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 pop Critic

노화한 트렌드세터

2025 MAMA 지드래곤

by MC 워너비


2025 엠넷 MAMA는 지드래곤이 대상을 수상하며 끝났다. 지디는 출연진 중 가장 긴 무대를 배정받았는데, 그 무대에서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논란에 올랐다. 마이크로 송출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AR(보컬이 녹음된 반주)이 크게 틀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디는 라이브를 소화하기 힘든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트 브레이커’ 무대는 트랙의 절반 정도를 마이크를 입에 대지 않은 채 흘려버렸고, 피날레를 장식한 ‘무제’에선 멜로디의 형체를 갖추지 못한 목소리가 위태롭게 뱉어졌다. 사람들 반응은 냉담했고, 팬들은 우상을 방어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컨디션이 나빴던 걸까? 그런 해프닝으로 넘기면 되는 걸까? 지디의 라이브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있었던 콘서트에서도 공연 영상이 유출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이건 일시적 사고가 아니라 슬럼프든 뭐든 그가 무대에 계속 서기 위해선 극복해야 하는 위기인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논란 아래에 깔린 세대적 구조다. 지디는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다. 그가 속한 빅뱅과 솔로 활동을 통해 지나간 시절, 00년대 중반부터 10년대 초반까지를 상징하는 한 세대의 아이콘이다. 그를 추앙하는 이들은 교실에서 ‘거짓말’과 ‘Fantastic Baby’를 교가처럼 부르며 자란 30대 남성이 다수다.


지디는 88년생으로 올해 서른일곱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군 입대와 맞물려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고, 작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셀럽으로서 지디의 영향력은 2010년대 초중반에 절정에 달했다. 평범한 패션 아이템도 지디가 착용하면 트렌드의 상징이 됐다. 이후 케이팝에는 글로벌 산업의 격변이 도착했다. 지디를 넘어설 만큼 넓은 족적을 남긴 BTS와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이 등장했고, 새로운 젊은 세대와 호흡하는 신인 그룹들이 나타났다. 지디에 의해 젊음이 대표되고 유행이 선도되던 때는 지나갔다.


이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케이팝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현재까지 영향력을 드리우는 레전드. 그것이 과거와 현재가 화목하게 조화될 수 있는 그의 위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여전한 ‘트렌드 세터’로 호출하는 이들의 기억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엠넷 측이 지디에게 올 해의 가수상을 선사한 것도 그렇다. 지디의 컴백 앨범은 나름의 상징성을 품고 있지만 국내와 아시아에 국한된 화제성을 발휘했다. MAMA의 시상 기준은 국내 음원보다 음반과 글로벌 지표의 합산 비중이 더 크고 지디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아이돌들이 있다. 현재를 결산하는 시상식에서 과거의 영광이 더 무겁게 여겨졌고, 시상식의 권위가 사용돼 과거가 현재를 덮어썼다.


지디의 라이브 사태는 이상의 부조화가 봉합되지 못하고 실밥이 터져 나온 순간처럼 보였다고 할까. 여전히 근사하고 아이코닉한 자기 연출의 이미지를 현실이 받쳐주지 못했다. 어느덧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이름, 자신의 전성기를 현재 모습과 구분하지 못하는 대명사 ‘영포티’와 닮았다. 지디의 라이브가 실패한 순간은 70년대 생들에게서 비롯한 ‘영포티’란 현상에 어느덧 80년대 생들도 진입하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영피프티’ 박진영의 재작년 청룡 영화제 라이브 논란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영포티’를 미워하는 여론과 지디를 추앙하는 여론이 2030 남성들의 커뮤니티라는 동일한 장소에 형성돼 있는 건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그들이 미워하는 4050과 자신들의 정서 상태에 동질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영광의 시절’을 낭만으로 기리고, 그 낭만을 시간 속에서 방부 처리하려고 한다. 자기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왕년의 셀럽이 아니라 ‘영원한 트렌드세터’라고 호명하는 의식을 통해서 말이다. 이것은 ‘영포티’ ‘영피프티’를 위해 미디어가 제공한 기획과 다르지 않으며 끝없이 복고로 불려 나왔던 90년대 숭배와 닮은 꼴이다. 과거의 미화를 비판하는 이들조차 과거에 붙들려 있다. 저마다 자기 세대의 추억을 현재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한다. 지디와 관련된 일련의 현상은 90년대와 Y2K에 이어 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까지 기억의 잔해에서 일어나 복권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증상이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닫힌 시간이다. 사람들이 빅뱅의 지디, 이십 대의 지디와 함께 보낸 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건 줄 지어 돌아오는 과거의 행렬 속에서 공동체가 현재를 더 긴밀하게 살아 내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결단이다. 지디에게 필요한 것도 어제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자신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스스로를 갱신하는 일이다. 그것은 한 시대의 아이콘을 과거의 무게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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