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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나 Jan 01. 2023

홍콩에 가면 섬에 들르세요 - 타이오 편

홍콩의 작은 어촌마을 타이오

타이오에 관심이 생겼던 건 한 호텔 사진을 보게 된 순간부터였다.


'시계 이만 원~ 이만 원~'

홍콩 여행할 때 한국말로 짝퉁시계 호객행위를 하는 인도 아저씨들을 기억하시는지? 코로나 중엔 많이 사라졌지만, 홍콩 여행을 한다면 모든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침사추이의 풍경이다. 침사추이에는 여러 쇼핑센터들이 존재하는데 쇼핑하기에 딱히 상점들이 많진 않지만 건물이 참 예쁜 곳이 1881 Heritage이다. 예전에 홍콩해양경찰서 건물이었던 이곳은 홍콩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유럽풍 건물 중 하나다. 1881 Heritage 에는 호텔도 있는데 아름다운 건물에서의 호캉스를 생각하며 Heritage hotel에 대해 찾아보다가 홍콩의 다른 곳에 또 다른 Heritage hotel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서를 개조하여 만든 Tai O hotel, 출처: Google map


홍콩 국제공항이 있는 란타우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타이오(Tai O)라는 어촌마을에 위치한 Tai O Heritage Hotel이었다. 침사추이에 있는 1881 Heritage hotel과 비슷한 하얀색의 유럽풍 건물인데, 동양에서 유럽을 느낄 수 있는 홍콩의 매력을 복닥 복닥 한 홍콩섬이 아닌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게 끌렸다. 이 호텔 역시 예전에 작은 경찰서였던 곳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많지는 않지만 방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꾸며놓은 곳이었다. 홍콩인들에게 유명한 곳인지 두세 달 뒤까지 예약이 가득 차 있어서 예약이 쉽지 않은 곳이다.


홍콩의 동쪽 끝, Tai O island


한동안 같이 갈 사람을 모색하며 탐색하다 어디든 선뜻 함께해주는 친구와 함께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타이오는 란타우섬의 동쪽에 거의 붙어있다 시피한 작은 섬이다. 란타우와는 당연히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을 입구까지 버스 또는 택시로 갈 수 있다. 홍콩섬에서는 란타우섬까지 페리를 타로 가서 버스 또는 택시를 불러서 들어가면 된다. 란타우섬 택시는 홍콩섬의 시그니처인 빨간 택시가 아닌 파란색 택시이다. 홍콩의 택시는 지역마다 색깔이 조금 다르다. 홍콩섬은 빨간색, 신계(New Territory) 지역은 초록색, 그리고 란타우섬에는 파란 택시가 다닌다. 홍콩섬에서보다 택시가 많지 않아 잡기 어려우니 터미널에서 조금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Mui Wo 페리 터미널과 홍콩에서 낯선 파란 택시


우리는 페리를 타고 란타우섬의 Mui Wo pier에 내려서 나름 작은 관광지인 Mui Wo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타이오로 향했다. 란타우섬은 홍콩섬보다도 큰 섬인데 크기가 큰 만큼 다양한 루트로 하이킹도 갈 수 있고, 북쪽으로는 디즈니랜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디스커버리베이, 남쪽으로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비치들이 여러 개 있는 섬이다. 참, 그 유명한 커다란 Tian Tan Buddha 상도 있는 곳이다. Mui Wo 피어에서 1번 버스를 타면 1시간가량 걸려 란타우의 남쪽에 유명한 Cheung Sha beach를 지나 타이오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타이오는 작은 어촌 마을인데 바다 위에 지어진 수중가옥들도 있는 데다가 골목골목이 매우 좁아서 호텔 앞까지는 마을을 구경하며 걸어 들어갔다. 좁은 골목에 러닝셔츠를 입거나 혹은 아예 웃통을 까고 마작을 치고 있는 아저씨들(친구가 같이 친대서 말리느라 혼났다), 말린 해산물을 구워 팔거나 수제 해산물 소스들을 파는 길거리 좌판들, 타이오의 특산품인 말린 노른자를 만들기 위해 노른자를 말리고 있는 소쿠리들을 구경하며 슬슬 걷다 보면 호텔에 도착한다. 호텔에서 나올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캐리어를 끌고 20분여를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게 번거로울 수 있는데 둘러 가는 육로대신 짧게 호텔까지 수상택시를 타고도 갈 수 있다. 나올 때는 편하게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 수상택시를 불러 타이오 마을 입구에 도착했었다.


