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지난 글에 이어 생애최초 주택 구입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양재동 일대에 그려져있는 큰 그림은 바로 R&D육성지구입니다.
앞선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유통업무시설로 묶여있던 인근 대형 부지들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도시계획시설(유통업무시설)을 해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다. 이 말인 즉슨, 쉽게 말하면, 물류단지, 대규모 점포 등만 지을수 있던 땅에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용산의 전자상가 일대의 유통업무설비를 해제하여 수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사례입니다.
용산전자상가, 38년 만에 유통업무설비 해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시너지” - 조선비즈 (chosun.com)
특히나 양재IC 인근의 하림부지는 오랜기간동안 많은 부동산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지던 부지입니다. 예전부터 해당 부지에는 대규모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었지만 유통업무시설 지역이라는 점, 대규모 자본(5~10조)이 든다는 점에서 지지부진하고 있었는데 유통업무시설을 해제한다는 것은 한가지 걸림돌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점은 한가지 더 있었는데, 하림은 당시 HMM을 인수하기 위해 약 6조가 넘는 대금을 마련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이유로 최종적으로 ‘24년 2월 매각은 결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모아둔 돈을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모아둔 돈인데 저축 통장에 넣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어딘가에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결국 이 돈이 하림부지 개발 사업에 쓰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걸림돌도 해결되는 것이었죠. 실제로 부동산 계약을 하고 5일뒤인 2월 29일,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하림부지)에 대한 승인 고시가 났고, 하림이 해당 재원을 위 개발사업에 사용한다는 보도자료가 났습니다!
드디어 이뤄진 김홍국의 숙원…하림, 양재동에 58층 랜드마크 | 한국경제
하림 숙원 사업 마침내 결실… 양재동 58층 첨단물류단지 승인 - 매일일보
마지막으로, 양재동은 가칭 7개구역으로 나뉘어 소규모 재개발인 모아타운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모아타운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일종으로, 주택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소규모 공동 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양재동은 7개 구역으로 나뉘어서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있었고, 이제 이 7개 구역 내에서 어디에 있는 집을 매수할 것이냐를 골라야 했습니다.
1구역과 6구역은 이미 모아타운 신청서를 한번 접수한 이력이 있는 구역이었고, 2,3,5구역은 근린상가들이 밀집한 구역, 7구역은 포이동 교회가 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상가나 대형 교회가 있으면 개발 사업에서 잡음이 많기도 하므로 후순위로 두었습니다. 또, 재개발사업 특성상, 사업이 무기한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특히나 초기에는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이 관건이므로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로와 가깝고 모아타운 진행속도가 빠른 6구역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구역 내에서도 위치를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두 사례는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7구역 매물입니다. 물론 대지지분이나 남향, 거래 조건 등을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지만 준공년도나 면적 등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2)가 훨씬 집이 깔끔하고 좋아보입니다.
당시 매물을 알아볼 때 이런 상황이 많았는데, 유난히 특정 구역의 빌라들이 굉장히 신식으로 좋아보였습니다. 물론 개인의 판단이지만, 저는 좀 더 자세히 그런 매물들을 분석해보았고 약간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래는 방금 보여준 매물의 위치입니다. 우선 저는 두가지 점에서 1)이 낫다고 판단하였는데, 아직 모아타운 구역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이상, 구역의 가장자리에 있는 곳들은 향후 구역에서 배척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내부에 있는 곳보다 더 높다고 봤습니다.
두번째로는 용도지역을 살펴보면 1)은 7층제한 2종일반인 반면, 2)는 층수제한이 없는 2종일반입니다. 같은 아파트가 지어진다면 애초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과 아닌 곳 중에서 더 이득을 보는 곳은 제한이 있던 구역이지 않을까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구역 내에서도 구역 중심에 있는 매물들을 위주로 알아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원하는 지역까지 고르고 나면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집을 살 것인지, 드디어 집을 골라볼 차례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나의 예산입니다. 내가 총동원할 수 있는 자본금의 양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대출금의 총액을 더했을 때 내가 얼마의 집을 살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여기에 최소 약 5~10%의 금액은 추가로 소요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매과정에서는 부동산중개비, 취득세, 이사비, 필요 시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수적으로 드는 부대비용이 많습니다. 월세집을 계약할 때 드는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5억 집을 구매한다고 하면 취득세만 550만원(1.1%)입니다. 6억 초과하는 집을 사면 세율이 더 커집니다. 부동산중개비도 200만원(0.4%)입니다. 이 둘만 합쳐도 매매액의 2%가량입니다. 그 외에 벽지, 장판만 새로 해도 3-400만원(전용5-10평 기준)은 우습게 나갑니다. 당장 매수 후 그 다음 달 나갈 이자비용까지 생각하면 여윳돈이 필수적이구요. 그러니까, (인테리어를 최소한으로 한다는 가정 하에) 내가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의 90% 수준을 나의 최대 영끌 금액으로 생각하고 금액대를 설정해야합니다.
내가 조달할 현금의 양이 정해지면, 은행에서 얼마나 빌릴 수 있을지를 봐야합니다. 이때 우리가 숱하게 들어본 LTV, DTI, DSR 등이 나옵니다.
LTV(담보인정비율, Loan-To-Value rate)는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취급가능금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대출총액/주택가격"입니다. 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담보인정비율을 70%(규제지역의 경우 50%) 이내에서 취급하여야 합니다. 단, 은행은 생애최초주택구매자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는 담보인정비율을 80% 이내에서 취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금액은 6억원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DTI (총부채상환비율, Debt-To-Income ratio)이라 함은 차주의 연간 소득에 대한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내 연간소득"으로 구합니다.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총부채상환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 생애최초주택구매자 및 규제지역 내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경우 총부채상환비율 60% 이내에서 취급할 수 있습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ebt-Service-Ratio)이란 차주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판단하기 위하여 산정하는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연간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합니다. 주담대를 포함한 모든 대출원리금 총액을 내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 것이죠. 은행은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경우, DSR이 4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급해야 합니다.
이 모든 걸 내가 어떻게 다 계산할 수 있을까 벌써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나요? 저도 그래서 나는 얼마를 받을 수 있다는거야?라고 머리를 싸맸었는데, 우리에겐 아주 편리한 카카오뱅크가 있습니다! ㅎㅎ 특히 아파트의 경우 KB시세가 잘 나와있어 대출 금액을 산정하는 데에 용이하지만, 빌라는 시세자료가 없기 때문에 감평을 받지 않는 이상 담보 금액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자체 시스템으로 빌라 시세까지 조회가 가능하니 아주 편리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챗봇이 시키는대로 따라가며 내가 매수하고 싶은 집의 주소, 나의 연봉, 생애 최초 취득 여부 등을 기입하면 내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의 한도가 나오는데 매우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조회 기능을 활용하여 사전에 나의 조달 가능한 예산을 확인해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집과, 내가 영끌할 수 있는 돈이 결정되면, 이제 계약을 하고 대출을 받는 일이 남았습니다. 내가 자취방 여러 번 이사해봤다고 매수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아주 큰코 다칠 수 있습니다. 전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임대차계약과 매매계약은 0과 1만큼이나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3편에서는 실제 결정한 집을 계약하고 주담대 실행, 잔금 납부까지의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에 대해서 풀어볼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투자의 전문가도, 오랜시간 매수를 준비해온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인근 호가가 1-2개월 내에 2-3천 이상 뛴 점 (실제 제가 매수한 바로 옆집이 1달 뒤 3천만원 높게 매매되었습니다.), 개발사업들이 속속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저의 판단과 결정이 꽤나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되기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