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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Sep 22. 2017

명절의 소멸

저출산ᆞ저성장 시대의 명절

한 세대, 대략 25년만 지나도 명절은 유명뮤실해 진다. 해방 후 한국 사회에서 명절은 베이비 붐 세대가 산업화를 거치며 뿔뿔이 흩어져 살다 부모 형제 자식에 친척 사돈까지 대가족 네트워크를 연결짓는 정례 행사였다. 예전에는 통신 기기가 덜 발달했고, 한 배에서 나온 사람들이 오랜 만에 모여 유대감과 소속감을 나누자는 당위, 그에 따른 정서적 문화적 순기능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자식을 많이 낳아봐야 두 명에다, 3인 가족이 표준이다. 무자녀 부부, 비혼 1인 가구도 널렸다. 그러니까 연결 지을 네트워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대가족의 환상을 현현시키려 하는 관성이 명절을 피곤한 사업으로 느끼게 하는 밑바닥 이유다. 우리는 온몸으로 과도기를 통과하고 있는 세대다.


'베이비 붐 세대'와 '저출산 세대'의 대구는 단어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전자가 부모 품을 떠나 각지에 흩어져 독립된 가정을 꾸렸다면 후자는 결혼을 유예하며 부모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사회가 꿈틀대고 성장하며 기회가 퍼져있던 시대와 사회가 가라앉고 정체되어 기회가 거덜난 시대란 뜻이다. 둘은 서로 다른 시절을 살았고 성공에 대한 감각도 차이가 나며 가치관이 어긋난다. 이렇게 배다른 세대들이 일가 친척이라는 느슨하지만 잘라내기 힘든 그물로 엮여 일정한 주기로 회동한다. 서로의 처지를 찔러 보며 확인하고 싶고, 덕담을 가장한 오지랖 배틀이 벌어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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