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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Sep 05. 2021

<D.P.>

그 누구보다 조석봉 일병에 관한 이야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아마도 현재 가장 화제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이 드라마의 특징은 군생활에 대한 사실적 묘사다. 가혹행위와 부조리, 폐쇄적인 조직의 특성인 은폐와 조작 등 이 드라마는 한국 군대에 대해 그동안 사람들 머릿속에 있었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 다녀온 사람에게는 '와 PTSD 오지네'의 공포감을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진짜 저렇게까지 한다고?'의 충격을 주고 있다.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을 소재로 한 <D.P.>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결과적으로는 '고발의 기능'을 한 드라마가 되었지만 사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순기능은 '극(劇)적인 재미'에 있다. 이 시리즈는 정말로 탁월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코미디와 감동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추리와 추격과 액션도 적절하고 알맞게 양념이 되고 있다. 극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그 비율이 마치 황금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루할 틈이 없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이 매력적인 시리즈의 큰 장점이다. 예상 밖의 케미를 보여줬던 정해인 배우(안준호 이병 역)와 구교환 배우(한호열 상병 역), 시리즈의 무게중심을 잡아준 김성균 배우(박범구 중사 역),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손석구 배우(임지섭 대위 역)와 신승호 배우(황장수 병장 역), 그리고 특기인 노안과 경상도 방언을 제대로 살린 현봉식 배우(천용덕 헌병대장)까지 모든 주. 조연 들이 예외 없이 모두 열연을 펼치고 있다. 또한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했던 탈영병들과 그들의 주변 인물들도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조현철 배우가 연기한 '조석봉 일병',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다.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D.P.>의 결말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주제를 안겨준다. 그리고 그 주제를 온몸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 이 '조석봉 일병'이라는 캐릭터다.


조석봉 일병, 그는 누구인가. 그는 본디 심성이 매우 착한 사람으로서 그가 가르치는 미술학원 학생들에게는 '봉디쌤(조석봉과 간디를 합친 별명)'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선임을 구타하고 무장 탈영병에 이어 납치범이 되고 끝내는 자신의 목에 직접 총구를 겨누기까지의 흐름은 <D.P.>가 가지고 있는 고발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은폐와 방관과 악습으로 대표되는 군대의 비상식과 불합리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조석봉이라는 인물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격의 말살과 파멸을 통해 주제의식을 극단적이고도 함축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조석봉 일병의 표정과 눈빛 행동 말투에 현현히 녹아들어있다.


조석봉 일병의 변화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또한 가장 흡입력 있는 부분인 동시에 가장 불편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에서 실제 군대의 모습과는 다른 고증의 오류가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시적 허용이 있듯 드라마적 허용이 필요한 순간이다. 어쨌든 조석봉 일병은 <D.P.>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안은 핵심 인물이며 그가 탈영하는 순간부터가 이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다.



배우 조현철. 그는 조석봉 일병이라는 처음과 끝이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통해 잊기 힘들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도 아닌 단역으로 출연했었던 그가 이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힐 예정이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그는 래퍼 매드클라운의 친동생이다. 조석봉 일병을 보면서 매드클라운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화'라는 노래의 한 부분이다.


"찌르면 아파 간지럽히면 웃어 화를 낼 줄도 알고 슬프면 울어, 역였어 진심 더럽게 역였어 답이 있을 리 있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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