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도 봄이 아닌 까닭은
꽃과 풀이 옷을 입어도 추운 까닭은
꽃에 입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오
풀에 안기지 못하기 때문이오
진정한 봄이 오면
우리 입과 코에 장막이 벗겨지는
그날이 오면
나와 너, 우리
서로 손 잡고 눈을 맞추며
부둥켜안고 살갗을 비비며
서로의 온도를 느끼고 싶어라
낮과 밤도 모르게
입에 침이 튀도록 소리 내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흠뻑 젖고 싶어라
날이 좋기라도 한다면
강가에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너와 함께 맞고 싶어라
그 날이 오면
꽃에 입 맞추고 풀에 안기며
내게 주어진 것들을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라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