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하는 목적은 사심에 가득 차 있다. 마음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쏟아내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한 장소를 찾아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 아니라 글을 통해 나만의 책을 갖기 위한 목적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
브런치 알람이 울리면 깜짝 놀란다.
지난봄. 하나의 글이 터져버려(?) 조회 수 폭발로 1,000 2,000 순차적으로 10,000을 훌쩍 넘겨 100,000 200,000 계속 울렸다. 어느 사이트로 누군가 퍼 날라 그런 반응이 왔는지 모르지만 당시 순식간에 올라가는 조회 수 폭발과 알람을 듣는 나는 혼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그 후로도 나름 열심히 글을 썼지만 반응은 너무 초라했다. 물론 열성적인(?) 일부 독자들의 댓글로 힘이 나곤 하였지만 이미 내 머리에는 만단위로 팍팍 올라간 조회 수를 경험하였기에 아쉬울 뿐이다. 간혹 브런치 알람이 이상하게 울린다. 바로 제안 알람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망 가득, 이상한 스팸, 광고성 제안들이기에 보자마자 지워버린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 다시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제안. 이번에도 역시나 어느 시간 없는 광고성 제안이 시크한 나에게 썼을까 생각하였다. 제안 메일을 보고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았다. 이것이 사실인가?
시작은... '외상외과에 관심 있는 인턴입니다.'
허헉, 어디 지금 시절에 이렇게 무모(?) 하고 선량하고 환자를 생각하는 인턴선생님, 경첩의 사 같은 의사가 또 있는 것이 사실인가? 메일함을 밖으로 나갔다 다시 메일을 클릭하였다. 똑같은 내용 메일이었다.
눈이 반쯤 감기는 12시가 넘어가는 시간 질문에 간단히 답을 주고 싶었다.
전국에 삼천여 명의 인턴선생님 중 어느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선생님인지 알면 내가 찾아가서
밥이라도 한 번 사주고 싶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에 냉정해져야 한다.
내가 2004년 인턴 시절 ( 벌써 20년 전 이야기네, 아... 나도 나이를 많이 먹기는 먹었나 보다.)
나는 그 당시, 지금도 우리나라 최대 병상수를 자랑하는 병원에 흉부외과를 지원하려고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하지만 너무 부족한 정보와 용기 또한 나지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지방, 모교병원 외과 전공의 수련을 하였다.
외상외과에 관심 있는 인턴선생님.
'결론은 한 번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세요.'
'학교 동기, 마음에 맞는 인턴 동기 서너 명이 함께 외상외과를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하세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제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을 드리고 싶다.
질문은 크게 세 개다.
1.
외상외과 스텝, 경쟁이 치열한가요?
경쟁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스스로 한 번 내뱉습니다. 대부분 손들면 됩니다.
다만 병원에서, 대학병원이라면 학교 전임교원, 임상교원 등 분류가 되기에 모든 외상외과 전문의가 학교 소속의 전임교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대학병원에 있는 권역외상센터에는 모든 곳에서 외상외과 전문의, 교원(전임, 임상)이 부족합니다. 손들면 됩니다.
그렇다고 그곳,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절대로 전문의라고 다 뽑아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상외과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기본으로 다 봅니다.
2.
외상외과 펠로우 이전에 전공의 수련은 어느 병원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답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대학병원 외과/ 흉부외과 수련을 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외상외과 관심을 가지면 외과 / 흉부외과 전공을 1차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왕이면 중증환자, 특히 암환자들을 주로 보는 메이저 서울권 병원보다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권해드립니다. 그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하면서 외상외과 파견 스케줄이 있어 실제 환자들을 보며 배울 수 있고 미리 내가 외상외과에 맞는지를 스스로 평가가 가능합니다.
만일 편하게 수련받을 수 있는 병원에서 전문의가 된 후 외상외과 펠로우를 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고 본인 경력에도 그리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의사 결정에 있어 본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문제, 연고지 등 상의할 것이 있겠지만 합리적 결정을 권해드립니다.
3. 외상외과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요? 외상외과 스텝을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요?
몇 가지 단어로 답을 드립니다.
의지. 체력. 가족. 희생.
마지막 희생은 본인, 그리고 가족 함께 희생이 필요합니다.
추가로 체력.
새벽 2,3시에 음주운전 운전자 사고로 뱃속 장이 터져오는 환자 수술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뱃속을 열자마자 정상적이라면 피비린내가 나야 하지만 술 냄새가 팍 올라와 마스크를 뚫고 내 코로 들어옵니다. 이런 울화통이 터지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 내 체력이 굳건히 버텨줘야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이 음주운전자를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합니다.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진 권역외상센터 경우에는 본인 여가시간, 휴일 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상외과의사는 본인 환자가 만약 갑작스럽게 안 좋아진다면 여행 가는 차도 돌려 다시 병원으로 갈 수 있을 대범함이 필요합니다. 대범함이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본인과 가족의 희생이 감춰진 대범함이겠네요.
추가로 제가 묻고 제가 답하는 질문과 답을 하나 해보려 합니다.
왜? 왜 외상외과를 하게 되셨습니까?
참 어려운 질문을 자문자답하려니 더 곤란하군요. 실은 아직도 제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이곳 브런치에 여러 글들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말한 것 같으면서도 이것이 오답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 어렵습니다.
다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짜릿하게 사람을 살리는 그것. 그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마라톤을 뛰면서 중간에 입에 피비린내가 나며 내가 왜 지금 뛰는지 자책과 괴로워하면서 막상 골인 지점에 들어온 순간, 완주했다는 기쁨에 다음 마라톤 대회를 찾아보는 그 심정과 같다.
전국의 삼천여 명의 인턴선생님 중 한 분이 나에게 엄청난 숙제를 내주셨다.
물론 이 인턴선생님 이와 어느 구독자, 혹시 의대생 중에서도 외상외과를 고민 중이신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락 싸 들고 가서 말려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오프 날 가서 밥 사주면서 격려를 해줘야 하는지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있다.
의대 정원을 1,000 명 늘린다고 하더라도 외상외과 의사사 딱 5명 늘어날까 말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