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상담 어플 inside 활용법
브런치에 나의 우울증을 기록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개인적 기록의 목적이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삶이 의미 없다고 확신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을 내가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기록해 놓고, 나중에 삶을 살아가다 어떤 미래에 또다시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내가 기록한 글을 다시 읽어보고 경험을 발판 삼아 이전보다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울증에 대해 사람들에게 더 자세히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어떤 마음을 겪는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심리 상담은 어떻게 받는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어떤 진료를 하는지, 어떤 약을 먹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가족과 친구들, 직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소상히 알려주고 싶었다. 우울증이 막상 닥치면 병을 인지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나의 병을 인지하고 나서는 이 병을 주위에 어떻게 알려야 할지, 아니, 숨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의 병을 주위에 알려도 괜찮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알려도 되는 세상이 왔다는 간절한 바람에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흔적을 세상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과 같은 멀쩡한 사람이라는 것을, 차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나아가서는 우울증 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질환까지도.
그렇게 연재를 몇 달간 이어가던 와중에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라도 설렐만한 제목이 메일함에 들어와 있었다.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와 나 드디어 책 써보는 건가!! 하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메일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출간의 제의는 아니었고, 비대면 상담 어플인 inside를 개발한 오웰헬스 대표님의 비대면 상담 서비스 이용 후 경험에 대한 집필 의뢰였다. 심리 상담으로 큰 도움을 받은 덕에 심리 상담의 큰 지지자이며, 우울증을 타지에서 앓느라 비대면으로 심리 상담을 받아본 터라 이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무엇보다 이 회사의 미션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와 함께 연재하고 있는 창업 관련 매거진에서도 썼듯이 회사의 미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로써 정신건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문장에 나 또한 그런 의도를 가지고 글을 써나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였다. 누구라도 먼저 혼자 춤을 추고 있으면 한 사람, 두 사람씩, 사람들이 따라서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다 같이 춤을 추게 되는 거라고 했던가. 나 혼자 세상의 구석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 그런 느낌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AYbP0uJiso
그리하여 이 글은 Inside 어플을 다운받아서 어플 내 컨텐츠 및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1회 이용해 본 경험담이다. 오웰헬스 측에서도 솔직히 써도 무방하다고 쿨하게 말해주었고, 나 또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가지고 속이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기 때문에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Inside의 추천하는 기능
일단, 비대면 상담을 이용하기 전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어플의 "마음 관리" 탭에서 나의 마음건강에 대해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점이었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면, 성인 ADHD, 번아웃, 자존감 부족까지 총 7개의 테스트를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다. 문항이 많지 않아서 금방 테스트해볼 수 있고(체감 문항 수는 MBTI 검사 문항의 1/20 수준이다), 코로나 백신이 나와서 많이들 알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에서 만든 우울과 불안 테스트와(화이자는 Zoloft, Zanax 등의 우울증, 불안장애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유수 학회들이 개발한 스트레스, 성인 ADHD 검사들, inside 연구팀과 의사들이 개발하였다는 불면증 심각도 척도 등으로 내 정신건강의 여러 면모를 테스트해볼 수 있다. 마음 버전 건강검진의 느낌이랄까. 나의 경우는 우울은 상당히 낮게 측정되어서 나의 우울증이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기쁜 마음이 들었고, 불안, 스트레스, 번아웃의 경우는 우울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심각한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자존감 부족의 경우에는 평균적인 자아존중감을 보였고, 성인 ADHD도 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외부 스트레스가 매우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의 마음의 건강신호는 파란불이 켜져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보통 우울증은 2주 이상의 지속적인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 병원에 방문해보라고 하는데, 이렇게 진단해 보는 것이 어렵다면 inside 어플을 깔고 쉽게 매일 검사를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짜 기능이니 충분히 활용해 보시라.
