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수장을 따라 엔씨소프트를 박차고 나온 40여명의 초기 직원들은 잠시나마 희열과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제작자가 인정받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MMORPG의 명가'의 주인공이 되리라. 이미 두 번의 성공을 경험한 경영자와 게임이라면 최고라고 인정받는 제작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둘 다 업계 최고였기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상상하지 않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당찬 퇴사, 그리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조직에서의 꿈. 그러나 이 책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퇴사, 그 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진짜 성공이 있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꿈과 무모함은 어떤 면에서는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게임을 해본 적 없지만 3년이란 시간과 300억이라는 거금을 쏟아붓겠다는 장병규의 결심으로 시작된 사업은 다소 무모했다. 그래도 사회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는 그의 꿈은 멋진 구석도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면밀하게 판단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경영자가 아우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죽은 사람과 같고, 죽은 사람에겐 인격이 없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직원들에게 보낸 장병규의 메일처럼, 기업 운영의 핵심은 성과이다. 불과 몇 년전에야 대히트를 친 배틀그라운드가 아니었다면 크레프톤이라는 기업은 '꿈을 이룬 기업'이 아닌 '무모한 기업'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2021년 8월, 이제는 진짜 해피엔딩이라 말 하려고 하던 찰나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다. 중복청약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공모주 청약은 참패라는 평가를 받았고, 중국발 게임규제의 여파로 게임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크레프톤의 '상장 후 그 뒷 이야기'는 또 어떻게 전개될까?
[인상깊은 구절]
- 나의 이기심은 자연스럽지만 타인의 이기심은 나에게는 자연스럽지 않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 김강석이 철부지라고 부르는 기준,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 장병규에겐 회사란, 이익을 내는 곳, 혼자서 이루기 힘든 성과를 내기 위한 곳, 개인이 결코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성취를 이루고 결실을 함께 나누는 곳, 모두가 공유하는 명확한 비전과 공감이 필요
- 포스트모르템(post mortem), 라틴어로 죽음 후라는 뜻으로, 시체를 부검하듯이 사고 이후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이 업무를 마무리할 때 쓰는 과정.
by. 오늘 출퇴근길 책, M과장
@md1reveiw
ps. 회사와 조직에 대한 현장감있는 글과 좋은 문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퇴사를 꿈꾸는 중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조용히 책을 덮고 출근하게 될 겁니다. 배그하면서 출근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