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하는 나만의 '10년 511회 칼럼'

by 경첩의사


새롭게 시작하는 나만의 '10년 511회 칼럼'




1.


'10년간 총 511회 칼럼을 통해' 여기서 순간 멈칫하였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기간, 그 기간 동안 꾸준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10년이란 시간. 1만 시간의 법칙. 말은 누구나 쉽게 하지만 절대로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결같이 매년, 매년을 열 번이나 반복하는 것이다. 작심삼일 헬스장을 가는 것일 다반사인 일반인들에게는 절대로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군다나 매번 다른 시로, 삶의 통찰과 가슴 울리는 글을 써 내려간 10년이다.



[ 필자인 나민애 문학평론가님은 10년간 총 511회 칼럼을 통해 독자들의 일상에 ‘시’라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시라는 문학 장르를 쉽게 풀어 많은 이에게 때론 미소를, 때론 삶을 돌아보는 통찰을, 때론 인간의 외로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나민애 평론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소죽을 끓여 대접해야 한다.'는 말에 한 번 더 멈칫하였다.


누구나 다 저마다 마음속에 서러움, 그리움 그리고 분노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억지로 꺼내려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다 다 나의 감정이고 나의 소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죽을 끓여 대접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하여야 한다.



[ 그것은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간밤에 서러움이 소처럼 찾아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 서러움이 나의 소다. 간밤에는 그리움이 소처럼 찾아와 밤새 수런거렸다. 이 그리움이 나의 소다. 간밤에는 분노가 소처럼 찾아와 밤새 나를 두드렸다. 이 분노가 나의 소다. 그것을 내쫓을까 하였으나 이 시를 보고 반성한다. 나의 서러움은 제집을 찾아온 것이니 쫓아낼 방법이 없다. 소죽을 끓여 대접해야 한다. 10년 전, 나의 첫 칼럼은 김종삼의 소였고, 10년 후 마지막 칼럼은 송진권의 소다. 이렇게 우리의 소는 계속 밤잠 못 이루게 찾아올 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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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11·끝〉


소가 나를 찾아온 밤엔

마음이 들썩여 잠을 잘 수가 없네

뿔에 칡꽃이며 참나리 원추리까지 꽂은 소가

나를 찾아온 밤엔

자귀나무처럼 이파리 오므리고

호박꽃처럼 문 닫고 잘 수가 없네


아이구 그래도 제집이라고 찾아왔구나

엄마는 부엌에서 나와 소를 어루만지고

아버지는 말없이 싸리비로 소 잔등을 쓰다듬다가

콩깍지며 등겨 듬뿍 넣고 쇠죽을 끓이시지

(중략)

웃말 점보네 집에 판 소가 제집 찾아온 밤엔

죽은 어머니 아버지까지 모시고

소가 나를 찾아온 밤엔

마음이 호랑나비 가득 얹은 산초나무같이

흔들려서 잘 수가 없네

―송진권(1970∼ )



이 글이 마지막이다. 이 코너를 딱 10년 전 8월에 시작했고 10년 후 7월에 끝내기로 약속했다. 사람 목숨에 끝이 있으니 글의 목숨에도 끝이 있어야 맞다. 차지한 내 자리를 오래 고집하면 다른 이의 문장이 묻힌다.



인생의 마지막 날, 내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숨을 거두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래서 이 코너의 마지막 날도 가장 아름다운 시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시는 소가 꽃을 달고 돌아온 밤의 이야기다. 그 밤엔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인의 소는 한때 소였으나 이제는 소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간밤에 서러움이 소처럼 찾아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 서러움이 나의 소다. 간밤에는 그리움이 소처럼 찾아와 밤새 수런거렸다. 이 그리움이 나의 소다. 간밤에는 분노가 소처럼 찾아와 밤새 나를 두드렸다. 이 분노가 나의 소다. 그것을 내쫓을까 하였으나 이 시를 보고 반성한다. 나의 서러움은 제집을 찾아온 것이니 쫓아낼 방법이 없다. 소죽을 끓여 대접해야 한다. 10년 전, 나의 첫 칼럼은 김종삼의 소였고, 10년 후 마지막 칼럼은 송진권의 소다. 이렇게 우리의 소는 계속 밤잠 못 이루게 찾아올 참이다.



2015년 8월 7일부터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은 10년의 여정 끝에 막을 내립니다. 필자인 나민애 문학평론가님은 10년간 총 511회 칼럼을 통해 독자들의 일상에 ‘시’라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시라는 문학 장르를 쉽게 풀어 많은 이에게 때론 미소를, 때론 삶을 돌아보는 통찰을, 때론 인간의 외로움을 가슴으로 느낄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나민애 평론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725/132074246/2





2.



10년 511회 칼럼. 이 글의 저자분은 나와 같은 졸업앨범에 있다.




같은 건물에서 3년간 공부한 고등학교 동기이다. 물론 그 3년간 한 번도 서로 말을 하지 못한 사이다. 이 글을 쓴 평론가, 교수는 이미 유퀴즈, 세바시에도 나간 유명인이다. 또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다.


한번 말도 못 붙여본 동기이지만, 이런 꾸준함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미 이 칼럼은 마감을 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우연히 칼럼의 마지막 글을 보게 되었다. '10년 511회 칼럼'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감탄과 박수를 보내며 글을 읽기 시작하였지만, 짧은 글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내용으로 읽고 또 읽었다.


마지막 문장 ' 이렇게 우리의 소는 계속 밤잠 못 이루게 찾아올 참이다.'에서 10년에서 마침표가 아닌, 글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매일 내 마음을 향하는 소가 계속 찾아오고 있다.




[ 2015년 8월 7일부터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은 10년의 여정 끝에 막을 내립니다. 필자인 나민애 문학평론가님은 10년간 총 511회 칼럼을 통해 독자들의 일상에 ‘시’라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시라는 문학 장르를 쉽게 풀어 많은 이에게 때론 미소를, 때론 삶을 돌아보는 통찰을, 때론 인간의 외로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나민애 평론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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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평론가님이 글을 써온 10년.



10년이란 누군가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단순히 서른 살에서 마흔 살로 넘어가는 시간적 거리감을 말하지는 않는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거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그것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도태되거나 오히려 이상하게 변하는 그 10년이 되기도 하다.




나에게 10년이란...


나의 첫 책에 나는 나를 이렇게 말하였다.



[ 의사가 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중 대부분을 외상외과 의사로 살아가는 중이다.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지 15년이 지났으며, 권역외상센터에서 밤낮으로 환자들과 보낸 시간도 어림잡아 5만 시간이 되어 간다. ]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절대 나의 지난 20년이 후회가 없다. 시간을 줄여 지난 10년도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에 후회가 없다.


지금은 지금부터 10년을 바라보고 나가는 것이다.




지금부터 나도 나만의 '10년 511회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57854540643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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