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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을인 임차인, 보호받을 순 없는 것인가?

슬로서(徐)

안녕하세요 MDS 슬로서입니다. 이번 주제는 을지OB베어와 만선호프 사례를 통해 바라본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임차인이 보호받는 장치를 다뤄보겠습니다.


노가리골목 대장 을지OB베어와 만선호프

을지OB베어는 대한민국 최초 프렌차이즈 생맥주 가게로 1980년 12월 6일 개업하여 “노가리”를 국민 맥주 안주로 안착시킨 장본인입니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렌차이즈가 생기면서 1•2호점이 탄생했는데 1호점은 직영점으로 운영돼 곧 문을 닫았고, 2호점이 우리가 아는 을지OB베어가 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만선호프는 2014년 노가리골목에 첫 1호점을 오픈하며 을지OB베어와 경쟁을 시작한 업체입니다. 

을지OB베어는 2013년 건물주와 5년간의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2018년 계약만료 및 명도 시점까지 지점수를 1개만 유지하는 반면, 만선호프는 2022년 10개의 점포수로 확장하며 노가리골목을 점령하게됩니다. 

야장을 하며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맥주를 한잔씩 하고있는 모습 뒤로 을지OB베어 퇴출 반대 시위 현수막이 붙어있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한편으론 노가리골목이 아니라 만선호프골목이라 생각이들 정도로 만선호프 점포들로 가득찬 거리 모습이 노가리골목만의 색깔과 과거의 모습을 잃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옛 을지로 노가리골목 풍경,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p_radn/221377470207


왜 을지OB베어는 쫒겨나고, 만선호프는 점점 더 잘되는거야?

을지OB베어가 쫒겨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선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이란 상공업지역 등에 도시기능 회복이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도시정비사업 중 하나입니다. 청계천변 남측 수표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 하며, 노가리골목의 절반은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에 포함돼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따라 수표지구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을지OB베어를 포함한 임차인 들이 되려 내쫒기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이 와중에 을지OB베어 바로 옆에 위치한 만선호프는 공격적으로 점포 확장을 시도합니다. 2020년 3월에는 을지OB베어 임점 건물의 지분 일부(62%)를 인수하며 건물주의 지위에서 을지OB베어의 재계약을 막는 사태까지 이르게되죠. 이후 만선호프는 건물주의 지위로 경쟁업체인 을지OB베어를 2022년 04월 21일자로 퇴출시킵니다. 

을지OB베어 퇴출 이후 풍경, 출처: 땅집고, “을지OB베어 살려내라!”…42년 노포도 못 피한 임대 갈등, 2022.05


혹자는 만선호프의 이런 대처가 누군가에겐 만행이라 비춰지고, 누군가에겐 건물주의 당연한 대응이라고 합니다. 물론 용역업체를 대동하여 강제집행을 시킨 만선호프가 누군가에겐 잔인하고 무자비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명도소송을 통해 정당하게 계약이 종료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건물주의 정당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만선호프의 을지OB베어 강제집행, 을의 입장인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국가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국민의 경제생활 및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합니다. 여기서 임차인의 방패가 되어줄 상가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에서 정의하는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상입법 안에서 임차인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총 네 가지 key-word는 바로 1)대항력, 2)정일자, 3)계약갱신청구권, 4)권리금 보호입니다. 각각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대항력

대항력은 상가임차권에 대한 권리를 임대인은 물론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며, 효력 발생을위해선 임대차계약 등기가 원칙입니다. 대항력이 발생되면 최우선변제권으로 소액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2) 확정일자

확정일자는 임차보증금 전부에 대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장치로, 경매 또는 공매로 임차건물이 넘어갈 경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보호받는 장치입니다. 즉 최우선변제로 소액보증금을 보호받고, 확정일자를 받고나서 우선변제권을 획득하여로 보증금 전부를 보호 받는 것이 되겠네요.


3) 계약갱신청구권

대항력과 확정일자의 경우 만약의 사태(임차건물이 경매,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한 방법이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10년간 계약갱신요구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임대인의 계약종료의사와 무관하게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상임법은 2002년 11월 1일 이후에 체결된 신규 계약에만 적용되기에 을지OB베어는 상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4) 권리금 보호

“권리금을 왜 법으로 규정하여 보호해주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시장에 의해 형성된 “자리값”으로 정부에서 보장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는 정책임에 필자 역시 동의합니다. 그래서 상입법에선 권리금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닌,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기 위한 행위를 임대인이 방해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단, 그 기간은 계약종료 후 6개월까지로 규정합니다. 


총 네가지의 키워드로 임차인을 보호할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충분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턱없이 부족하다 느껴지시나요? 임차인의 사업권•생활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들진 않으실까요? 사전 대책이 중요한 것인데, 임차인이 퇴출 된 이후의 금전적인 보상을 보호해주는 방법 위주의 법이 제정된 상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게 됩니다.

 

맺음말

오늘은 을지OB베어와 만선호프의 사례로 도시환경정비사업 및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상입법을 다뤄보았습니다. 을지OB베어의 추억과 다양성이 감소한 노가리골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필자 역시 만선호프가 점령해버린 노가리골목은 과거의 영광을 잃은 듯 합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불가피하게 소상공인들이 내몰리게 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를 더욱 세심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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