Tai O 골목 풍경


호텔은 사진에서처럼 작고 아담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경찰서를 개조해서인지 체크인을 할 수 있는 로비와 방들은 모두 작은 방(설마 감옥?)과 같은 구조였다. 룸컨디션은 호텔 홈페이지의 사진에서와 같은 5성급에 부띠끄 두세 방울 떨어뜨린 느낌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4성급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홍콩의 더위가 풀려가는 10월 쯤엔 작은 도마뱀들이 호텔 복도에 기웃거리고 있는 곳이었다. 


타이오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보니 식당도 많지 않고 저녁에 일찍 다 문을 닫아버려서 호텔에 딸려있는 레스토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할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도 늦게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호텔에 늦게 도착한다면 미리 타이오 골목의 상점들에서 주전부리를 사가는 것을 추천. 호텔 음식 맛과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호텔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깔려있는 타이오 지도는 이제 내 방 벽에 붙어 있다.


Tai O Heritage Hotel


우리나라도 이제 지방 소도시에 가도 감각 있는 젊은이들이 작은 가게들을 많아졌는데, 홍콩도 마찬가지다. 펭차우보다는 덜하지만, 타이오에도 힙하게 꾸며놓은 골목이나 카페, 가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다른 섬들에 비해 사람도 많지 않아서 힙한 카페를 전세내고 친구와 둘이 한참을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먹고 마시며 놀았었다. 맞은편 수상가옥에 사시는 분들에게 재미를 드렸던 것 같기도 하고. 


시골마을이 생각보다 힙하쥬?


색색깔의 연등 아래, 예쁜 소품가게들에서 소소한 쇼핑과 힙한 카페들을 들렀다면 홍콩 로컬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오의 특산품인 말린 노른자(Salted egg yolk)를 가지고 만든 고소한 여러 로컬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계란 노른자를 더 농도 짙게 말려 녹진해진 소스를 가지고 만든 볶음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로컬음식점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한자로 음식 몇 가지만 알아가도 대충 음식 재료 정도는 알고 갈 수 있다. 여행지에서 식당주인과 20% 정도만 통하는 의사소통을 통해 도대체 어떤 음식이 나올지 운에 맡겨보는 재미도 있으니까! 그리고 타이오는 아직 닳고 닳은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식당주인들도 친절하고 외국인인 우리를 신기하게 여기는 느낌이었다.


맨 왼쪽은 말린 노른자를 이용한 소스로 만든 튀김. 있으면 항상 먹어줘야 하는 두부디저트, 그리고 정말 맛있었던 말린 해산물 덮밥.


타이오의 수상가옥까지 한번 둘러보고 나면 작은 어촌마을 타이오는 다 둘러본 셈이다. 여유롭게 2박 3일의 일정으로 갔었는데, 란타우 쪽으로 나온 김에 버스를 타고 Ngong Ping의 Tian Tan Buddha를 보러 갔다. Tian Tan Buddha는 '무간도 3 - 종극무간'에서 뽀식이형을 닮은 삼합회 보스 한침이 이상하리만큼 쉽게 심등과의 사업을 성사시켰던 바로 그곳이다. 붓다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고 나면 망자를 기리는 명패들이 가득한 방이 있는데 장국영과 절친했던 홍콩의 여배우 매염방의 명패도 찾아볼 수 있다. 사찰에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빈 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통총 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 생각보다 꽤 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홍콩에서 마카오를 잇는 바다 위의 끝없이 긴 다리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내려온 통총엔 아웃렛도 하나 있으니 휙 둘러보고 홍콩섬으로 버스나 MTR을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왼쪽부터, 아쉽게도 공사중이던 Big Buddha, 매염방을 기리는 팬들의 자취, 홍콩식 향피우기


홍콩엔 3박 4일 여행으로 휘뚜루 마뚜루 하는 여행 이상으로 가볼 곳이 많다. 홍콩하면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만 상상하게 되는 것과 달리 어디를 가든 있는 산과 바다와 그곳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홍콩의 동쪽 끝 타이오에서는 홍콩섬과 구룡반도에서만 보았던 홍콩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시골홍콩의 색다름을 맛볼 수 있다. 


한적하고 마음편한 밤산책 중에 마주한 Tai O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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