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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년 자취생활을 청산한 내 집 마련기 (1)

재클린

14.5년 


    제가 자취를 해온 햇수입니다. 참고로 저는 아직 30대 초반입니다. 그러니 거의 인생의 반을 자취를 하며 살아온 셈이죠. 일련의 경험들과 사건들로 2024년 1월 말쯤, 더 이상 집주인 배만 불려주는 월세 생활을 청산하겠다는 마음으로 내 집 마련을 다짐했습니다. 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에필로그로 풀어보기로 하고, 지금부터는 시간 순으로 내가 집을 매매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보려 합니다. 다만, 설명에 앞서 저는 빌라를 매매했기 때문에, 아파트 매매는 이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혹시나 하는 염려에 다시 언급드리지만 이 글은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쓰였다기 보다는 사회 초년생의 첫 집 마련기로서 일련의 매매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급하게 매매를 마음먹으면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한달가량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지역을 고르고, 집을 고르고, 계약까지 해야하는 상황이었지요. 어찌보면 너무 짧은 시간동안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놓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처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첫 집을 매매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전반적인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1.    지역 고르기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처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은 어디에 살 것인가입니다. 각자마다 중요시하는 조건이 모두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3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1) 회사와 30분 내 거리일 것

2) 투자 가치가 있을 것

3) 나의 예산 범위에 있을 것 (투룸 기준)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한번 1) ~ 3)을 모두 만족하는 지역이 어디일지 상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사전조건을 드리면, 저의 회사는 역삼역~선릉역 사이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고, 예산 범위는 4억 후반이 max였습니다. 과연 이런 조건 하에서 모두를 만족하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잠깐 생각해봐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ㅎㅎ

    1)부터 설명하자면, 저는 당시 회사에서 걸어서 3분거리에 살고 있었기에 이 생활을 무리하게 해쳐가면서까지 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대략 30분 내외를 마지노선으로 잡았고 그러다보니 지역은 강남일대 또는 왕십리, 건대입구정도로 추려졌습니다.

    다음은 이 중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을 골라야했습니다. 저는 이미 빌라라는 상품이 리스크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집의 입지가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을만한 프리미엄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하방이 튼튼한 강남3구에 있거나, 명확한 개발호재가 있는 구역이어야 했죠. 1)과 2)의 교집합을 살펴보다보니 사당동(재개발), 양재동(서초구, 모아타운), 삼전동(송파구, 모아타운) 정도로 지역이 추려졌습니다. 

    위 1)~2)까지는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었습니다. 어디가 천지개벽한단다, 역세권이란다, 집 값이 오르고 있다 등 내 얘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갖게 되지만 매물 호가를 보는 순간 앞의 고민들이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하하... 참,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비싼지 코딱지만한 빌라도 호가가 5억은 넘는 곳이 허다했습니다. 그럴만도한 것이 강남 접근성 30분 이내에 개발호재까지 있는 곳은 전국민 모두가 원하는 곳일 테니까요. 물론 5억 이하의 매물들도 있긴 했지만 투룸이 아니거나, 집의 컨디션이 열악했습니다. 사실상 세 조건의 교집합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중에 내 집 하나 없을까,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세 지역 중 한군데를 추려 집중 공략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1), 3)의 조건은 바뀔 수 없는 고정 상수이고 2)에 대한 나의 판단에 따라 한 지역이 결정될 것이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제가 어느 지역이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는지 개인적인 판단의 흐름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내가 부동산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땅이 가지고 있는 개발잠재력을 생각해봅시다. 고층 아파트, 프라임 업무시설 등 땅이 가지고 있는 개발 포텐셜이 높은데 그것을 아직 다 못 쓰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앞으로 돈이 될 곳이지 않을까요? 

    빌라가 가지는 투자의 가치는 바로 아파트의 재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빌라가 밀집한 지역은 재개발의 가능성을 가지고, 향후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빌라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래에 어디에 있는 아파트를 갖고싶냐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무래도 강남3구에 있는 아파트가 좋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지도를 켜놓고 강남 3구 안에서 어디가 아파트가 없는지를 잘 살펴보면 되는겁니다. 제 눈에 들어온 곳은 서초구에서는 양재동, 강남구에서는 역삼동, 개포동, 송파구에서는 삼전동 정도였습니다. 


    그럼 이 중에서는 어디가 제일 좋을까요? 이때부터는 개인의 취향도 고려가 되겠지만, 저는 서울에서 귀한 물이 흐르고 넓은 녹지가 있는, 정주환경이 좋은 곳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양재천이 흐르고 양재시민의 숲이 넓게 펼쳐져있고, GBD까지 10분이면 닿는 양재동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양재동 권역


    이 정도 분석은 초보자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저의 논리에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근거들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해당 지역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는 해당지역에 적용되는 도시계획과 규제, 정책, 개발계획 등을 찾아봐야합니다. 저는 이 관점에서 양재동의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하였습니다.  1) 양재지구단위계획, 2) 하림부지, 3) 모아타운. 하나씩 한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1)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 

양재동 지적도
양재동 지역지구

  토지이음을 통해 양재동 일대의 지적도를 보면 해당 지역은 현재 대부분이 제2일반주거지역으로,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구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매수한 곳 역시 제2종일반주거지역(7층이하)로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있습니다. 

    평소에 매일 부동산 관련 뉴스를 매일 체킹하는 습관 덕분에, 저는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이 아주 핫한 계획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2023년 3월경,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안이 나왔는데, 해당 지역 일대를 AI 및 R&D 혁신거점으로 조성하며, 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일대의 일부를 종상향 및 층수제한을 풀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양재IC 일대 300만m², AI·R&D 혁신거점 조성 (skyedaily.com)

"우리도 드디어!" 초대형 개발 소식에 양재동 들썩 - 땅집고 > 뉴스 (chosun.com)


양재택지지구단위계획 지구통합기본구상


7층 제한 완화
양재지구단위계획 中

    특히, 제가 매수하려는 권역(Zone3)의 상세지구단위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주거지역에서 블록단위로 개발 시, 층수제한 없이 아파트 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7층 이하만 가능한 2종일반구역입니다. 그러니깐, 이 일대가 아파트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셈으로, 이 지역의 빌라는 아파트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하림부지와 모아타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양재동 안에서도 특히 어디에 위치한 빌라를 매수할지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설명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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