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친구인 외과의사를 통해 배우다.
어느 외과의사의 배려
친구, 친구인 외과의사를 통해 배우다.
배려.
의사는 환자 치료도 하지만 환자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외래 f/u 환자들의 검사는 왠만하면 9월 이후로 다 넘겨버렸다.
노인분들 검사하러오다 쓰러질까봐.
외래 간호사 통해 다 바꿔드리고 통보해드림.
내가 이렇게 디테일해요
[ 외래 f/u : 외래에서 follow up , 외래진료하면서 추적관찰하며 보는 환자를 말한다. ]
친구가 쓴 SNS에서 보고 순감 멈칫하였다.
나와 같은 외과의사. 30년 지기 친구. 그러나 그중 같은 공간에서는 딱 3년만 지냈고 그 후 다른 학교, 병원에서 서로의 일은 하고 있는 외과의사이다. 친구라고 하면 꼭 매일, 매달 보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먼 거리에 있으면서 같은 마음으로 일하는 친구는 더 끈끈한 친구이다. 같은 메스를 잡고 일하는 외과의사이기에 더 각별한 친구이다. 간혹 서로에게 전화하여 하소연, 한탄, 그리고 격려를 서로에게 전한다. 물론 이야기 중간 각자가 외과의사로서 환자를 살린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말하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40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묻곤 한다. 건강하게 환자를 치료, 수술, 살리자며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 사이다.
그 친구는 대장항문외과의사, 나는 외상외과의사이다.
같은 외과전문의이지만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이다. 내가 보는 환자, 외상외과의사가 보는 환자의 치료 후 과정을 그리 길지 않다. 최우선이 환자 목숨을 살려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명을 살렸다는 최우선의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타과, 즉 재활의학과 등의 도움으로 환자의 일상생활로 복귀를 돕는다. 퇴원한 환자가 외래 진료 보러 오더라도 건강을 찾았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외래진료를 통해 본다. 내가 치료한, 살려낸 중증외상환자는 그 이후로 재활의학과의사를 더 많이 볼 것이라 예상된다.
대장항문외과의사 일을 하고 있는 친구는 주로 대장암 환자 수술을 주로 하고 그 환자들의 추적 관찰을 위한 외래진료도 한다. 보통 암 환자의 경우 암 수술 후 5년간 정기적 검사, 진료를 통해 암 치료 후 관리를 한다. 내가 오래전 배웠던 대장항문외과 지식으로는 매 6개월, 매년 정기적인 혈액검사, 내시경, 시티 검사 등을 하면서 경과 관찰한다. 혹시 암이 재발, 전이되는지가 최우선이다. 물론 그 친구가 완벽히 수술한 환자들은 재발, 전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반드시 원칙에 따른 진료를 해야 하기에 만약 몇 해 전 여름, 혹시 겨울에 수술한 환자는 이번 여름에 정기적인 외래진료, 검사를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지난주, 이번 달에는 정말 최악의 폭염이다. 한낮에 밖으로 나가면 사우나와 다름없는 숨이 팍팍 막히는 더위로 고생이다. 나도 밖에 나가면 숨이 팍팍 막히면 너무 오래 외부에 있다 보면 쓰러질 정도이다. 뉴스에 매번 나오는 일사병, 열사병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외래 f/u 환자들의 검사는 왠만하면 9월 이후로 다 넘겨버렸다. 노인분들 검사하러오다 쓰러질까봐.
외래 간호사 통해 다 바꿔드리고 통보해드림.
내가 이렇게 디테일해요
다시 한번 보는 외과의사, 대장항문외과의사, 대장항문외과교수의 디테일, 배려다. 검사도 중요하지만, 고령의 암 환자들이 폭염에 쓰러질까 봐 걱정, 배려해 주는 친구인 외과의사. 친구는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서 일한다. 아마도 그곳 도시에 있는 환자들도 있지만 다수가 인근 시군, 시골의 노인 암환자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고령의 암환자들을 배려하는 외과의사, 친구의 마음이 느껴진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묻지 마, 억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살만한 이유는 이런 세심한 배려는 하는 외과의사가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를 베푸는 외과의사에게 수술받고,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분명 복받는 것이다. 간혹 통화하는 이 친구의 말로는 야간, 휴일에도 심하게 장이 막히거나 문제 되는 환자는 본인이 언제든 나와 수술한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치료한 환자들의 앞날, 계속하여 진심으로 치료, 관리해 주는 외과의사이다.
재발, 전이할 암세포들도 친구 외과의사 근처에 얼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친구, 대장항문외과의사의 배려.
그렇다면 외상외과의사, 나의 배려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근무하였던 엊그제 밤 일하는 중, 친구의 그 글을 보고 나의 배려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무더위와는 조금 떨어진 냉방이 잘 되는 이곳 병원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는...? 사실 이것저것 고민하는 것보다, 내가 보는 환자를 한 번 더 가서 보는 것, 방금 모니터에서 보고 온 흉부 X-ray 사진이 많이 좋아진 것을 확인하였지만, 한 번 더 환자를 보면서 청진기로 환자 폐 소리를 들어봐주는 것이다. 청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진하는 동안 환자 눈빛도 한 번 더 쳐다본다. 그렇게 환자는 좋아지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회복된다고 믿는다.
이 환자가 퇴원하면서 나는 말한다.
"절대 나, 외상외과의사인 나는 보러 오면 안 됩니다!"
배려 깊은 대장항문외과의사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친구야! 이제 환자들 건강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도 생각해야 할 나이가 아닌가? 우리가 먼저 건강해야지 환자도 건강해지겠지! 우리도 건강한 외과의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