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간, 일도 능력도 중간에 있는 중간 사람 이야기.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반에 50명이던 학생이 3학년이 되면서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교육 제도로 인해 반 개수가 늘어서는 아니었고, 40% 정도가 자퇴하거나 퇴학당하기 때문이었는데 지역에서 좀 논다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20대를 앞두고 있는 19살인 고3이 되면서 많은 학생들에게서 능력이나 주관이 뚜렷이 나타났다. 외국어를 잘하는 친구, 운동을 잘하는 친구, 공부를 잘하거나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 등. 그중에 나는 공부라도 잘하는 측에 속했는데 친구들이 전교 1등을 했다고 축하를 해주면 '학교에서나 1등이지 지역에서 상위 90%에 들겠냐'라고 반문했다.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컴퓨터 조립하거나 수리해주는 장사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 집에 PC를 수리해주러 가는 일의 연장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하다 보니 대학교도 컴퓨터 정보공학부에 입학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다.
거창하게 시작한 이름만 벤처인 컴퓨터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를 납품하는 일보다 친구들과 오락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더 많았다.
20대 초반은 사진작가를 꿈꾼다고 보내고 26살에 늦깎이 군인으로 전역 후, 알바와 취직, 여러 분야에 사업에 종사를 하다 현재는 프리랜서 직장인(?)이 되면서 나는 컴퓨터 관련된 납품이나 수리, 홈페이지이나 쇼핑몰 제작, 사진 촬영, 가죽공예, 브랜드 컨설팅, 프랜차이즈 컨설팅, 마케팅 등 나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만 항상 중간에 있었고 지금도 중간에 있다.
중간 사람이라는 인식 생긴 건 20살에 접어들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대학교 컴퓨터 전공 수업을 들으며 가장 놀라웠던 건 컴퓨터 정보공학부에 진학한 동기들이 타자를 400타도 치지 못하는 것과 2003년 당시 윈도우 XP 이후 개발 중이던 윈도우 비스타의 코드네임이 롱혼이라는 것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때문인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비주얼 베이식이나 비주얼 C++라는 컴퓨터 언어로 쓸데없는 프로그램을 개발을 위해 공부를 했고 PC통신의 세상에서 나는 정말 대단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컴퓨터 개발자를 위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그랬던 나로선 중학생보다 못한 실력의 대학교수나 대학생들의 컴퓨터 실력에 어이없음에 헛웃음만 났었다.
컴퓨터 타자는 중3 때 IQ가 2자리인 친구가 나보다 타자를 빨리 치는 게 자존심 상해 한 달 동안 하루에 1시간씩 타자연습을 하여 한글은 800타, 영문은 500타를 만들었었다. 헌데 대학교 전공 교수는 한글은 400타 이상만 되면 A+를 준단다.
'이게 무슨 소리지? 고작 400타에 A+를 준다고?'
영문은 150타만 넘으면 한글 타자와 상관없이 A+를 준다고 했는데, 한창 열심이던 고등학교의 때는 한글 1000타도 넘었던 터라 어이가 없었다. 컴퓨터 정보 공학부에 진학하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만 1000타를 칠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 입학 OT 때부터 나보다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에 위축되어있는데 고작 400타에 A+라니...
또 다른 전공 수업 때는 더 웃긴 이야기도 많았다.
교수가 윈도우 XP 개발을 극찬하며 다음 윈도우 버전이 뭐냐고 묻길래, 당시 개발자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나는 윈도우 비스타의 코드네임 '롱혼'을 언급했었는데, 교수는 근거 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며 질타했다.
다른 전공 수업 때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가 뭘까요?라는 교수의 질문에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라고 대답을 했다가 그건 게임 이름 아니냐며 교수가 나를 멍청하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대학센터에서 자신이 진행하는 사업 이야기만 했다.
다른 교수님은 미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에겐 당시 유행이던 FLASH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단축키나 실전에 있어서 내가 더 잘했기 때문에 조교도 아닌 나는 가끔 교수 대신 파트 수업을 하기도 했었다.
존경할만한 교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컴퓨터 정보공학부에서도 한 분 계셨고, 중간에 전과를 위해 타전공 수업을 들으면서도 4명의 존경할만한 교수님이 계셨다. 형편없는 교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교수를 욕하는 것도 학교를 욕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중간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만 말해두자.
현재 여러 분야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있다.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보다 넓은 세상을 알고 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중간에 있다고 말한다.
가까운 주변에서야 나의 지식이나 재능이 도움이 될지 모르나,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질타보다 칭찬을 많이 받는다고 스스로 우위에 있다고 인정한 적이 몇 번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은 넓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종사하는 모든 분야에서 넓게 그리고 깊이 있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내가 일하는 분야 하나하나를 떼놓고 보면 나는 늘 겸손해야 함을 느낀다. 그런 입장에서 거래처와 미팅을 하거나 직장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 화를 내거나 따질 수 없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의 해결 방안은 나보다 훨씬 안정적이며 현명할 텐데 라고 생각을 하면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만 하기 때문이다.
중간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는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일 수 있다. 또 나보다 못하기만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보다 더 잘나기만 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중간 사람이니깐.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오늘을 더 열심히 보내야 한다.
내일도 가죽공예를 배우기 위해 수강생이 온다. 또, 오후에는 출근을 해야 한다. 나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 경험이 조금 많거나 처세술이 좋거나, 도움이 될 만한 뇌구조가 조금 더 활성화되어있는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중간 사람으로 조금씩 점진하며 앞으로도 살아갈 생각을 한다. 평생을 해도 최고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도 있지만, 최악은 되지 말아야 하니깐. 오늘도 조금 더 열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