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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Apr 25. 2021

2021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 영화팬들에게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시상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 4개 부문의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시작된 범세계적인 수상 행진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그 화려한 행진의 피날레를 멋지고 위대하게 장식했다. 한국인이 한국 자본으로 한국어로 만든 100%의 순수한 한국영화가 미국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을 흥분과 놀라움으로 들썩이게 했다. <기생충>은 90년이 넘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2번째 기록이 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실로 대단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내'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언론들은 2년 연속으로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바로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활약한 그녀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전에 있었던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도 수상하며 기대를 한층 더 높였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장 높은 확률로 윤여정 배우가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작년에 이어 또 하나의 쾌거가 될 듯하다.




보통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2월에 열린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그 시기가 2달이나 늦춰졌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25일 오후 5시, 우리나라 기준으로 26일 오전이면 수상 결과가 나올 듯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여우조연상 부문은 애국심이나 국뽕을 제거하더라도 윤여정 배우가 가장 수상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상식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작품상의 주인공은 어떤 영화가 될 것인가. 올해 작품상 후보작은 모두 8편. 그 명단은 아래와 같다.


<더 파더 :The Father>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

- 삶의 끝에 다다른 치매 환자의 정신과 심리를 독특한 플롯으로 구성한 매력적인 영화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오만가지 감정을 연기한 대배우 앤서니 홉킨스의 압도적인 연기가 일품이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샤카 킹 감독

- 1960~70년대에 활동했던 정치 조직 '흑표당'(Black Panther Party)과 흑표당의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턴'의 이야기. 실화와 실존인물을 소재로 만들었으며, 실제 당시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활용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아주 매끈하고 스타일 넘치는 전기영화인 동시에 시의성을 가득 담은 휴먼 드라마다. 유다 역을 맡은 '래키스 스탠필드' 배우와 블랙 메시아 역을 맡은 '다니엘 칼루야' 배우의 좋은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맹크 :Mank> 데이비드 핀처 감독

- 레전드 영화 <시민 케인>의 제작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지만 실상은 <시민 케인>의 각본가 허먼 맹키위츠 개인에 대한 이야기. 원래는 데이비드 핀처의 아버지가 집필했던 각본을 아들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10개 부문 노미네이트)


<미나리 :Minari>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 낯선 곳에서 꿈과 희망을 심는 가족들을 세심한 연출로 그리고 있다. 한국인 배우가 나오고 한국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고 상당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에 사는 모든 이민 가족들에게도 어울리는 보편적인 정서를 가득 담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 보나, 어느 피부색을 가지고 보나 이 영화가 가진 따뜻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노매드랜드 :Nomadland> 클로이 자오 감독

- 경제위기로 유랑 생활을 하는 21세기의 현대 유목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동명의 논픽션을 각색하고 약간의 허구를 더해 영화로 만들었다. 지난 77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그 이후로도 다수의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여러 매체에서 지난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이변이 없는 한 오스카 트로피는 이 영화의 차지가 될 것이다.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에메랄드 페넬 감독

- 한 여자의 목숨을 건 복수극.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매력적이고, 복수극의 주인공 '캐리 멀리건'은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신선하고 치밀한 각본.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겨루게 될 캐리 멀리건의 여우주연상 수상 여부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아론 소킨 감독

- 1968년 시카고에서 실제 있었던 7인의 법정공방을 그린 영화다. 아론 소킨의 촘촘한 각본 위로 명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다.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도 놀랍고, 빈틈없는 각본과 그보다 더 빈틈없는 편집이 시종일관 영화의 역동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다리우스 마더 감독

- 국내 미개봉작으로 아직 관람을 하지 못했다.(프라임 비디오를 결제하면 되지만... 그냥 나중에 보자) 청력을 잃은 드러머 얘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예상을 해보자면,

후보작 8편 중 7편을 본 입장에서 작품상 수상작은 아무래도 <노매드랜드>가 가장 유력하다. 이 영화를 향한 평단의 극찬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7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는 인생의 깊은 곳을 통찰하는 사유가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적으로 아주 잘 표현되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감독상 역시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될 것이다. 미국 대륙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낸 촬영도 인상적이다. 촬영상 까지도 <노매드랜드>가 수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대결 양상인데, 아카데미의 취향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따라가기 벅찬 많은 대사 속에서도 빠른 화면 전환과 인물의 교차와 시점이동 등을 통해 역동성과 속도감을 성취했는데, 편집상도 이 영화가 가져갈 확률이 높다.


남. 녀 주연상과 조연상 수상자에 대한 개인적 예상은 사진으로 대신해보려 한다.


남우 주연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스만


여우 주연상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남우 조연상 <유다 그리고 블랙메시아>의 래키스 스탠필드


여우 조연상 <미나리>의 윤여정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예상이고 견해이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당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불편한 마음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나에게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최근에 몇 개의 악플을 접하고 난 후 글쓰기를 좀 주춤하게 된다. 뭐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인격적인 모욕이나 심한 비난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말들이 글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마음에서 글로 옮기는 게 요즘에 참 고역스러운 일 같기만 하다. 오늘 이 콘텐츠는 집에서 저녁 먹고 tv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이다. 이렇게라도, 이런 시시콜콜한 글이라도 써서 내 문장의 수명을 이어가기 위해서.


그런데 여기에도 악플이 달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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