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과 트위터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정리해고 행보와 파장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트위터에선 트위터가 사라진다면, 이란 가정 명제로 토론이 오가고 있다. 다시 만날 장소로 다른 SNS 등을 제시하거나, 각자 트위터를 통해 몰두하는 분야가 입을 영향을 말하기도 한다.
트위터가 단시일 내에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내 생각엔 트위터가 사라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는 케이팝이다. 정치는 이미 정치 얘기가 오가는 커뮤니티들이 있고 영화, 만화, 드라마, 웹소설 같은 문화 상품은 콘텐츠 자체로 매출이 나오지만 케이팝은 뮤비와 음원이 그 자체로 돈이 안 된다.
앨범, 굿즈 같은 돈이 되는 파생 상품을 팔려면 팬덤이 있어야 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네트워크가 수요 창출의 구조물이 된다. 트위터는 이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생성/유지/확장되며 팬덤 내부의 하위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케이팝의 본진'이다. 실제로, 어느 그룹 공식 계정이라고 말하면 다들 트위터 계정으로 알아먹는다.
위버스 같은 팬 커뮤니티는 네트워크의 교차가 아니라 일방향으로 소식이 전달되고 그에 대한 피드백만 가능한 구조다. 팬덤 개개인의 거점과 자생성이 없는 데다 외부에 대해 닫힌 장소라 대안이 못 된다. 유튜브와 인스타도 콘텐츠를 전시하거나 구독하는 장소지 다층적 네트워크는 아니다.
다시 말해, 팬덤의 자생성과 글로벌화가 케이팝의 명줄이라면, 트위터는 그 두 가지에 관성을 제공하는 기반 시설인 셈이다. 내일 당장 트위터가 사라져도 케이팝은 물론 존재하겠지만, 그것은 어제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