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오늘도 크레인은 움직인다.
오랜만에 반짝이는 겨울 햇살을 보았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니 눈이 부셨다.
하늘, 햇살만 보면 봄이라고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차가운 바람이 볼을 때리는 것을 느끼면 역시나 겨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두리번 하다가 우연히 크레인을 보았다. 기존 대형마트가 있는 자리에 오피스텔 공사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벌써 높은 층까지 올라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이다.
토요일. 누군가에게는 지난 한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힘차게 달리고, 일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주말은 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주말도 절대 편히 쉬어가지 못하는 기간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반드시 자리를 지키고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사회라는 커다란 기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요일도, 토요일도 누군가의 희생과 힘이 필요하다.
다시 크레인을 쳐다본다.
토요일이라고 생각하고 멈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내가 본 크레인은 우직하게 좌우,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 단지 움직이는 것이 아닌 무겁고 큰 물건들을 쉼 없이 움직이며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일하고 있다.
크레인뿐 아니라, 건물 공사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높이 올라가고 있는 건물을 쌓아 올리는 것은 기계뿐 아니라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도 저 건물 어딘가, 위에든지 아래든지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하고 있을 것이다.
크레인, 그리고 공사현장.
나에게는 낯설지 않다.
이십여 년 전, 며칠간 아르바이트로 공사현장에 잡부로 일해본 경험도 있다. 그러나 이십여 년 전이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신 매일 만나는 그러한 사람들, 공사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오는 환자들을 마주하기에 그리 낯설지 않고, 안타까운 현장들이다. 지금 내가 살고, 일하는 건물 또한 누군가의 힘,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것이다.
지난 십여 일, 2024년 12월 03일 밤부터 세상을 더 요란하고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다. 다들 알고 있는 Martial law로 시작한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변함없는 일을 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 그리고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 다만 다른 점은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아예 만나지 않고,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바램을 매일 한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내 밥 길이 멈추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지만, 이 사회라는 집단이 계속될 경우 절대 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크레인이 계속 움직인다.
2024년 12월 14일. 여기는 저 멀리 여의도, 용산과 직선거리고 100km 훌쩍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곳과 다르게 크레인은 계속 힘차게 일하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오늘도 크레인은 움직인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크레인은 움직인다.
단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해 크레인이 계속 움직이면 좋겠다.
단, 안전하고 무탈하고, 다치는 사람이 없이 모두 행복하게.
2024년 12월 14일.
경첩의사의 주저리주저리 생각들입니다.
' 세상 모든 경첩들에게
경첩의사가 응원을 보냅니다! 수고했어 경첩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