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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Jan 29. 2018

'밥값'의 윤리

웹툰 플랫폼 언론 접대비 기사를 읽고

웹툰 마감 지각비 징수와 작가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의혹에 싸인 모 웹툰 플랫폼이 기자들에게 접대비를 썼다는 기사가 나왔다. 1년 9개월 간 2437만 원이면 한 달에 120만 원쯤 썼다는 산수가 나온다. 미디어스 기사에 열거된 16개 언론사 기자들과 한 달에 칠팔만 원 치 식사를 하면 저만큼 지출된다.


이 정도면 크다고 할 수는 없는 액수인데, 일 때문에 사옥에 찾아가는 작가들은 비좁은 미팅룸에서 만난다는 회사가 외부에서 회사에 관한 소식을 알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인심을 흘렸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담당분야 관계자와 일없이 만나서 밥을 얻어먹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 저렇게 꾸준히 회동하며 뭘 만들고 뭘 관리하게 될까. 공식적 관계를 비공식적 관계로 틀어주는 '인맥'이 아닐까. 기사에 따르면, 식사를 대접받은 기자들이 있는 언론사에선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기사가 발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가 있나. 밥 한 끼, 술 한 잔 얻어먹어도 그게 다 빚을 주는 거고 신세를 지는 건데. 그걸 일이 년이나 이어가면서 차후 비판 지점이 드러날 때 펜 끝을 겨눌 염치가 생기겠냔 말이다. 이건 사실 다른 의미에서 '신의'를 지키는 거고, 개인 대 개인의 윤리로 봤을 땐 평소 호의를 베푼 사람의 잘못은 관용하는 게 맞다. 그래서 공적 관계에서 인맥이 엮이고 공적 윤리에 사적 윤리가 끼어드는 게 나쁘다. 


기사를 읽으니, '기레기'란 말이 유행하는 상황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어느 기자가, 어느 평론가가 논란에 오른 대상을 지지하는 글을 쓴다면 독자들은 "밥 깨나 얻어먹고 다녔구만" 냉소부터 치밀지 않을까? 그런데 정작 '기레기'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특히 서브컬처 소비자들이 언론을 욕하는 이유 하나는 '메갈 작가' 편드는 '메갈 언론'이다. 저 사람들 머리 속에서 웹툰 작가들은 독자를 '개돼지' 취급하는 교만한 '메갈 작가'일 텐데, 작가들 권익을 찾는데 보탬이 되는 이런 기사에 눈길이나 줄지 모르겠다. 언론 윤리를 방기하는 기자들이 있고, 언론 윤리의 실종을 성토하는 척 실은 그것을 '우리 편 윤리'로 대신하라 명령하는 독자들이 있다. 공론장의 토대가 몽땅 어긋났다는 생각만 든다.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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