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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Feb 25. 2019

최초의 성장형 프로젝트 아이돌

걸그룹 아이즈원

장원영과 야부키 나코는 키 차이가 20cm 난다. 둘은 아이즈원에서 가장 키가 크고 가장 키가 작은 멤버다. 장원영은 169cm고 야부키 나코는 149cm다. 아이돌 그룹의 외양적 높낮이가 이만큼 들쑥날쑥한 예는 정말 보기 힘들다. 또 다른 다인조 그룹 트와이스엔 장원영만큼 큰 쯔위가 있지만, 나머지 멤버가 작지 않고 스타일리스트들이 신발 굽 높이에 차등을 둬 키 높이가 균질하게 보정된다. 아이즈원 스타일리스트들은 늘 장원영에게 굽 있는 신발을 준다. 나코 역시 작은 키를 높여주는 신발을 신지만, 결과적으로 둘의 키 차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차이는 수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야부키 나코는 장원영 보다 몇 뼘은 작지만 장원영보다 ‘언니’다. 장원영은 연예계에서 손꼽힐 만큼 훤칠하지만 겨우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다. 이 ‘20cm’의 간극에는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이 품은 역설과 매력, 정체성이 집약돼있다.      


지난 몇 년 간 케이팝은 그룹 콘셉트와 가수들 역할놀이, 그들 사이 ‘케미스트리’를 다양하게 연출해 팬덤을 '회전문'으로 유인하는 ‘다인조-캐릭터 그룹’ 체제가 대세였다. 아이즈원은 이 부류의 그룹 중 가장 스펙트럼이 넓고 색깔이 울긋불긋하다. 아이즈원 멤버들의 얼굴에는 전형성이 없다. 모든 멤버가 미디어에서 보급되는 표준적 비주얼에서 벗어난 느낌의 이목구비이며, 서로 포개지는 부분이 적은 개성과 자연스러움이 있다. 미녀의 전형성에 가까운 멤버는 장원영과 김민주일 텐데, 장원영은 그토록 어른스러운 외모인데 그토록 어리다는 사실이 남다른 인상을 빚어주고, 김민주는 오뚝한 이목구비에 서린 서글픈 기운이 차별성을 부여해준다. 조유리와 최예나, 김채원은 신장과 얼굴형, 스타일링이 비슷해 기자들에게 종종 같은 사람으로 오해받지만, 팬들은 이들을 ‘조유리즈’라 묶어 부르며 그 점을 역이용해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미야와키 사쿠라와 혼다 히토미 등 일본인 멤버 역시 일본 여성 특유의 이국적 인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야부키 나코는 케이팝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 단신의 미소녀로서 그룹의 외양적 스펙트럼을 끝에서 끝까지 넓혀준다.      


외양만큼이나 멤버들이 지닌 성격과 소질도 다양하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육상부’ 캐릭터, 말주변이 유창한 ‘진행자’ 캐릭터, 장난기와 유머감각이 넘치는 멤버, 늘 푼수처럼 실수를 저지르는 맏언니, 출중하게 예쁘지만 늘 멤버들에게 치이는 ‘애잔한 미녀’, 댄스 신동이란 전사를 지닌 메인 댄서, 음색 혹은 가창력이 좋은 멤버…. 조유리는 걸그룹을 통틀어 영남 사투리의 억센 억양으로 말하는 드문 인물이 아닐까 싶다. 강혜원은 가장 교과서 같은 외모를 지닌 멤버지만, 툭하면 돌발 행동으로 주위를 당황케 하는 가장 이상한 성격을 지닌 멤버다. 이 모두가 반듯한 ‘비주얼 그룹’ 아이즈원에 의외성을 불어넣는다. 아이즈원은 현세대 아이돌 중 가장 개성이 강한 그룹일 것 같다. 장원영과 미야와키 사쿠라는 각각 무대에서 우아함을 보여주는 비주얼 아이돌과 캐릭터 플레이의 끝을 보여주는 캐릭터 아이돌인데, 이처럼 이질적 아이돌 타입이 공존하며 역동적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아이즈원의 특질이다. 캐릭터 아이돌의 시대를 연 트와이스가 비주얼은 물론 캐릭터 역시 매끄럽게 정렬돼있다면, 아이즈원은 거기서 캐릭터란 항목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는 인상이 든다. 들쑥날쑥한 곡면과 낙차, 다시 말해 ‘굴곡’이라 표현할만한 성질이 곧 아이즈원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아이즈원이 데뷔한 길 위엔 균열이 깔려있었다. 이 그룹을 둘러싼 상황은 여러모로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소위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시청자들이 참여해 지지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방송 구성상, 팬덤을 규합한 채 데뷔할 수 있고 동시에 대중적 화제성도 얻는다. 아이돌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 두 가지를 싹쓸이하고 시작하는 셈이다. 반면 상이한 기획사 연습생들이 짧은 기간을 거쳐 팀으로 결성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부족하다. 팀워크를 쌓을 시간도, 프로듀싱과 트레이닝을 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보통의 기획사가 팀 하나를 데뷔시키는 과정을 연습생을 뽑는 단계부터 몇 년에 걸쳐 밟는다면, 불과 몇 달 만에 그걸 다 해치워야 한다. 오디션 방송은 10년째 장기 집권했고, 아이돌 오디션도 몇 년째 반복되면서 이 기획의 수명 역시 고갈되고 있다. 재작년 방영된 Mnet <아이돌 학교> 흥행 실패와 그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 프로미스 나인의 부진은 정체 현상의 서막이었다.      


