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얼굴을 한 성매매, <레이디 크레딧>
레이디 크레딧
김주희
현실문화
432p
2020.07.27
22,000원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강남 부동산을 보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들은 얘기가 강남에서 장사를 하려면 새벽 장사와 배달이 필수인데, 그건 유흥업소, 유흥업소 이용객, 유흥업소 종사자, 그들이 이용하는 각종 샵 등 속칭 밤일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들을 놓치면 강남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성매매를 다루고 진화시켰는지를 설명합니다. 특히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의 부채가 어떻게 관리되고 변화했는지를 보면 상상치 못했던 성매매 경제의 구조와 실체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학술적인 논문의 형태임에도 곳곳에서 거북함이 드는 걸 참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아래에는 책에 관한 저만의 요약을 첨부했습니다.
1.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관점의 두 가지 갈래.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고,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노동 의지를 강조하는 성노동자로 보는 관점, 다른 하나는 성매매를 폭력으로 정의하고, 이에 참여하는 사람을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보는 관점
2. 이 책은 이런 이분법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성매매에 참여하는 경제적 요인, 특히 신용과 부채에 중점을 두고 신자유주의 시대 성매매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성매매 경제의 구조와 원리가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
3. 성매매 경제에서 여성은 선불금, 고리대 대출, 수수료, 이동비 등의 부채로 인해 교환 가능한 몸, 즉 증권화된다. 여성은 이러한 부채를 통해 업소 간에 거래되고, 여성의 부채는 업소 간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수시로 조절된다.
4. 과거 이러한 부채는 여성들에게 고리대금일지라도 일수업자, 사채업자, 포주들과 인격적 신뢰관계 안에서 호의로 이루어진 대출이라는 인식을 주어 반드시 갚아야 할 돈으로 인식되었다.
5. 2000년대 초반 포주를 대체하는 제2금융권, 제3금융권이 새로운 채권자 그룹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성매매, 나아가서 여성의 몸을 통해 벌어들일 기대수익에 대한 계산을 바탕으로 유흥업소 특화 대출상품을 만들어낸다. 금융과 신용의 민주화로 만든 이른바 금융기관들의 뽑아 먹기 기술이다.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이러한 대출은 다양한 장치에 의해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대출이 되었다.
6. 차용증, 채권, 증권으로 변한 성매매 여성들의 부채는 투자 상품이 되어 금융시장에 포섭된다. 특히 신용의 민주화를 통해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도덕적, 사회적 믿음이 과도한 채권추심을 가능하게 했다.
7. 여성 전용 대출 상품 광고가 범람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채권추심이 용이하다는 점도 있다.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연대보증, 직접적 폭력에 취약한 점 등.
8.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 후 부채경제는 오히려 확대됐다. 강남 등에서 수십, 수백 명 단위의 성매매 여성을 관리하는 대형 유흥업소들이 생겨났고, 이 여성들의 채권을 한 데 묶어 새로운 투자 상품들을 창출해냈다. 이제 포주들은 금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투자를 받아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해 원리금을 상환하고, 정해진 세금을 내는 사업가가 되었다.
9. 이 업소들은 여성들의 몸 가치, 부채에 따라 등급을 세분화했다. 소위 텐프로라 불리는 최상위 등급 업소부터 낮은 등급의 업소까지 구체적으로 업소가 세분화됨에 따라 여성들도 이러한 가치체계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자신의 몸 가치를 자신에게 적합한 위치로 조정해나갔다. 이는 자신이 마련해야 하는 수익에 대한 정확한 계산에 의해 결정되었다.
10. 이러한 업소들의 등급과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체계적으로 축적, 공유되고 낮은 등급의 업소에는 낮은 등급에 맞는 성역할, 성 서비스가 강요되기도 한다.
11. 이 시대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의 부채와 성매매를 통한 기대수익 등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시장에 진입한다. 이렇게 한번 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은 간편한 고리대금 대출, 늘어난 소비, 부채 돌려막기, 성매매를 위해 미용, 의류, 화장 등에 투자하는 재 여성화 비용, 성매매 시장에서 상위 등급을 차지하기 위한 성형수술 등으로 거대한 부채를 안게 된다.
12. 이들은 이러한 부채를 갚기 위해 계속 성매매 시장에 존재하도록 강제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채와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 특정 업소나 조직에 묶여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을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