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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Apr 14. 2023

음주운전 피해자, 가해자 모두 치료하는 외상외과의사

잠재적 살인자도 치료를?



[ 음주운전 피해가, 가해자 모두 치료하는 외상외과의사 ]


1.


젊은 아내가 어린아이를 안고 달려왔다.


너무 급하게 온 나머지 아이 기저귀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너무 슬프게 울고 있어 응급실안 의료진 모두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라하였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엄마를 대신하여 어린 아기를 안아주었다. 방금 전까지 아이 아빠 처치를 도와 함께 하였던 간호사는 지금은 아빠를 잃은 아이를 안고 달래주고 있다.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아이도 너무 슬프게 울고 있다.



 바로 한 시간 전. 의식도 없이 온몸이 피범벅인 젊은 청년이 119에 실려왔다. 오토바이 사고라는 말만 들었고 자세한 자초 지종도 모른 채 심폐소생술과 처치를 시작하였다. 입을 통해 기도와 굵은 혈관들에 여러 관들을 꽂아 넣어 산소와 혈액, 수액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심폐소생술을 계속하고 피와 수액 힘을 보태도 청년의 심장은 전혀 뛰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청년의 따뜻한 심장은 점점 차가워지고 식어가고 있었다. 청년의 피와 땀에 범벅된 모든 의료진들은 오토바이를 타는 청년이 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허겁지겁 달려온 가족, 아내를 보고 의료진은 담담히 상황을 설명하였다. 너무 심각한 사고, 외상으로 전혀 손쓸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의료진이나 듣고 있는 보호자 모두 마음속, 눈가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날 밤, 새벽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은 모두 눈물을 훔치고 다시 수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뉴스 기사를 보고 모두들 주먹을 꽉 쥐고 분노하였다.


[...... 어젯밤 11시 OO시 OO구 한 교차로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로 오토바이 배달원 24살 O 모씨가  숨졌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힌 다음에 3m가량 튕겨나갔습니다. 숨진 O 씨는 하루 12시간씩 배달업을 하면서 7살과 6개월 된 두 자녀를 키우던 20대 젊은 가장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달아난 승용차 34살 O모씨는 운전자는 현장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O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41% 로 만취 상태였습니다.


경찰 : 운전자가 운전면허 취소상태인 만취상태로 중앙선을 침범해서 일어난 교통사고인데...    ]


 



2.


 119를 통해 막 응급실에 들어온 운전자 교통사고 청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배와 가슴이 아프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여기저기 아픈 부위를 진료하며 동시에 초음파를 통해 간 주위 복강 내 체액이 확인하였다. 이 청년에 배 안 어딘가에는 출혈이 되고 있는 응급상황이다. 순간적으로 긴장하며 모니터 화면에 낮은 청년의 혈압 숫자를 보니 더 긴장되었다. 복강 내 출혈과 낮은 혈압숫자로 긴장된 나를 더 자극하는 것은 청년이 아프다고 소리 지를 때마다 마스크를 뚫고 내 코를 자극하는 알코올 냄새였다. 청년이 어디선가 술을 마셨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생각면 분노가 치밀지만 우선 빠른 처치, 치료가 우선이다.


육중한 몸으로 딱 봐도 몸무게가 세 자리 숫자임이 분명해 보이는 청년은 혈압이 떨어지고 고통으로 더 난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서너 명이 붙잡아도 모자라 안정제 주사를 써서 진정시킨 후 간신히 CT 검사를 하였다. 심각한 간열상과 더불어 췌장손상이 보였다. 더군다나 간내부 혈관에서 급성 출혈이 있는 상황이어 더욱 응급시술이 당장 필요하였다.


새벽 1시에 이 청년의 치료를 위해 응급혈관색전술을 도와줄 의료진 3인을 추가로 호출하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간내부의 혈관 손상, 현성출혈로 인하여 응급시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과 남들 자고 있는 밤에 환자를 위해 병원으로 급하게 나온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복부 출혈을 막는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이제 급하게 응급실과 혈관 조영실에서 처치, 치료가 잘 마무리되고 중환자실로 옮겨 청년의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새벽 3시쯤 청년의 부모가 달려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멀리 세 시간 거리를 쏜살같이 부모는 달려왔다. 중환자실에 입과 몸에 여러 관들이 달려 있는 아들을 보고 부모는 근심의 눈물을 흘렸다. 응급실에 처음 올 때부터 피가 나고 긴박한 상황들, 몸 안에 피가 나서 응급시술을 한 설명을 듣는 부모는 오로지 우리 아들 무사하게만 살려달라고 간절히 말하였다. 상태 설명 마지막에 청년 입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는 말을 하자, 부모는 벌쩍 뛰면서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럴 일을 없다고 말한다.


워낙 심한 간손상에 출혈부위와 이어지는 합병증들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다행히 청년은 여러 가지 수술과 시술을 거쳐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였다. 퇴원 후 여러 차례 외래 진료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가 잘 회복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청년의 어머니 혼자 외래로 찾아왔다.


다름 아닌 청년이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입건, 수감되었다며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소견서를 나에게 요구하였다. 제 아무리 자식이 영어의 몸이라고 걱정 어린 어머니 마음은 이해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견서를 그것도 수차례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잠재적 살인자에게 절대 해줄 수 없다.




3.


어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선생님께서 본인의 알코올중독자 환자 진료 경험을 말한다.


수십 년간 진료 경험 상 알코올 중독환자 중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서 처벌받은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딱 한번 음주운전했는데 단속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최소한 몇십 번, 백여번 음주운전하면 한번 단속된다고 말한다.


 

잊을 듯하면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 안타까운 죽음의 뉴스를 매번 반복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매번 선량한 우리네 이웃이 항상 피해자이다. 항상 그때뿐이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항상 반짝 관심만 보인다. 그 관심이 사라지면 바로 사고는 일어난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기존법 테두리 안에서 상식적인 처벌과 예방으로 음주운전 사고 예방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매번 안타까운 피해자의 이름의 법을 억지로 만들어 반복되는 사고를 막아보려 하지만 사고는 반복된다. 과연 그 대책,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에 누더기처럼 개정되는 문구들만으로 음주운전사고를 막을지 궁금하다.





4.


 십여 년 권역외상센터 일을 하며 음주운전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 어딘가에서 음주운전 가해자, 피해자 모두 환자라는 이름으로 치료하고 있다. 잠재적 살인자, 동시에 명백한 살인자도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이 외상외과 의사의 숙명이다. 그렇게 나뿐 아니라 모든 외상외과 의사는 음주운전 피해자, 가해자 모두 치료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화창하고 따뜻한 토요일 오후 온 국민들을 다시 분노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항상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 이번에는 대낮에 그리고 너무나도 안타까운 어린 학생이 그 피해자가 되었다. 어린 학생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날, 행복하게 친구들과 봄을 즐기며 걸어가는 그 길이 그 아이의 마지막 봄나들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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