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K pop Crit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C 워너비 Aug 05. 2018

예술과 상품

'프로듀스48'과 일본 걸그룹

'프로듀스 48'이란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라고 한다. 일본 걸그룹 특유의 '학예회' 수준의 실력이 빈축을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이 문제를 좀 다른 잣대로 바라본다.


아이돌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춤과 노래, 비주얼을 세트로 묶은 퍼포머요, 캐릭터 상품이다. 요는 기능적 완성도 자체가 아니라 퍼포머로서 자신의 콘셉트를 재현하는 데 알맞은 기능이다. 그 정도 수준의 기능을 갖추었다면 달리 문제 될 게 없다. 일본 아이돌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미성숙함이다. 그런 이미지로 가슴을 튕기고 관절을 꺾고 알앤비 창법을 구사하고 몇 옥타브 고음 폭발하고... 이러면 이상하지 않을까. 오히려 좀 서툴고 단촐한 게 낫다. 물론 그 미성숙함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콘셉트인지 비판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실력이 부족해서 문제'인 것과는 다르다. '가수의 본질'을 파고들자면 한국 아이돌도 썩 훌륭하지는 않다. 대부분 퍼포머로서 특화돼있는 거지. 현재 최고의 그룹 트와이스도 다른 그룹에 비해 실력은 볼 품 없다. 아이돌 산업은 음반 산업보다 캐릭터 산업의 속성이 강하다. 음악을 들으려 음반을 사는 게 아니라 사인회 가려고 사재기하는 지경인데 말해서 뭐할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면모와 효용을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은 유기적 잣대로 퍼포머들을 평가하자는 말을 하고 있다. 이건 아이돌을 떠나 가수, 배우 등등에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나아가서 예술에 관한 관점과도 결부된다. 사람들은 "아이돌은 노래를 못하니까 예술가가 될 수 없어"라고 단정 짓지만, 예술을 기능으로 환원하는 건 예술에 대한 가장 뿌리 깊은 오해이며 반예술적 사고다. 예술가의 자격이 무언가를 감쪽 같이, 화려하게 재현하는 기능적 완성도에 있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는 아마추어 화가들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예술가일 것이다. 오히려 예술가의 한 전형은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에 몰두하며 기능적 작업은 외주 하는 인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돌 기획사 시스템은 하나의 예술적 협업 체계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성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와 보컬리스트가 아니더라도,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예술이 상품보다 우월하다는 건 진실일까? 둘은 꼭 구분되는 대상일까? 문제는 아이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일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허망한 욕망의 호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