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간 후배
후배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갔다.
정확히는 마당 있는 집을 사서 완벽한 리모델링을 하고 입주하였다. 내가 지난 주 가서 본 후배 집은 완벽하였다. 손수 집을 매수, 완벽하게 고쳐서 마치 새집과 같은 집을 만들었다. 같은 광역시에 사는 후배. 고등학교 후배이기에 같은 직업은 아니지만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며 사는 후배이다. 솔직히 부럽다. 이 후배에게는 바로 집 앞에 편의점을 슬리퍼로 갈 수 있는 이곳 광역시에서 어느 지역 군, 면, 리 지역으로 간다는 것이 크고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앞서 말한 편의점을 포기하고 자연과 맑은 공기, 그리고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 주 그 후배 집에 잠시 들렀다. 약 10여 분간 후배 집에서 후배와 이야기, 집 구경을 하였다. 첫인상은 마치 내 고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깡시골이 아닌 한 시간에 서너 대의 시내버스가 다니는 그런 지역이다. 어제는 내가 고향에 가는 길 중간에 잠시 들렀기에 오랜 시간같이 못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지만 후배가 애지 둥지 집을 가꾸고 고친 흔적들이 보인다. 바로 사진에서 보는 것 철럼 집 자체보다 넓은 마당이 압권이었다. 너무 넓어서 5 대 5 축구는 너끈하게 할 정도이다. 아직 마당에 잔디가 뿌리를 많이 내리지 못하였지만 비가 몇 번 더 내리고 거름, 비료도 주면 금반 초록으로 덮인 잔디가 풍성한 마당이 될 것이다. 마당 한쪽에는 자그마한 모닥불을 필 장소도 마련하였다. 반대쪽에는 조그만 텃밭도 만들어 먹을 것들 모종도 가지가지 심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것은 거실에서 통창문을 통해 바라본 시원한 풍경이었다. 거실 통유리 앞에 전혀 장해물이 없이 멀리 산과 들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내 가슴으로 들어오는 듯하였고 그 짧은 순간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였다. 아직은 봄이지만 더운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뻥 뚫린 시야가 더 멋져 보일 것이다. 마음 같아서 후배 집, 한쪽 방을 잠시 빌려 하루 이틀 시원한 공기 마시며 쉬며, 책 읽고 글 쓰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목적지가 있는 상황이고 후배도 가족과 함께 있는 집이기에 그런 무례는 안 하는 것으로^^
작년 가을 즈음 후배로부터 이사 갈 집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가끔 만나서 형 동생처럼 소주잔을 기울이는 동생이 이사 간다는 것이 서운하였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시골 생활을 꿈꿔왔던 후배이기에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지은 지 몇 년 된 집을 사서 새롭게 모든 것을 고치고 새롭게 살 예정이라고 하였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집을 완벽하게 고치고 이사를 한 것이다. 손수 못질도 하고 페인트칠도 하였다고 한다. 물론 전문가들이 주가 되고 후배는 옆에서 본인 집을 함께 꾸미고 고친 것이다. 내가 살 집을 직접 고치고 꾸미고 만드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된다. 물론 어깨나 팔뚝에 근육이 부족하면 그 일이 고될지 모르지만 중간 과정과 마무리를 상상만 해도 설렌다.
레고 조립과 같은 아파트에 산 지 이십여 년이 되어간다. 일반 시골의 주택, 다가구 원룸, 그리고 조그마한 주상복합 건물, 그 후로는 계속 아파트이다. 가끔 아파트라는 레고 같은 건물 한 칸에 사는 작은 레고 인형 같은 존재라고 생각이 든다.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만 가끔은 이렇게 조립구조물에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한 칸 조립식 건물에 살려고 아등바등 사는 내 모습이 한탄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금 15층 아파트 한 동, 라인에 좌우 15층 총 30칸 조립식 물건에서 꽉꽉 들어차있는 나와 그들 모두가 자연스럽기도 하다. 아파트 앞 공동 소유의 놀이터 면적만큼 후배는 앞마당을 가지고 살고 있다. 같은 공간을 1/30로 갖고 있는 나와 후배 차이가 훨씬 커 보이기도 하다.
후배를 만나면서 부럽다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 시골 생활 걱정도 함께해 주었다. 어린 시절 가로등도 없이 깜깜한 밤이 되면 너무 무섭기까지 했던 시골 생활이 생각난다. 여름철이면 앞뒤 좌우 모든 방향에서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고생하였던 기억도 있었다. 튼튼하게 모기장을 설치하고 해충으로부터 집안 평화를 지켜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런 작은 고민은 모기장과 해충퇴치 약물, 그리고 밝은 LED 등을 가지고 쉽게 해결 가능하리라 믿는다.
나도 시골 생활을 꿈꿔본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꿈을 꿔본다. 그것이 지금 당장이 될지 먼 훗날, 몇십 년 뒤가 될지도 모른다. 40대 아저씨인 나는 지금 하루 이틀, 고향에 가서 지내고 오는 것이 나의 시골 생활이지만, 막상 시골 생활 동경심으로 내 삶의 터전을 모두 시골로 가져간다는 것은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나의 솔직한 심정은 시골 생활 자체보다 나만의 여유로의 삶을 원한다. 무언가에 꽉 막힌 것이 아니라 마음 편한 삶을 원한다. 시골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5분만 뜀박질로 나가면 활짝 펼쳐진 나만의 공원이 있는 이곳도 좋다. 사람은 시골도 좋지만 어디든지 나만의 마음 편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 마음 편하고 쾌적한 나만의 삶을 나는 원한다.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간 후배가 내심 부럽기는 하지만, 내가 부러운 것은 집, 마당 같은 공간이 아니다. 집과 어느 공간보다 어디에 있더라고 나만의 세계와 내 마음은 안정되는 그런 공간을 나는 원한다. 단 한 칸의 조그만 공간이라고 나에게 맞는 그곳을 나는 원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나에게 최적의 공간일 수 있고, 다른 어디가 그곳일 수도 있지만... 뭐 인생은 항상 내가 원하는 정답을 찾아가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든지 내가 원하는 무엇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간을 원한다. 아마도 평생 그런 곳을 찾아가는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마당이 있는 후배 집에 놀러 가야겠다. 그때 가면 마당에서 후배 아들과 신나게 뛰어놀아볼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