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이 많으신 선생님이셔!
1.
" 저 교수님은 참 정(情) 이 많으셔! "
" 情 이 많으신 선생님이셔! "
병실에서 드레싱 하면서 환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와 환자 대화 사이로 옆 침대 환자 보호자이신 할머님이 말씀하신다. 한 번 더 말씀하신다. 아마도 나를 들으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신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두 번째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를 향한 할머님의 칭찬(?), 찬사로 들린다.
순간 움찔하였다.
' 연예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잘 받아치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하나? '
지금 드레싱 하고 있는 내가 지난주 수술한 환자도 듣고, 옆에 환자 그리고 지금 말하는 할머니도 있다. 방금 情 을 들은 귀가 이 병실 안에 최소 10개도 넘을 듯하다.
"뭐라구요? 할머니 별말씀을 다하시네요!"
" 할머니는 금슬, 琴瑟 이 좋으시네요!"
"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금슬이 좋으시네요!"
방금 찬사를 보내신 할머니는 할아버지 간병 중이시다.
할아버지는 약 한 달 전 수술하시고 계속 치료 중이시다. 동료 교수님께서 수술한 환자이기에 나도 잘 알고 있다.
치료 초반 장폐색이 잘 안 풀리셔서 계속해서 비위관(콧줄)을 한 채로 고생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가 있었다. 장폐색에는 무엇보다 자주, 많이 걷는 것이 도움 된다. 즉 걸어주어야지 장운동이 더 잘, 빠르게 회복된다. 매번 열심히 병동을 걸어 다니는 할아버지 옆에는 할머니가 항상 붙어계셨다. 한번은 두 분이 함께 걸어 다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뒤어서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바지춤 뒤를 할머니 손으로 꼭 잡아 할아버지를 부축하면서 걸으셨다. 할아버지가 뇌경색이 있으셔서 걷는데 살짝 불편하셨지만 항상 할머니가 옆을 지키셨다.
다행히 최근 할아버지 경과도 좋아지셔 식사도 잘 하시고 곧 퇴원하실 예정이다. 그렇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표정이 좋아 보이신다.
곧 퇴원하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음에 말해주고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
지금 금슬 (琴瑟) 잘 간직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절대 또 병원 오시면 안 됩니다!
오늘은 왠지, 초코파이 情 가 먹고 싶은 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