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쉬지 않고 5km 달린 딸에게 감사하다.
딸아이 두 번째 마라톤 대회.
초등학생 딸아이, 쉬지 않고 5km 달리다. 뛰는 내내, 그리고 골인 지점 들어온 후에 감동, 감탄하였다.
달리기,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회에 나가서 옆에 함께 달리는 러너들이 있다면 한껏 더 힘이 난다. 추가로 달리는 길, 주로 옆에서 응원해 주는 크루들이 있다면 더 흥이 나고 속도도 저절로 빨라진다. 그러나 그런 대회에서 잠깐의 응원을 제외하고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 노력으로 뛰는 것이 마라톤이다. 십 년 넘게 뜀박질, 마라톤을 하여 어느 정도 짬밥이 몸에 배었다.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하였기에 십대가 된 딸에게도 이렇게 좋은 마라톤을 권유하였다. 2년 전 첫 대회는 멋도 모르고 뛴 딸이지만 이번에 대회는 미리부터 준비하기로 하였다. 미리 대회 일정에 맞춰 신청을 하고 약 4주 코스로 훈련 연습을 하려고 프린트로 연습 일정도 만들어주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레이스, 마라톤 즐거움을 주기 위한 마라토너 아빠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역시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나조차 바쁜 일상으로 제대로 딸아이에게 대회 준비, 외부에서 함께 뛰는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하였다. 그렇게 대회 전날. 어제는 미리 각자 티셔츠에 번호표, 이름표가 새겨진 배번표를 핀으로 고정하는 것으로 최종이자 본격적 레이스 준비를 마쳤다. 몸, 신체 준비가 아닌 마음만 준비하고 대회에 나갔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절대 마음만으로 되지 않기에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5km 정도는 딸이 잘 뛰어줄 것이라 내심 기대하였지만, 혹시나 딸이 중간에 힘들어하거나 지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초조하였다. 수많은 인파, 러더들 사이에서 중간에 지쳐버려서 걷기 시작하면 정말 낭패다. 무언가 얻기 위한 마라톤을 나왔는데, 지쳐서 걸어가는 와중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월해가는 굴욕을 맛본다면 정말 최악이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기대, 아니 바람으로 대회를 맞이한다.
역시나 대회 당일은 긴장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아침잠이 많은 딸을 간신히 깨워 대회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모여 마라톤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 출발하는 하프코스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뛰고 싶었지만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내가 아닌 딸을 위함이다. 10대 딸아이에게 마라톤, 뛰는 즐거움과 기쁨을 아빠가 선물해 주기 위함이다. 하프가 출발하고 10분 뒤, 다시 10km 출발을 하였다. 다시 10분이 지나면서 딸과 내가 출발선에 섰다. 5km이지만 딸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거리일 수 있다. 나도 10여 년 전 처음 달린다는 것을 시작할 때 채 2km 도 뛰지 못하고 숨차고 허걱거렸던 기억이 있다. 과연 오늘 딸이 잘 뛰어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출발하였다.
5km.
초보 러너에게 부담되는 거리일 수 있다. 지금 나에게는 부담 없이 속도를 조절하면서 편하게 뛰는 거리다. 최소 5km는 뛰어야지 그날 러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딸에게는 엄청난 거리, 부담일 것이다. 말이 5km 이지 그 5000m 그 거리를 뛰어간다는 것은 일반적인 체력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다.
초등학생 딸아이, 쉬지 않고 5km 달리다. 뛰는 내내, 그리고 골인 지점 들어온 후에 감동, 감탄하였다. 뛰는 동안 옆에서 끊임없이 잘 뛰고 있다고 힘을 내라고 말해주었다. 수시로 거리, 시간도 알려주면서 벌써 이렇게 많은 거리를 왔다고 격려해 주었다. 되도록 반환점 2.5km까지는 거리, 시간을 말해주지 않으려 하였다. 그래도 반 이상을 했을 때 성취감 등을 느끼고, 그 이후라면 자연스럽게 반을 뛰었다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한다. 반환점 이후로는 매 km, 그 사이사이 벌써 이렇게 많은 거리를 뛰었다고 칭찬하고 격려하며 뛰었다.
뛰는 중간 옆에서 하는 말이 들렸다.
'아직 2km 밖에 안 왔어. 휴...'
[ 이 대화, 말하는 사람은 분명, 잘 뛰지 못하고 몸이 상당히 힘들어하는 사람, 그리고 인생은 뭐라고 할까.... 긍정이 아닌 안 좋은 점들을 먼저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그 말을 딸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딸에게 말해주었다.
"벌써 2km 뛰었어. 정말 많이 뛰었어.
아주 잘 하고 있어. 우리 딸!!!
조금만 더 가면 반환점이고, 곧 골인, 완주하는 거야!"
'아직'이 아닌 '벌써'라고 딸에게 칭찬, 격려를 해주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걷지 않고 끝까지 딸은 뛰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5km 달린 딸에게 감사하다.
골인 지점 들어온 후 딸에게 다시 한번 칭찬과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빠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5km를 8번 뛰면 풀코스 마라톤이야.
언젠가 딸도 아빠와 함께 풀코스를 뛰면 좋겠다!
"
https://brunch.co.kr/@mdearnest/99
풀코스 마라톤은 마친 그 느낌, 한마디로 말하면 이것이다.
'할 수 있는데 안 해봤잖아!'
그래서 해봤는데 되잖아!
해봤는데 되잖아.
그렇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하나 사라졌다.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하면 된다.
이제는 하면 되는 것이다.
'끝까지 걷지 않고 뛰었다.' 이 말은 이번 레이스에는 못하였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골인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오늘 나 자신이 한 번 더 성장하였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이만 쓰려 한다.
준비부터 당일, 그리고 그 후 회복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천천히 풀어나가고 싶다.
2024년 11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