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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Aug 21. 2021

<올드>

해변에서 길을 잃다.

* 스포일러 주의


인터넷 신청을 통해 고급 리조트로 휴가를 오게 된 한 가족이 있다. 가이와 그의 아내 프리스카 아들 트렌트 딸 매덕스 4명의 가족은 둘째 날 아침 리조트의 매니저에게서 가족에게 솔깃하고도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매니저는 '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개인 사유지인 해변이 하나 있는데 한번 가보지 않겠냐'며 가족들을 부추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해변에는 가이의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과 다른 부부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까지 총 11명의 사람이 모였다. 하지만 이곳은 평범한 해변이 아니었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인연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그동안 주로 초자연적인 소재나 주제로 스릴러&서스펜스를 만들어왔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이번에는 세상과 시간이 다르게 가는 해변을 배경으로 색다를 공포감을 주고자 한다. 참고로 샤말란 감독 필모그래피 중 유일하게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다. 30분이 곧 1년이라는 이 기이한 설정은 어쩌면 샤말란 감독과 참 잘 맞아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고, 한때는 커리어가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사실 할리우드에서 이런 이야기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샤말란 감독 말고 또 있을까.


  


이 신비한 해변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흐른다. 설명하기 힘든 일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겁을 먹는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로 노리고 있는 '공포의 포인트'는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영화의 설정상 등장인물들은 그 해변을 빠져나올 수도 없고, 빠르면 몇 시간 늦어봤자 며칠 안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사실 영화의 상황이 두려움과 공포라는 것은 이 영화의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레일러가 공개된 순간 이미 이 영화는 패가 까발려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관건은 이미 드러난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었다. 2가지의 관전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빠르게 늙어간다는 독특한 소재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이 참신한 아이디어의 온전한 납득을 위해 과연 어떤 놀라운 효과와 기술들이 사용될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기대했던 '눈의 즐거움'은 이 영화에는 거의 없다. 특별한 시각효과가 아니더라도 시간의 빠른 흐름을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것도 관건이었는데, 예고편에서 보여준 게 거의 대부분일 정도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어떻게 잘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좀처럼 와닿지가 않는다. 의도된 연출인지 모르겠으나, 인물의 심리묘사보다는 사건을 통해 일어나는 인물들의 '반응'에만 집중한 느낌이다. 인물들의 심리는 대사나 행동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명시가 된다. 의도한 것일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인물 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배경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더 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화면 전환, 각 장면의 이음새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미스터리 한 해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죽음이나 급작스런 노화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 해변에서의 장면들은 그런 사건들을 단순하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부분은 (트렌트가 이들립의 편지를 발견하고, 산호초를 뚫고, 리조트로 가서 경찰에 신고하고 헬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모든 장면들) 내내 유지하던 영화의 '색깔'도 바꿔버리며 길을 잃게 만든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라는 수식어다. <식스센스>가 나온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의 대표작이 <식스센스>라는 것은 좀 슬픈 일이기도 하다.  <식스센스>가 워낙에 대단하긴 대단했지만 이후의 작품들이 그렇게까지 떨어지는 작품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물론 중간중간 함정이 있긴 하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이번 영화 <올드>는 기대했던 만큼의 타율은 안 나온다. 그리고 기대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식스센스>를 바라진 않지만 <언브레이커블> 정도만 꾸준히 만들어줘도 좋지 않을까.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지만, 그래도 이런 소재 이런 주제를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아니면 또 누가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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