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재탄생, 치즈 감자전

[ 요리하며 또 다른 생각하는 경첩의사 ]

by 경첩의사

감자의 재탄생, 치즈 감자전 [ 요리하며 또 다른 생각하는 경첩의사 ]




1. 바싹한 탄수화물과 치즈의 만남.



입안 가득 바싹한 탄수화물이 맴돈다. 동시에 그 탄수화물은 녹아내리는 치즈 덕분에 맛이 두 배가 된다. 이 맛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마치 수능 수학 30번을 푸는 것처럼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맛 자체이다. 내가 만든 요리이지만 최고의 맛이다. 못생긴 감자에서 탄생한 최고의 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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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잘게 채 썬 감자를 부친다.


살짝 소금 간을 하고 95% 익은 감자전 사이에 치즈를 넣고 포개주어 치즈가 감자 사이사이로 스며들게 한다. 감자 자체만을 바싹하게 기름에 튀김, 요리한다면 봉지로 파는 포테이토칩과 같다. 그러나 요리에는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 두 배의 맛이 된다. 적절하게 베인 기름이 감자를 더 바싹하고 맛있게 익혀준다. 이왕이면 들기름을 사용하면 들기름의 은은한 향이 감자 맛을 두 배로 만들어 준다. 글로 쉽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서는 적절한 프라이팬을 흔들어줘야 하고, 딱 맞는 시점에 뒤집는 신공도 함께 더해야 한다. 오래전 칼질이 서투를 때는 감자를 잘게 채 써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오랜 내공을 키운 덕에 채 써는 것이 조금 익숙해졌지만, 때로는 채를 썰면서 힘이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 타이밍에 만능 채칼이라는 도구의 힘을 받았다. 역시 사람은 도구, 내가 몰랐던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면 더 좋은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오늘 요리도 새로운 만능 채칼을 이용하였다. 칼질보다 힘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신 균일하고 섬세하게 감자가 잘려 요리 준비가 한층 쉽고 정교해졌다. 역시 보기 좋은 재료, 음식이 맛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2. 감자의 재탄생을 위한 고민.




이 시즌, 하지를 앞둔 5,6월이 되면 감자를 꼭 먹어야 한다.


나야 뭐 잡식, 뭐든 그 자체도 맛있게 먹는 스타일이지만, 입맛 까다로운 가족들로 인해 감자를 새롭게 재탄생, 요리해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먼저 하지감자는 찐 감자로 먹어야 제맛이다. 젓가락을 넣어서 70% 힘을 주어도 쏙 들어갈 정도로 감자를 익혀야 한다. 뜨거운 감자를 솔솔 불어가면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햇감자는 무조건 이렇게 단순하게 만나야 한다. 감자 본연의 맛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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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먼저 아삭, 보슬, 담백함이 함께 느껴진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아삭한 담백함이 입안에 녹는다.

가끔 아직 뜨거운 감자가 입안에 들어가서 입안 가득 뜨거운 담백함으로 깜짝 놀라지만 이 또한 즐겁다. 옆에 준비한 시원한 물을 마시면 오히려 시원한 담백함으로 변한다.

햇감자의 첫 시작은 반드시 삶아서 먹는다.

그것도 푹, 아주 푹 삶는다. 껍질이 살짝 스스로 벗겨질 정도로 삶는다.

물로 흙을 적당히 닦아낸다. 고향 흙이 묻는 감자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

냄비에 씻은 감자, 물을 넣고 푹 삶는다. 대략 20여 분. 그러나 딱 정해진 것은 없고, 냄새와 젓가락으로 시간을 정한다. 단짠을 살짝 가미하고 싶으면 소금, 설탕을 적당량을 넣고 푹푹 삶아준다.

젓가락이 푹, 한 번에 푹 들어갈 정도가 내가 원하는 삶은 감자 익힘이다.

힘을 주어서 젓가락이 푸~욱 들어가는 삶는 정도는 안된다. 물을 살짝 더 넣고 푹푹 5분 더 삶아준다. 첫 햇감자 삶기는 아삭함과 바삭함이 함께 느껴질 정도로 팍팍 삶아준다.

살짝 냄비가 타기 직전 상태, 그 고도의 집중력으로 삶아준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감자는 젓가락이 필수다.

젓가락이 감자 가운데를 관통하게 꽉 넣은 후 조심스럽게 껍질을 깐다. 보기만 해도 바삭 삶아진 감자가 먹음직스럽다.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간다. 입안에 들어간 감자가 아삭, 담백함으로 녹아내린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마구마구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맛있는 감자를 아이들은 왜 잘 안 먹지?

나도 고백하건대 이제 이 감자 맛에 손이 적게 간다. 세상이 변하듯이 내 입맛도 자연스레 변해간다. 단짠맛에 너무 익숙해져서 햄버거, 피자에 더 익숙하고 자극적인 맛을 더 찾아간다. 이제 단순한 찐 감자와는 이별을 고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감자를 포기할 수 없다. 햄버거에 딸려오는 감자튀김을 집에서 매번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고, 참 고민인 상황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치즈감자전이다.

이왕이면 건강하게 맛있는 맛으로 내가 직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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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찐 감자로 계속 살아갈지, 아니면 치즈감자전으로 새롭게 살아갈지?



언제까지 과거의 관성으로 살아갈 수 없다. 스무 살이 되어 처음 갖게 된 삐삐만으로 세상이 너무 편하고 행복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손바닥 안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스마트한 세상으로 변하였다. 내 인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

추억의 입맛, 찐 감자도 물론 맛있다. 그러나 그 맛에만 갇혀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변하고 있다. 내 인생도 더 새롭고, 맛있고 즐겁게 변하여 바싹하고 담백한 치즈감자전같이 변해야 한다.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내 인생을 그 오래전 찐감자처럼 살아왔는지 생각해 본다. 새로운 것이 두려워, 기존에 하던 그래로 방식만을 찾아서 살아온 것이 아닌가?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한번 손이 더 가지만 감자를 잘게 자르고, 채칼로 갈아서 프라이팬에 잠시,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치즈를 살짝 넣어만 주면 된다. 뭐 그리 어렵지도 않고 시간도 단 몇십 분이 더 걸릴 뿐이다. 잠시 생각을 다르게 마음먹으면 가능하다. 찐 감자에 안주하지 않고 치즈감자전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만들지 않으려면 그것을 만드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다른 방법, 다른 사람 손으로 대신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느 방법이든지 오래전 관성에 머물지 않는 그것이 중요하다.





감자 자체의 맛, 삶은 감자 자체 맛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만 언제까지나 그것만을 고집할 수 없고, 더 맛있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치즈감자전, 다음 요리는 무엇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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