<프로듀스 48>은 이런 시기에 방영되었다. 국민적 성공을 거둔 <프로듀스 101>과 <프로듀스 101> 시즌2에 비해 각종 지표에서 화제성이 부족했다. 사실 연습생 팬덤 간 경쟁으로 진행되는 서바이벌 방송은 위험 요소를 품고 있다.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한 여론전과 경쟁자 견제 등 물밑에서 암투가 벌어진다. 프로듀스 시리즈 자체의 특성이지만, 비교적 데뷔조가 무난하게 판가름 난 지난 시즌들에 비해 <프로듀스 48>은 방송 내내 순위가 요동쳤다. 그렇게 탈락한 연습생 팬덤은 방송 이후 데뷔 그룹의 잠재적 안티가 될 수 있고, 어제까지 각축하던 이들이 같은 팬덤으로 한 솥밥을 먹어야 한다. 즉, 아이즈원은 프로젝트 아이돌의 장점은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단점은 가중된 채 데뷔해야 했다.      


균열은 그룹 내부에도 도사리고 있었다. 당초 한국인 연습생 57명에, 일본인 연습생 39명, 연습생들이 6:4 비율로 참가했고, 방송이 진행될수록 일본인 연습생이 강세를 보였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인 9명, 일본인 3명이 선발되며 국적 비율이 무너졌다. 또한 연습생들에게 인망이 두터우면서 상대 국가 언어를 잘 구사하던 이가은과 다카하시 쥬리가 탈락하며 팀 내부에 연결고리가 사라졌다. 동해 바다를 사이에 둔 문화적 간극, 대면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팀원들, 한국어에 서툰 일본인 멤버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을 떠받치는 팀워크의 구조적 기반이 허약했다. 그룹이 결성된 후 가진 첫 브이 라이브 방송에서, 멤버 열두 명은 아직까지도 팬들에게 회자될 만큼 서먹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곧 불안정한 활동 기반이 노출된 해프닝이었다. 타 그룹 외국인 멤버들은 어린 시절 한국에 건너와 언어와 적응 문제를 해결한 후 데뷔한다. 혼다 히토미와 야부키 나코, 미야와키 사쿠라는 직전 까지 AKB48로 활동하던 일본 현직 아이돌로서 한국 실정에 대한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타 케이팝 다국적 그룹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이런 현지화의 부재, 일본과의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는 한국 내 뿌리 깊은 반일 감정에 겨냥된 과녁이었다. 케이팝의 세계화와 함께, 한국 젊은 세대는 케이팝에 대해 내셔널리즘에 찬 자부심을 품게 되었고, <프로듀스 48>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일본 여성 연예인의 한국 진출에 대한 일부 여론의 반발심, 낙후되었다고 인식되는 일본 아이돌을 향한 경멸감, 아이돌 팬덤 리그 이해관계에 따른 견제 여론이 아이즈원을 노려보는 눈초리였다. 외부의 적대 여론과 서바이벌에서 떨어져 나간 경쟁자들은 안티 세력을 이뤘다. 설상 가상으로 아이즈원 데뷔 직후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방탄소년단은 일본 음악방송 ‘뮤직 스테이션’ 출연을 취소당했다. 아이즈원은 공중파 방송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KBS 청원에 피격 당하는 재난을 맞았다. 대중 앞에 활동하는 연예인이 이보다 큰 위기를 겪으며 출발하기도 힘들 것이다.

