행된다고 한다. 법률에는 청년미래센터를 열고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복지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여러 지원이 도입되었다.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의 정의
가족돌봄 아동 청년은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 간병 및 일상생활 관리 또는 그 밖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연령으로는 34세까지다. 다만 이 법안에 대해서도 여러 쟁점이 있다.
쟁점 : 하향 연령은? 민법상 가족이 아닌 대상은? 위기아동 지원은? 시군구/읍면동 체계는? 데이터 기반 발굴에 당사자 참여는?
가족돌봄청년의 정신 건강
한국에만 유독 비슷한 개념의 호칭에 '가족'이란 단어가 붙어 있고, 이것에 문제의식이 있다고 하셨다. 가족을 책임지지 않으면 성원권을 얻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케어러'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고 하셨다.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은 당연하게도 굉장히 높았다. 일반 청년들에 비해 심리상태가 불안하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거나 몸이 아플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따져보면 굉장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가족돌봄청년 또한 직접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가족돌봄청년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망 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직접 수행하는 노동이 아니더라도 돌봄 대상자를 지켜본다는 것, 돌봄 자원을 고민하는 기획노동이라는 부분의 측면이 매우 크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도 한 명의 기획자라는 점을 최근 여러 곳에서 보게 된다.
보편적인 돌봄 서비스의 부재
전체 가족돌봄자의 돌봄제도 수급률은 42.94%였던 반면, 가족돌봄청년은 38.29%로 수급률이 낮았으며, 주돌봄청년 역시 38.1%로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돌봄 제도의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노인성 질환이나 장애보다는 암환자나 산재 피해자와 같은 돌봄 제도가 미비한 중증질환자로 인한 돌봄 필요의 비중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한다.
돌봄 대상
돌봄 대상의 70% 이상은 부모이지만 부모 외 친인척을 돌보는 비중도 20% 이상으로 나타났다. 부모 외에도 돌봄의 관계망이 개별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한 겅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 자식의 구도가 아닌 경우 겪게 될 어려움은 더 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 또한 한국에서 인지저하가 되면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사자가 고립되면 둘 다 돌봄 관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케어러를 위한 돌봄서비스
이용자 중심이 아니라 돌봄을 전담하는 청년에 맞춘 복지가 시행되는 건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시범사업 당시 이용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당사자가 돌봄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돌봄 당사자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예산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고 했다.
영케어러들이 겪는 어려움
복지현장에서 영케어러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게 아니라 동정의 말, 위로, 무시, 책임의 측면에서만 그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돌봄의 도움이 되어야 할 가족이 오히려 돌봄의 어려움을 축소하고 협력자가 아닌 적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 치매 돌봄 그 자체에 대한 어려움 : 질병에 대한 이해 부족
- 복지, 요양, 의료 등 제도적 빈 틈을 메우는 어려움
- 치매에 대한 시선이나 사회적 배제를 겪는 어려움 : "젊은데 불쌍하게"
- 진로 이행이나 미래 계획의 어려움, 일자리 안정성의 문제
- 정보의 불균형 : 어른들의 설명 부재, 어리다고 무시 "딸 같아서"
- 사회적 지지체계의 문제: 효자효녀, 기특하다, 어른스럽다는 말들
- 혼자 돌보는가? 가족 자원이 있나? 가족, 협력자인가 적인가?
초로기 치매 환자에 대한 현황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92만 명이고 65세 미만 치매환자 수는 약 8만 명이다. 특히 65세 미만 초로기 치매 환자의 지원이 부재한 경우 연쇄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초로기 치매환자의 어려움
초로기 치매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반적인 치매 환자와 조금 다를 수 있다.
- 요양난민 : 이들은 젊고 힘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주는 곳이 별로 없다.
- 고령층 중심의 주간보호센터 등 노인요양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 한창 사회참여를 해야 할 시기에 사회참여 활동이 부재한다.
