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MC 워너비

갑작스레 기분이 번잡할 때가 있다. 아궁이가 이글거리는 가마솥처럼, 머릿속이 들끓고 푹푹 찐다. 그득히 들어 찬 증기가 아우성치며 빠져나갈 구석 없이 밀봉돼 있다. 별 다른 일도 없이 번민하고는 한다. 지금 눈앞의 무엇이 아니라, 기억이 끄집어낸 과거 때문에 우울해 지곤 한다. 열쇠 구멍 같은 계기가 발생하면, 심리적 연상 사태가 봇물 터지듯 전개된다. 마치 끝없이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그때, 도미노의 마지막 조각이 가닿는 기억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반영이다.


이 다스리기 곤란한 감정들 역시 시간이 거두어간다. 모든 크고 작은 슬픔과 불행이 그러하듯이. 다만 반복될 뿐이다. 기억은, 청거북이처럼 대가리를 집어넣었다, 자의식의 빈틈을 노려 잽싸게 목을 빼고 흉물스럽게 날 쳐다본다. 결국, 과거는 떼어 낼 수 없다. 견디고 무던해질 뿐이다. 밀물과 썰물에 시달리는 돌 무더기 해안처럼 나는 쓸리우고 깎여나간다. 온 몸뚱아리를 시간의 조수간만에 내맡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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