                 



균열은 드라마틱하게 치유되어 갔다. 아이즈원의 키 플레이어를 한 명 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채연을 말하겠다. 그는 어린 시절 공중파 오디션 방송 ‘케이팝 스타’에 출연한 댄스 신동으로 유명하고 팀에서 메인 댄서를 맡고 있지만, 그의 진가는 탄력 넘치는 고무줄 같은 춤사위에 있지 않다. 데뷔 이후 이채연은 일본인 멤버들과의 소통을 주도하였고 일상회화가 가능한 일본어 실력이 조명되었다. 멤버들 하나하나를 보살피는 배려심 깊은 모습 또한 자주 목격됐다. 그는 일본인 멤버들과 같은 숙소를 쓰며 그들의 적응과 언어 문제를 도와주었고, 이가은과 다카하시 쥬리의 공백을 메우는 기둥 역할을 맡았다. 일본인 멤버들의 한국어는 빠르게 늘었고, 멤버들은 언어의 해자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친해졌다. 여기엔 한국인 멤버 다수가 예전부터 기획사 차원에서 일본어 교육을 받았다는 점과 아이즈원 소속사 오프더레코드의 아티스트 케어가 뒷받침되었을 것 같다. 안티 여론이 연달아 청원을 때리던 시기에도 멤버들 단합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끈끈해지는 기색이었다.      


악화되는 국제 정세도 전망을 꺼트리진 못했다. 일본과의 합작은 한국 내부에서 그룹의 입지를 좁히는 한 요인이었지만, 반대로 일본 현지 진출에서는 위력이 십분 발휘되었다. 현재 일본 케이팝 팬덤은 이념 성향과 국가주의 교육의 자장이 옅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자생적으로 착근해있다. <프로듀스 48>은 방영 당시부터 일본에서 화제였으며 아이즈원으로 고스란히 관심이 옮아갔다. CJ E&M의 합작 상대 AKS는 쟈니즈와 함께 일본 아이돌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기획사로서 공중파 연말 가요제 FNS에서 아이즈원을 데뷔시키는 파격적 서포트를 제공했다. KBS가 아이즈원 퇴출 청원에 명확한 거절 의사를 공표하며 국내에서의 위험 요소도 일단락되었고, 한일 합작 프로젝트는 궤도에 올랐다.      


무엇보다, <프로듀스 48>은 쇄락의 전조에도 불구하고 값 비싼 유산을 남겼다. 2년 6개월에 달하는 긴 계약 기간과 강력한 코어 팬덤 인수인계다. <프로듀스 48>은 지난 시즌보다 화제성은 적었지만 시청자 참여 열기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1 최종 1위 전소미는 80만 표를 받았고, <프로듀스 48> 1위 장원영은 30만 표를 받았지만 방송 전체 투표수는 각각 460만, 440만으로 엇비슷했다. 새로운 포맷 한일합작이 더해지며 매너리즘에 처한 방송에 새로운 시청자 층도 유입하였다. 말했듯이 <프로듀스 48>은 방송 내내 순위의 부침이 심했고 이 점이 각 팬덤에게 한층 더 경쟁에 몰입하게 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한편 종반으로 갈수록 데뷔조 구성은 대다수 시청자 바람과 정반대 방향으로 치달았는데, 항간에는 ‘대탈출 48’, “이게 나라냐” 같은 자조 섞인 야유가 횡행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마지막 방송에서 대반전처럼 현재의 데뷔조가 탄생했고 시청자들은 아이즈원의 탄생에 열광했다.      


아이즈원은 말 그대로 ‘굴곡’의 역사가 낳은 그룹이다. 이 방송 시리즈 자체가 시청자들의 과몰입으로 지속되는 방송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팬덤을 더 강렬하게 결속해주는 장치가 산재해있었다. 시청자들은 석 달간 감정의 청룡열차를 타고 질주하다 하차했으며 그 어느 시즌보다 ‘내 손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애정과 몰입감, 이 그룹과 더불어 좋은 날을 즐겨보겠다는 동기부여, 거의 사명감이라 부를만한 책임감이 넘쳤다. 그 첫 번째 사명이 도처에 은폐 엄폐한 안티 세력, 방송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염세적 비평에 맞서는 것이었고, 격화되는 외부의 ‘때리기’는 역으로 팬덤의 투쟁심과 결속력을 강화했다. ‘위즈원’이라 이름 지어진 팬덤이 아이즈원과 어떤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심리상태는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아래 그림에 명징하게 요약돼있다.