초로기 치매환자 지원 강화
초로기 치매환자를 위한 지원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치료와 케어가 이후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고, 사회 전반의 치매 인식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초로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매안심센터 쉼터프로그램 개발 보급
- 초로기 치매환자들의 정보교류를 위한 사이트 개설 및 필요시 상담 지원
- 젊은 치매환자를 위한 공공근로프로그램 개발 및 경증 치매 (경도 인지장애 포함) 환자를 공공근로 우선
정동적 평등
마지막으로 정동적 평등 개념을 제시해 주셨다.
- 사랑노동, 1차적 돌봄 관계 - 대체불가능한 것, 친밀성과 신뢰에 기반함
- 돌봄노동, 2차적 돌봄 관계 - 서비스로 제공되는 돌봄, 이웃이나 동료들과 주고받는 도움
- 연대노동, 3차적 돌봄 관계 - 자신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기관, 단체, 공동체
정동적 평등의 구조에서 돌봄 제공자 - 영케어러 / 돌봄 당사자 모두에게 1차적, 2차적, 3차적 돌봄 관계가 있어야 한다. 비공식적 관계 / 공식적 관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려움을 발굴하는 공공의 도움 등이 모두 함께 필요하다.
아래는 흥미로워 기록해 둔 책 <정동적 평등>에 관한 정보이다.
정동적 평등
캐슬린 린치 저자 / 강순원 번역 / 한울아카데미 / 2016년
『정동적 평등』는 여러 유형의 돌봄 불평등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불평등은 성별 간 불평등인데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여성이 돌봄을 전담한다. 또한 경제적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불평등,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나타나는 불평등도 있다. 이런 불평등은 돌봄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 따르면 돌봄의 가치는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 돌봄은 사랑을 주고받는 호혜적인 행동이며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일부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 박은실 치매돌봄 영케어러
다음은 치매돌봄 영케어러 당사자인 박은실 님이 자신의 사례를 발표해 주셨다.
20~30대 초반
박은실 님이 어머니를 돌보며 영케어러가 된 건 20대였다. 어머니의 알코올의존증 / 우울증 / 배우자의 부재 / 정서적 학대 / 감정기복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이후 진단 과정
어머니에게 인지저하가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보였고, 이를 진단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1) 보건소 검사
인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된 것 같다고 진단했고 병원 신경과에서 자세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했다.
2) 동네 신경과
여러 신경과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우울증, 화병, 뇌종양 등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어머니가 65세 미만이어서 초로기치매로 연결시킨 사람이 없었던 듯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었다.
3) 대학병원
임상 참여, 초기 치료를 놓치고 대학병원에서 검사 결과 중증 치매로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4) 치매안심센터(시흥시)
이후 대학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게 되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1) 초로기 치매 사례의 불충분한 지원 : 치매안심센터에서 초로기 치매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2) 가족 프로그램, 자조모임, 힐링 프로그램 : 영케어러로서 사정을 토로하고 상담을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제대로 대응해 주는 곳이 없었다. 초로기 치매 돌봄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받기도 어려웠다.
5) 장기요양등급 / 장애인등록 (후천적 지적 장애)
어머니가 만 65세 이전이었고 후천적 지적 장애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공무원에게 치매는 장애인 등록이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검색을 통해 찾게 된 치매 카페에서 만난 분에게 도움을 얻어 등록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등록 과정에서 어머니의 나이가 65세가 넘으면서 도우미 지원은 못 받게 되었다.
6) 주간보호센터 - 시설
어머니의 인지능력 저하, 신체적 능력 저하가 크게 나타남에 따라 어머니를 시설로 모시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진단 및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알아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해 주었더라면, 각 시기에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복지 및 정책 등을 알려주었더라면 돌봄에 큰 도움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초기 진단과정 1년 반 정도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져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고 인지가 저하되더라도 당사자도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사자와 돌봄자 모두 매우 큰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영 케어러가 필요로 하는 지원 통계
개인시간 확보 39.5% / 자기개발 17.6% / 경제적 지원 16.7% / 심리상담 16.2% / 기타 10%
출처 : 장애인개발원
돌봄이 외롭지만, 연대 덕분에 버틴다.
