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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첩의사 Apr 01. 2023

'친구야! 아직도 외상센터 일을 하니?'

아직도 외상센터 일을 하는 이유.


아직도 외상센터 일을 하는 이유.


'친구야! 아직도 외상센터 일을 하니?'




 1.


"그때 힘들어서 외상 그만한다고 하지 않았어?"
"딱 1년만 더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외상센터 일 그만하고, 저런 빌딩, 저기에 OO 의원 차려야지?"


친구가 또 물어본다. 이제는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피곤에 쩔어있는 나를 측은하게 나를 바라보면 진심으로 말한다.


오랫만, 정말 오랫만에 소주잔을 부딛히며 친구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묻는다.

내일모레면 30년지기 친구가 나를 측은히 바라보며 묻는다. 오랫만에 친구랑 마시는 소주는 달콤하면서 꿀꺽 넘어가지만 친구가 바라보는 시선에는 측은함이 있다. 그 측은함은 곧 나에게 향하는 것이도 나는 애써 그것을 외면한다.


30년 전 매일 밤12시 까지 3년간 같은 교실에서 동고동락한 친구이기에 무엇보다 나를 잘 안다. 친구는 몇년전 내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어 말한다.



 "그때 힘들어서 외상센터 일 그만한다고 하지 않았어?"

 "딱 1년만 더 한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야 이제 나이도 들고 힘들지? 이제 쉬엄쉬엄 해야지.

"저기 빌딩, 저기에 OO 의원 같이 조그맣게 차리고 개원해도 넌 잘 할 것 같아."


나는 대답 대신 소주잔을 부딛히고 벌컥 소주만 마셨다.



그래도 이 친구는 지난 달, 통화하면서 잠못자는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외과의사 친구의 일상, 하소연을 듣더니 대뜸 주소를 부르라고 하더니 산삼을 보내줬다.

외상외과의사 친구를 안타까워하고 친구 건강을 걱정을 산삼 선물로 대신하였다.






2.


2017년 1월 1일.

[ 이때만 하더라도 아직도 권역외상센터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나 또한 외상외과 전문의로 역할, 능력이 많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니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



편안하게 보내려 기도하였던 새해 첫날 당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늦은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시작되었다.


"고속도로 사고 입니다. 7살 아이 의식 저하와 심한 두부외상, 심한 복통을 호소합니다."

전화를 받는 나, 그리고 아이를 처치하며 전화를 하는 119 대원 모두 긴장하고 초조하였다.


7살 아이.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여 가족 모두 심게 다친 사고다.

안타깝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은 차에 사망환자가 발생한 큰 사고다.



두어달 아이를 치료하며 아이는 잘 버텨주었다. 복부에 심한 출혈, 얼굴뼈 골절과 뇌출혈도 동반되어 네차례 수술하는 동안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넘나들며 잘 버텨주었다. 아이에게는 권역외상센터에 의료진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이 항상 함께 해주었다.

아이, 그리고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인 외할머니까지 모두 함께 하였다.




[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감사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감사한 일들

:  나를 살려주심.

   늘 걱정해 주심

   엄마와 있게 해 주심

   할머니 수술할 교수님 소개해주심 등등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할께요.

하지만, 남만 살리지 않고 항상 건강하세요     ]



[ 아이가 입원, 여러차례 수술들 넘나드는 동안, 다른 권역외상센터로 분산 이송되어 수술을 받고 회복단계에 들어든 어머니도 아이가 있는 이곳 외상센터로 전원을 왔다. 중환자실에서 회복된 아이는 엄마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아이와 엄마 두 환자를 할머니가 옆에서 간병해주셨다.

한달여 아이와 엄마가 많이 회복될 시점에, 아이 할머니는 등에 무언가 혹이 있다고 떼어내고 싶다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간단한 혹제거 수술도 이곳 병원에서 하게 되었다. ]






3.

그 아이와 약속을 지키려고 그후로 6년 시간이 흘렀다.

그 아이 뿐 아니라 내 친구도 멀리서 나를 응원해주고 걱정해주고 있다.



[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할께요.

   하지만, 남만 살리지 않고 항상 건강하세요 ]


[ 말없이 조용히 산삼을 보내주는 친구 ]



어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필요한 일, 누군가는 해야할 일. 그러나 나도 사람이다. 능력과 체력의 한계가 명확한 한 인간일 뿐이다.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나면 묻고 싶다.

"선생님이  그동안  더 많은 생명 살렸으니 이제 이것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 나도 사람이다.

새벽 1시, 2시에 환자를 보던 중 판단력, 내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날.

과감히 나를 위해 그만둘 것이다.



한움쿰 비타민을 입안에 털어넣고 러닝화끈을 조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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