‘위즈원’은 트와이스의 팬덤 ‘원스’를 제외하면 걸그룹 팬덤으로서 전례가 없을 만큼 거대한 병력으로 출범했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연락망을 가동한 채 여론전과 영업전을 수행하고 있다. 아이즈원은 설왕설래 속에서도, 데뷔 앨범 발매 후 첫 일주일 간 8만 장을 팔며 역대 걸그룹 데뷔 기록 두 배 가량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다른 활동 무대 일본에서도 파란은 이어졌다. 지난 2월 일본 데뷔 앨범을 30만 장 팔아 치우며 역대 케이팝 그룹 기록을 또다시 큰 폭으로 경신했다. 방송의 상대적 흥행 부진과 강력한 코어 팬덤, 데뷔 직후 외부에서 몰아친 악재와 그걸 보상해주는 거대한 트로피. 아이즈원은 모든 면에서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꼭 그만큼 잠재력을 품고 있었고, 하나씩 성과를 거두며 팬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 서포트의 동기 부여를 최고조로 재충전하고 있다.

     

<프로듀스> 시즌1과 시즌2가 낳은 그룹 IOI와 워너원은 공전의 방송 흥행 덕에 화제성이 맥시멈인 상태에서 데뷔했고, 그 기류를 타고 날아오르기만 하면 되었다. 반면 아이즈원은 무언가 결핍되고 위기에 놓인 채로 시작했고 그것을 채우며 한걸음 씩 도약해 간다. IOI, 워너원 보다 2년, 1년가량 긴 2년 6개월 활동 기간 또한 이들을 ‘준정규 그룹’에 가까운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오디션 방송과 프로젝트 그룹의 연계는 연예 산업에 없는 새로운 기획이었지만, 시행착오가 반복되며 팬덤과 기획사는 그룹 운영을 정상화하는 학습 효과를 얻었다. 몇몇 기획사의 ‘겸임’ 이탈로 그룹 활동이 반 토막 난 IOI, 그룹 팬 보다 개인 팬 기조가 우세했던 워너원과 달리 아이즈원은 출범과 함께 ‘하나의 팀’으로 운영하고 서포트하는 원칙을 확립했고, 벌써부터 계약 연장을 향한 희망을 피력하는 팬들이 있다.


바로 이 점이 아이즈원과 선배 프로젝트 그룹이 다른 결정적 차이점이다. 선형적 이야기가 작성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마련돼 있고, 낮은 곳에서 시작해 높은 곳을 바라본다. 아이즈원은 프로젝트가 뜻하는 단기간의 일회성 기획의 범주를 넘어선, 최초의 성장형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이다. <프로듀스 48>부터가 역대 오디션 방송 중 성장이란 코드가 가장 높은 재현율로 재현된 방송이었는데, 일본인 연습생들은 실력이 부족한 대신 처음 겪는 트레이닝의 효과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미야와키 사쿠라는 데뷔 전후 퍼포먼스가 거듭난 데다, 일본인 멤버들의 한국어 실력이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 이 또한 팬들에게 '내 가수'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보람을 주는 요소다. 이 모든 굴곡과 균열, 그리고 극복의 성장 서사는 서두에서 쓴 아이즈원의 매력, 정체성과 조응하며 한 편의 입지전으로 작성되고 있다. 그들에게 남은 미완의 과제, 여전히 한 눈금 부족한 대중성과 미진한 음원 차트 성적, 해소되지 않은 안티 여론은 차후 또다시 이겨내야 할 목표물로 남아있고, 이 여분의 굴곡과 균열이 아이즈원의 성장 서사를 현재 진행형으로 유지해 미래에 이어지도록 한다. 

    

아이즈원의 성공은 멤버들 매력과 팬들의 열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이 성장 서사를 성립시키는 콘텍스트는 아이즈원의 양대 후원자, 독과점 연예 기업 CJ E&M과 AKS의 뒷받침이다. 다른 그룹이라면 진즉에 무너지고도 남았을 난관에도 지속적인 활동 채널을 제공했고, 불안한 외교적 기류에도 일본 시장에 안정적으로 착륙하도록 이끈 존재들이다. 아이즈원 팬들은 한국과 일본, 홍콩에서 이뤄진 MAMA 시상식 전회 출연과 일본 FNS 가요제, 뮤직스테이션 출연을 두고 “대기업 푸시가 달달하다”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여기엔 CJ E&M이 엔터업계에서 지닌 양가적 지위가 작용한다. 거대 자본을 구축하고 있지만 음악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소위 3대 기획사에 뒤쳐진 후발 주자로서, ‘언더독’을 키우고 역전승하는 쾌감을 확실하게 맛 보여주는 배후인 것이다. 사람들은 고난과 결핍 또한 가진 자의 손에 쥐어질 때 드라마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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