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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Dec 19. 202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팬서비스에 특화된 콘텐츠

* 스포일러 있습니다 *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매년 이맘때면 서로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많다. 선물을 주는 기쁨도 있지만 아무래도 받는 것이 더 기쁜 일일터. 그런데 그 선물이 내가 기대하던 바로 '그 선물'이면 어떨까.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마치 그런 선물 같은 영화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닥터 옥토비우스,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리저드, 샌드맨)의 재등장을 우리는 확인했다. 그리고 삼스파(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떡밥들이 소셜미디어를 달구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만약에 2002년 <스파이더맨> 1편부터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섭렵한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분명 선물, 혹은 그 이상이다. 멀티버스의 개념을 도입하여 20년의 역사를 현재의 내 눈앞에 펼쳐놓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이만한 서비스도 없을듯하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극장에서도 약간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신기한 경험도 했었다.


스파이더맨의 모든 시리즈를 챙겨 본 사람이라면 웃음과 눈물을 지을만한 장면들과 깨알 같은 인용이 두드러진다. 사실 이 영화는 MCU 세계관에 속해 있지만 MCU 팬들보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자체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판권과 계약의 문제로 제작사와 감독과 배우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입장에서 보면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그 모든 세월을 견디어 낸 것 같은 느낌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캐릭터에 대한 경의이며, 배우들에 대한 예우이고, 팬들에 대한 헌정이다.


MCU 입장에서 보자면 자연스럽게 멀티버스에 대해 소개하며, 바로 이어질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의 전초전 같은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서 가지는 의미도 대단하지만 MCU 세계관 내에서도 이 영화의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마블 입장에서는 추억 소환이나 팬서비스만큼 중요한 과제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무난히 잘 수행한 느낌이다. 소니와 디즈니라는 두 거대기업이 만나 영화와 관계된 사람이라면 모두 웃을 수 있는 '해피' 엔딩을 이끌어낸 셈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가지는 특별함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범함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전에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하나라도 보지 못했다면 이 영화가 주는 뭉클한 감정을 못 느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러는 이 영화의 전체 맥락을 이해 못 할 가능성도 있다. MCU의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이 영화도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MCU의 세계관과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이야기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또한 이미 멀티버스에 대해 다뤘던 같은 핏줄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까지 섭렵해야만 이 영화를 100%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팬덤 저격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서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히어로물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영화가 주는 특별한 감정과 별개로 장르 영화로서의 매력이 좀 덜한 것도 사실이다. 블럭버스터로서 응당 기대해야 할 영화의 액션 부분도 매우 밋밋하고 인상적이지 못하다. 액션 시퀀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물론 3명의 스파이더맨이 팀을 이뤄 빌런들과 대결하는 모습에서 나름의 희열도 느끼지만, 액션 자체로서의 매력은 많지 않다. 5명의 빌런도 화려한 등장에 비해 다소 초라한 퇴장을 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할 자유의 여신상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액션보다는 과거의 추억 소환을 위해 소비한 느낌이 강하다.



작은 단점은 있지만 이 영화는 영화팬들에게 최고의 히어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의 캐릭터로 파생된 여러 가지의 이야기와 역사들을 총망라하여 이토록 멋진 결과물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그 수많은 배우들의 협연 때문이었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뿐만 아니라, 빌런 역할의 월렘 데포나 제이미 폭스 같은 배우들까지. 그들의 참여 자체도 놀랍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더 놀라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MCU 세계관의 입장에서 보나,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입장에서 보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장차 세계관의 큰 열쇠가 될 '멀티버스'의 개념을 무리 없이 연착륙시켰다. 또한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과거를 통해, 그러니까 또 다른 세계의 '피터 파커'들을 통해 현재의 피터 파커가 나아갈 방향성과 미래까지 끝내 제시해준다.  큰 프로젝트에는 큰 기대가 따르기 마련인데, 100%는 아니더라도 기대를 꽤 많이 충족시켜주는 결과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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