- 영케어러로서 힘듦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에 수치심을 많이 느꼈다. 가족을 돌보는 일에 느끼는 스트레스와 고통이기 때문이었다.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심리상담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지자체 별로 지원정책, 분위기, 정보가 큰 편차가 있다. 인천과 같은 지자체에서는 치매 지원 정책 및 홍보가 잘 이루어지는데 반해 어떤 지역에서는 지원체계가 허술하다.
- 영케어러 입장에서는 지원 정책이 있고 모임이 있더라도 신청하고 나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게 이러한 영케어러를 발굴하는데도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통합적인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 이민아 인천광역치매센터 기획홍보팀장
치매사회에서 종사한 지 15년 된 사회복지사셨고, 초기에는 일을 하며 치매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지원과 서비스가 많이 확장된 편이라고 하셨다.
인천 영케어러 현황
<인천광역시 가족돌봄청소년 청년 실태조사> 인천시 거주, 13-34세 실태조사 결과
- 83.9% ADL 제약 있는 가족 돌봄, 단순 생활보조를 넘어 신체적 인지적 기능 손실
- 치매진단 227명 19.8%
- 심층인터뷰 결과 (주돌봄자 12명) 가족이니까 책임감으로 학업 진로 휴식을 희생한다고 말함
원하는 사회활동
친교활동 (52%) 경제 활동 (25%)
=> 치매 당사자, 돌봄자 모두 사회활동 중단, 노동 상실이라는 공통된 어려움을 호소했다.
돌봄의 주체를 서로 삶을 지탱하는 관계적 참여적 돌봄으로 변화 필요
인천광역치매센터 사례
인천광역치매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해주셨다.
1) 치매가족 자조모임
치매가족 자조모임을 오래 진행해 왔음. 책을 가지고 사례 공유 및 멘토 역할을 수행하기도 함
2) 영케어러(초로기 치매 자녀) 자조모임
3) 치매친화 영화관 - '가치함께 시네마'
초로기 치매 노인들이 직원으로 활동도 하고 치매친화 영화관에서 문화활동
4) 초로기 치매 당사자, 가족 사회참여 활동
- 희망대사, 가치함께 사진관, 가치함께 줍깅
5) 초로기 치매 당사자 참여 행사
- 야구단과 협력 사업
6) 경증 초로기 치매환자 일자리 지원방안 정책제안 토론회
7) 아동 청소년 대상 뇌건강 및 치매인식개선 교육
- 치매인 분들과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교육,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치매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한계
당사자가 사회적 주체로 서는 경험을 제공하고 돌봄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애써왔다. 지역사회는 포용적 기반을 넓혀가는 변화를 확인했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충분치 않아 한계가 존재한다.
정책의 관점 한계로는 환자 보호, 가족 지원 중심의 정책이 우선이고 영케어러와 같은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도의 재정 지원이 부족하여 당사자 참여 활동, 영케어러 지원이 미비한 측면도 있다. 여러 정책이 분절되어 있어 부처 간 연계가 부족하고 각 환자에게 맞는 적합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또 치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일본 사례
일본 41세 발병 초로기 치매당사자인 야마나카 시노부 / 일본 인지증 본인 워킹 그룹 (JDWG)의 사례를 소개해주셨다. 일본의 경우 치매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모임, 강연 등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결론
- 치매 당사자 돌봄 가족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돌봄이 가능하다.
- 현장의 사례와 경험이 정책 설계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 지원가 종사자 당사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
인천 시구행사
마지막 사례로 야구장의 시구행사에서 치매 노인이 등장하여 공을 던진 것을 소개했다. 시구를 할 치매 노인을 모집했을 때 평소 야구 관람을 좋아했던 분이 지원하여 시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치매에 관한 접촉면을 늘려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역할로 생각되었다.
남는 질문
오늘 세미나에서는 유독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에게 남은 질문을 기록해 두었다.
1. 돌봄에서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죄책감, 수치심이 많이 든다고 한다. 이것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 이 감정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 정동적 평등을 소개해주셨을 때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돌봄에 참여하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나의 경우 프로젝트로 만난 초기치매 당사자 호경님과 거의 매일 문자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다. 그것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는 않은 작은 과정이지만 이런 것도 돌봄이 될 수 있을까, 돌봄이란 개념이 우리에게 너무 크고 무섭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돌봄의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