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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대한 솔직한 심정

최근에 본 2개의 글을 토대로

by 박상환

최근에 구독하고 있는 작가 한 분이 브런치를 떠나셨다. 영화 리뷰를 쓰시던 분이었는데 글이 좋아서 인상 깊게 봤던 작가 분이었다. 그분이 브런치를 떠나는 이유는 그분의 마지막 글에 나와있다. 송구함을 무릅쓰고 그분의 말을 직접적으로 인용해 본다.

"브런치는 영화 리뷰를 쓰기에 썩 좋은 포맷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우선 브런치는 에세이를 밀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by 대한극장옆골목

영화 리뷰로 브런치에 입성하고, 주로 영화 리뷰를 썼던 나의 입장에서 굉장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내가 브런치에 가입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그냥 쓰는 게 좋고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오지 않는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 같아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초심을 잃은 걸까. '쓰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요즘따라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나도 브런치를 그만둬야 하나..'라고 생각할 때쯤 또 다른 글을 접하게 되었다. '돈도 안 되는 브런치, 왜 해야 할까?'라는 제목으로 메인에 올라온 글이었다. 앞서 본 브런치 탈퇴에 관한 글과는 정반대의 글이었다. 그 글에서는 돈이 안되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사실 지나칠 정도로 브런치에 대한 장점만 나열한 글이었다. 어조가 너무 단호해 브런치 측에서 일부러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글이었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 글에서 나열한 브런치의 장점은 브런치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라.. 글쎄. 난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물론 글의 품질을 수치화할 수도 없고, 어디까지나 주관적 판단의 몫일 것이다. 그러니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겠지만, 나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 생산'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브런치에서 많이 읽히는 글은 정해져 있다. 가족, 육아, 요리, 음식, 여행, 직장생활, 재테크 등의 주제로 쓴 에세이류의 글이 바로 브런치의 인기스타들이다. 가끔가다 브런치에서 진행한 공모전에 관한 글(당선소감이나 후기 같은)도 올라온다. 매일매일 메인화면에는 비슷비슷한 글들이 올라온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글들이나, 영화 리뷰나 서평, 역사나 철학 종교 주제의 인문학적인 글. 이런 글들은 브런치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물론 검색하면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런 주제로 정말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하지만 그런 좋은 글들이 라이킷 수가 매우 낮은 것을 보면 괜히 내가 더 열이 받을 때도 있다.


브런치는 확실히 에세이 공화국이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일기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일상적인 글을 담은 에세이 들로 거의 도배가 된 지경이다. 대한극장옆골목 작가님의 "에세이를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다"는 말이 진짜 사실이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도 생긴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작가분들이 이 에세이를 주력으로 쓰시는 것 같다. 그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사실 '안물안궁' 이다. 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요리를 누구와 해 먹고, 직장에서 무슨 일을 겪는지, 돈을 어떻게 버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그런데도 나를 위한 브런치pick 에는 여전히 나를 위하지 않는 글들이 올라온다.

사실 에세이도 양질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가 선택한 글들 중에는 그런 글이 많지 않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메인에 올라오는 글 중에서 내가 라이킷을 누른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실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고, 직장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하는 일기 같은 글에 하트를 누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감성 폭발하게 쓴다고 해도 난 그게 잘 안된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일기 같은 글들이 수십 개의 하트가 눌리고 댓글이 달린다. 같이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도 가끔 일기 같은 글을 쓸 때가 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인데, 그런 글들이 장문의 영화 리뷰보다 하트를 더 많이 받는다. 허탈한 마음이 드는 건 매한가지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어떤 성향 같은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슷한 글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돈도 안 되는 브런치, 왜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작가는 '브런치는 돈 이상의 가치, 개인 브랜딩을 선사한다'라고 답하고 있다. 작가분께서 자칭 현답이라고 한 이 말도 사실 좀 그렇다. 퍼스널 브랜딩 이란 개념도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더 이상 기발하거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이거야말로 희망고문이다. 글을 쓴 작가는 브런치를 통해 출간도 하고, 강연도 하는 등 이 플랫폼이 배출한 최고의 아웃풋이다. 작가는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그것이 곧 나의 가치가 되고 언젠가는 자본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꾸준히 썼는데도 안되면 그때도 계속 쓰라고 할 것인가. 작가의 주장이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다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솔직히 말해 글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는 그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있어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부끄러운 글이나마 쓰고 올리면 하트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것들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브런치가 점점 특정 주제의 특정한 분위기의 글만 노출시키다 보니, 다른 글을 쓰는 작가들은 점차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돈도 안 되는 브런치, 왜 해야 할까?' 글에서 작가는 브런치가 돈이 되는 플랫폼이 되는 걸 반대한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그렇게 되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처럼 '나'는 없고 노출만을 위한 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를 위한 글이 아닌 남에게 읽힐 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브런치라고 상황이 다를까. 광고만 안 붙었을 뿐이지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도 남에게 읽힐 글을 쓰고 있지 않나. 브런치가 특정한 장르의 글만 밀어주다 보면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면,

그동안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모전에 모두 도전을 했다. 물론 좋은 소식은 없었고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사실 기대도 크지 않았고 내가 당선될 만큼의 실력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2월에 있었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는 달랐다. 내가 주로 쓰는 영화 리뷰로 도전을 하니 내심 당선에 대한 기대가 많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선에는 실패했다. 당선되신 분들의 글들도 읽어봤다. 정말 잘 쓰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구독하는 작가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어떤 작가분은 그냥 일상 얘기를 쓰시는 분이었는데, 영화 리뷰는 이번 스토리텔러 모집 때문에 처음 쓰신 분이었다. 구독자가 많아서 그런 것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식의 당선결과는 나에겐 굉장히 큰 실망감을 주었다. 브런치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때부터다. 내가 글쓰기에 대한 동력이 서서히 줄어든 것이.


늘어나지 않는 구독자와 하트를 보며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가 보구나'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거나 언짢으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 글은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써봤자 조회수 50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게 다 글을 못 쓰는 내 탓이려니 생각한다. 지금 이 글도 그럴 것이다. 과연 몇 명이나 읽을까. 어차피 몇 명 보지도 않을 거 그냥 일기장에다 쓸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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