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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Aug 27. 2021

<인질>

전형적이지만 높은 타율

* 스포일러 주의 *


배우가 직접 본인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인질>도 그런 사람들의 궁금증에 승부를 건 영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만배우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만배우'로 나온다. 천만배우 황정민이 정체불명의 납치범들에게 납치를 당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다. 제법 신선해 보이는 설정이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와 만났다.


그간 이런 종류의 영화(배우가 직접 본인을 연기한)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유명인이 납치된다는 설정은 처음인 듯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작이 있었으니 바로 2015년 유덕화 주연의 <세이빙 미스터 우>가 그것이다. <인질>은 <세이빙 미스터 우>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런데 이 <세이빙 미스터 우>는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니 그것대로 참 놀라운 사실이다.



각설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영화 <인질>은 부연설명이 많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 전형적인 영화다. 그동안 보아왔던 비슷한 영화들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황정민이라는 실제 인물이 납치를 당한다는 이 영화의 기본 뼈대가 그나마 극의 리얼리티를 살려주고 있다. 어쨌든 영화의 의도는 나름 성공적이다. 유명 연예인이 납치됐다는 그 사실이 <인질>이라는 영화에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다.


다소 뻔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재밌게 느껴지는 것은, 납치와 탈출 추격과 다시 납치 그리고 끝내 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기승전결이 굉장히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에 있다. 영화는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전개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된다. 짜여있는 틀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보다는 틀 안에서 최대한 할 것을 다한 느낌이다.


황정민이라는 인물의 사용도 눈여겨볼만하다. 납치가 된 상황에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그가 '배우'라는 점이 적재적소에서 활용된다. 동료 배우 박성웅에게 서도철과 최철기의 이름을 거론하다든지(황정민이 '베테랑'과 '부당거래'에서 맡았던 배역 이름), 심장이 멎은 듯 연기하여 탈출에 성공하는 등. 이러한 부분들이 '황정민 배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주는 영화의 작은 재미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들이 몇 명 있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잘 띄는 건 역시 황정민이다. 그동안 '황정민이 나온 영화는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정체불명의 비판도 있었고, 그의 연기를 두고 '매너리즘'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그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아니었으면 안 될 작품들은 한 손으로 꼽기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 영화에서 그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유일한 인물이다. 황정민이 아니었어도 가능한 이야기지만,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결과물은 달랐을 것이다. <인질>에서 그는 다시 한번 묵직하고 확실하게 그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곁눈질을 허락하지 않는 영화는 오로지 배우 한 명에게 집중함으로써 높은 타율로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실제로 황정민 배우는 이 영화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했으며, 출연배우의 오디션도 직접 볼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인질>은 안정적이고 확률 높은 방식을 택하고 극의 상당 부분을 주연배우의 하드 캐리로 완성한 영화다. 배우의 존재감이 실로 대단하지만 지나치게 배우의 힘에만 의존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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