그리고 두 번째로 맘에 든 것은 어플 내에서 "스토리"로 제공되는 정신건강 관련 정보들이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사회약학을 공부하였는데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강의하신 정신건강 관련 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다른 동반질환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결과 때문에 미국 보험사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의료보험 가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참 치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실비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 우울증을 앓은 이후에는 교수님의 강의가 다시 상기되며 나는 아예 실비 보험 대상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러다 다리가 부러진 친구가 실비보험으로 의료비를 청구하는 내용의 통화를 하다가 너는 실비 없니? 하는 물음에 나는 우울증 걸려서 가입 안될걸.이라는 대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호기심 천국인 나의 친구가 직접 찾아본 결과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나 보험소비자연맹 등에 분쟁 상담을 해 볼 수 있다고 알려주어, 나도 실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었다. 그 내용이 inside의 스토리에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보험 가입이 힘든가요?'에 매우 상세히 잘 기술되어 있었다. 이렇게 막연하게 갖고 있는 옳지 않은 상식이나, 알고 있으면 쓸데 있을 정신건강 관련 상식들에 대해 찾아볼 수 있다. 아래 주제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어플다운 받고 휘리릭 읽어보시면 좋겠다.
우울감 vs. 우울증 뭐가 다른가요?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악영향을 미치나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공무원 결격사유인가요?
코로나에 감염되면 정신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나요?
정신과 진료, 기록에 남나요?
정신과에서는 어떠한 치료를 하나요?
예민한 우리 자녀, 혹시 우울증은 아닐까?
받아 적다 보니 나도 궁금해서 중간중간 글쓰기를 끊고 들어가 읽어보았다. 마음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다운받아 놓고 앞으로 더 올라올 것 같은(더 올리시리라 믿는다) 정보들을 주기적으로 읽어보는 것도 도움 될 것 같다.
inside 상담 경험담
inside의 주된 기능(=이 플랫폼이 돈을 버는 구석)은 비대면 상담 서비스이다. 어플의 "선생님 찾아보기"에 들어가면 무려 50명(2022년 5월 기준, 일일이 세봤다)의 상담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 50명의 선생님들의 사진과 함께 경력, 전문분야(인간관계, 가족/연인, 우울, 스트레스, 자존감 등)와 50분 기준 상담비용(보통 심리 상담은 50분 기준이다), 내담자들의 평, 선생님 인터뷰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터뷰는 꽤 자세히 되어 있어서 선생님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내가 선생님을 선택했던 기준은 같은 성별일 것, 상담 공부를 오래 하셨고 경력이 길 것,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을 것이었다. 내가 기존에 상담을 받고 있는 선생님께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캐릭터의 선생님으로 찾아보았던 것이다. 나에게 맞는 상담 선생님을 한 번에 찾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소개팅도 몇십 번은 해야 맞는 사람이 나올까 말까인데, 상담 선생님은 훈련받으신 전문가들이라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몇 번의 시행착오는 각오해야 한다. inside에서는 다양하고 검증받은 선생님들이 많아서 상담 선생님을 일일이 알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 보인다.
