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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나 Jan 22. 2022

재판

2020.05.02 일기

약의 용량을 늘렸더니 다시 메스꺼워졌다. 기분이 좋아지려고 먹는 약에 적응하려면 메스꺼워야하다니,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메스꺼움이 힘들어 다시 약 용량을 줄여야하나 말아야 하나 두 선택지 사이에서 머릿 속이 복잡하다.


 이 년 반의 시간동안 반 년의 시간마다 기분의 추락이 반복된다. 다섯 번 째이니 꽤나 주기적이다. 내 생리주기보다 훨씬 예측가능한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작년 이 맘때 쯤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선생님이 그랬었다.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사는게 계속 힘들거라고. 삼십오년 넘게 유지해온 성격을 고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나라는 사람 때문에 넘어진 느낌이다. 새삼 느끼는 세상이란 파도로 가득한 곳인데, 세상을 바꾸지 못할거라면 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세상만큼 바꾸기 어려운 것이 나라는 사람이다.


 팽팽 돌아가는 머리 속을 비우고 싶다. 찰나보다 더 짧은 주기로 떠오르는 생각들, 그에 따라 바뀌는 기분을 멈추고 싶다. 뜨겁게 태양이 비추며 활력이 넘치는 바닷가같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바닷가에 살게 되면서 바다색이 매일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의 색깔은 바다의 의지로 바뀌지 않는다. 태양과 구름과 바람에 의해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은 회색빛 바다인데, 뜨겁게 태양이 비추는 짙은 파랑의 하얀색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색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의지로는 불가능한 것을, 주변 환경에 의해 바뀌는 것만을 바라는 것일까. 의지가 약하다는 것은 죄일까. 그냥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나는, 왜 나를 자꾸 재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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