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왓슨

나는 로봇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는가?

by 고냥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의 등장.

비노드 코슬라는 ‘우리는 의사가 필요한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필요한가? “라는 글에서 미래에는 80%의 의사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은 컴퓨터 언어가 아닌 인간의 자연어로 작성된 의료 기록, 연구 결과 등 방대한 양의 의학 데이터를 학습하여 암 진단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2014년 엠디엔더슨 암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왓슨의 폐암 진단 및 치료방법 선택의 정확도는 82.3%라고 한다.


왓슨이 의사의 역할을 대신 수행할 가능성

지금까지는 의사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내렸지만, 연구 결과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을 둔 근거중심 의학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요즘 왓슨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의사는 없다. 왓슨은 방대한 의료 지식과 임상시험 결과 등을 학습하고 분석해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고, 제약회사들이 어떤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최신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오래됐거나 상관도가 낮은 정보는 버리는 식으로 가장 적합한 데이터를 찾아나간다. 이러다 보니 “왓슨이 의사보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더 잘 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이다.


실제로 왓슨은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뉴욕 메모리얼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협력하여 암 진단과 치료 방법 결정 과정을 돕고 있으며, 미국 최대의 보험사 웰포인트는 의료진의 치료 계획이 적절했는지를 왓슨에 물어보고 조언을 들어 보험금 지급에 판단 근거로 사용한다.




MD Anderson에서 백혈병 진료에 활용되고 있는 IBM 왓슨 [헬쓰케어 이노베이션, 최윤섭]

미래에는 인간이 왓슨에게 진료를 받을 것인가? 왓슨이 인간 의사보다 나은 점

인간 의사는 동일하지 않다. 의사는 아무리 근거 중심의 의학적 판단을 한다 해도 자신의 임상적 경험의 차이에 따라 각자 다른 처방을 내릴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폐암 전문의 3명에게 가서 진료를 받아도 3명 모두 제시하는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인간 의사는 피로와 집중력 정도에 따라 실수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아무도 자신이 선택한 의사가 정확하지 않은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 선택에 실수나 오류가 있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왓슨이라면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확률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동일한 처방을 내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오류는 인간의 직관과 편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의료현장에서 이러한 의사의 직관과 편견에 의해 발생하는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를 원한다. 왓슨은 직관이나 편견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적다.


그럼에도 인간 의사에게 받아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가

하지만 직관에 의한 판단이 결정적인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직관과 영감의 힘을 신뢰하고 있다. 때때로 나는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일들이 많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간은 언제나 반드시 가장 정확하고 가장 합리적인 것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정답이 아니어도 혹은 최선의 것이 아니어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75세인 할머니가 위암에 걸린 것을 알았다. 왓슨은 완치 가능성 99%로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어렵게 사는 착한 아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자연적인 죽음을 맞기를 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기계적으로 다루고 싶지 않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만약 로봇이 몸을 스캔하고 “00병입니다. 00 약을 하루 3번 일주일간 복용하십시오.”라고 한다면 그대로 따를까. 우리 몸에 행해지는 의료 행위를 이해하고 치료를 결정함에 있어 우리의 이해, 참여, 선택, 그리고 의지와 같은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 포함되기를 원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검사 결과들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환자의 희망과 절망, 미래에 대한 기대,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결부되어 있다면 단순히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도출되어 나온 것만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컴퓨터에게 그러한 것을 상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로봇은 불완전하고 수시로 마음이 변하며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의료행위는 기술인가 예술인가

불완전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역시 불완전한 인간만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식을 잃어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가 병원에 왔을 때 왓슨은 항우울제와 효과적인 애도 극복 방법을 처방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의학적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서 오는 공감과 위안과 치료에 대한 의욕을 얻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지만, 슈마허가 포뮬러 경주장에서 하는 운전은 예술의 영역이다.

의학은 과학과 기술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몸을 가지고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인간에게 전달하고 제공하는 행위인 의료 행위는 의사 개인의 경험과 직관,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이 겸비된 예술의 영역이기도 하다.


의사라는 직업은 없어질 것인가, 아니라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미래에는 마치 우리가 요즘도 마트나 약국에서 약을 선택해서 사는 것처럼 간단한 치료의 영역에서는 의사가 필요 없을 가능성이 많다. 감기나 단순한 외상, 큰 변화 없이 만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은 굳이 의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환자도 이제 의사만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왓슨을 이용하면 환자 개인도 자신의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알고 선택할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차이를 가르는 가장 큰 원인인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는 것이다.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는 의사의 역할이 필요가 없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판단으로 인한 의료 사고 소송의 위험성을 피하고, 각종 보험사나 의료비 지급 주체의 평가와 삭감에 못 이겨 점차 왓슨의 진단과 치료법을 따를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의사는 왓슨의 발전에 따라 이제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기술로서의 의학을 펼치는 기능인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며 환자가 질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이해하고 치료 방향과 결과에 대한 선택을 조언하고 도와주는 수평적인 상담자 역할이 더 중요한 예술인이 되어야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감성로봇 페퍼가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한다고 한다. 왓슨이 인간의 학습 능력을 능가하는 머신 러닝을 하면서 페퍼가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소통하는 미래가 온다면, 나는 로봇에게 진료를 받기를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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