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가게 되었다
나는 겁이 많았다.
낯선 환경을 무서워했고, 혼자서 뭘 해본 적도 거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하고 뜬금없는 용기는 그때였던 것 같다.
캐나다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날.
준비된 것도, 이유도, 돈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단단했다.
이 글은, 그 말도 안 되는 시작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교 1학년 2학기,
교양 과목으로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하고 암흑을 경험했던 내가,
무슨 이유에선지 대학교에 와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1학년 1학기까지 나는 친구가 거의 없는 상태였고,
때문에 2학기에도 대부분의 교양 수업을 혼자 들었다.
하지만 언어 수업의 특성상, 대화하거나 짝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교수님은 나를 옆자리에 앉은 남자 셋과 한 조로 묶어주셨다.
그들은 공대생 선배들이었고, 신입생이던 나에게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수업시간 외에도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일본어를 어려워 하는 나의 시험 공부도 도와주는 착한 오빠들이었다.
그 중 한 오빠는 나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준 이력이 있었다.
본인을 30살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에게 30살이 대학에 다닌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았고, 회사의 대학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뒤늦게 입학했다고 했다.
*오래된 기억이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그 오빠에게 점점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웠다.
그러다 한 번은,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날이 있었다.
사실 그날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설렜던 감정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건 어떻게 가는 거예요?”라고 물었던 나에게
그는 “음… 유학원 가서 상담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때?”라고 답했다.
당시 강남역 근처에 살던 나는, 거리마다 즐비한 유학원 간판이 떠올랐다.
그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유학원을 찾아갔다.
워킹홀리데이를 하기엔 한국에서 알바 경험도 없었고, 영어 실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신 어학연수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날 바로 견적서를 들고 집에 돌아가,
철없는 마음에 근거없는 당당함을 장착하고 부모님께 지원을 요구했다.
당연히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에 홀린듯이 행동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첫째,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가득했다.
학창 시절 유학 기회가 있었지만, 무서워서 거절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유학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둘째, 가진 돈은 0원.
생활력은 물론이고, 독립심이라고는 1도 없었다.
알바 경험은 전무했고, 대학에 와서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천진난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겁이 많았고,
가진 것도 없었고,
유학은커녕 집에서 떨어져 사는 상상조차 두려워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무섭지가 않았다.
나는 이미, 마음만은 떠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진짜로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