나는 심리 상담을 약 3년간 받았는데, inside에서 제공하는 1회의 심리 상담이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담받은 짬바와 inside에서 내가 신청한 상담 선생님의 짬바가 합쳐져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상담을 받았다. 심리 상담은 자신의 성격 형성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나의 과거를 파고드는 작업을 상당기간 필요로 하는데 나는 그 작업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였고 현재의 당면 과제에 대한 상담을 요청드렸는데, 선생님은 순식간에 나의 상담 진척 상황과 나의 성격,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내가 제시한 문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 감정을 표출하는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내 감정이 불편하다는 것은 파악하는데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데까지 오래 걸려서 그 기간 동안 속이 문드러지고, 그 기간이 오래될 경우 소화기관이 셔터를 내리고 일을 그만둬버리곤 한다는 것이다. 나는 기분이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을 머릿속으로 한참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끼워 맞춰 입을 열어 이야기하는데, 상담 선생님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이런 성격인 것은 내 욕구대로 행동할 수 없었던 양육환경에 원인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셨다. 아, 맞다. 나 서른 언저리까지 한 번도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본 적이 없었지. 그리고 선생님은 현재 나의 패턴은 1) 기분 나쁨 인지 2) 기분 나쁨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찾음 3) 감정이 찼을 때 표현함인데 이 것을 더 간단히 1) 기분 나쁨 인지 2) 표현함 이렇게 바꿔가야 하는데, 그 표현이 두서없어도 되고, 버벅거려도 상관없다. 그냥 그 감정을 느꼈을 때 '이거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기분 나빠.'라고 말해도 된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와 그렇게 두서없는 그런 말 저는 못하겠어요' 라며 뒤로 넘어가는 나에게 그렇다면 친구들에게 내가 기분 나쁘면 하는 순화된 말을 주지 시켜주라고 얘기해 주셨다. '나 좀 그런데.' 정도의 맹숭맹숭한 순한 말이라도 알리고 시작해 보라고. '나 좀 그런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말을 시작으로 감정 표현의 연습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inside에서의 상담 경험으로 이 비대면 상담기능을 활용하기 좋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울증을 앓고 상담 치료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엔 상담 선생님을 알아보는데 쓸 에너지조차 부족하다. 주변의 누군가가 추천해주면 믿고 갈 수밖에 없는데,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는 맞는 파장이 존재하듯이 상담 선생님과도 궁합이 존재한다. 나랑 맞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 첫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inside를 통해 검증된 선생님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비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러 갈 기력도 없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그리고 지방이나 해외에 사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상담은 모국어로 받는 게 나의 감정의 톤을 전달하기 쉽게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이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있는 곳에서는 맞는 선생님을 찾아 매번 상담을 받으러 서울에 오느니 비대면으로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즉각적인 고민 해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사회생활 초기에 사수였던 대리님이 사원이었던 나와 동기들에게 너희끼리 머리 맞대고 고민하지 말고 제발 물어봐! 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마음 건강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 하는 상담도 하루이틀이고, 다들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근본적이거나 색다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나의 우울감,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스, 섭식장애, 조절할 수 없는 분노 이런 것들 모두 전문가에게 상담해 보셨으면 한다.
장점만 나열했으니,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무엇이냐. 첫 번 째는 어쩔 수 없는 비대면의 한계이다.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해'라는 말처럼 대면해서 하는 대화에서의 이해도는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상담을 하면 필수적으로 눈물 콧물 짜는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그때 크리넥스 한 장이라도 건네받는 그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선생님을 직접 만나고 싶거나, 상담자의 입장에서 내담자를 만나서 상담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서로 요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칼 같은 50분 상담 끝맺음이다. 사람 간의 대화라는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 딱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50분 만에 꺼져버리는 화면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선생님과 마무리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헤어져버린 것이 아쉬웠다. 그 부분은 inside에서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언니네 이발관의 '혼자 추는 춤'의 가사를 들여다보았다. 노래의 끝부분의 가사는 이렇다.
나 그런 곳을 꿈꾸네
누구도 그런 곳을 꿈꾸네
다들 여기 아닌 곳에 있고 싶어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곳에
끝까지 포기 않는 곳
누구도 포기 않는 곳
...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있다
부디 워우워우 언젠가
다 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춤추며
진심으로 모두가 본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나의 정신건강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와는 더 깊은 대화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너무나 많고, 그들은 나와 별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숨기고 거리낄 이유가 없다. 모두 다 나의 아픔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세상, 한 사람도 생을 포기하지 않는 세상, 어렵겠지만 inside 가 꾸준히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나도 옆에서 열심히 함께 춤추겠다.
* 글 제목 배경 이미지는 다음 웹툰 '퀴퀴한 일기'의 이보람 작가님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이냐냐의 풍기문란’에서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