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와 I 사이, 치우치지 않기

당신의 MBTI는?

by 겨울나기 이코치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


취업 플랫폼에서 우대사항으로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을 기재한 기업이 등장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가 취업 스펙으로 등장하면서

MZ세대는 MBTI를 활용한 자아 탐구에 깊이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류의 기사가 대거 등장하기도 했고요.


저도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말로 참여자들의 MBTI를 묻곤 합니다. 성향에 맞게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MBTI에 대해 묻는 일이 상대의 이름을 묻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되었지요. MBTI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MBTI를 그릇된 관점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이지요. 가만히 있는 MBTI를 가지고도 차별적인 관점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집단주의적 문화를 형성해 왔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힘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똘똘 뭉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성과가 최고인 시대, 그러니 조직문화도 성과 중심입니다. 성과를 위해서는 외향적인 성향이 우세하다는 생각. 그 생각이 교육의 방향에도 영향을 끼치며 외향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구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청소년 수련회에서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는 자신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메이크업으로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될 것 같다고요. '아이에게 제 얼굴을 한번 맡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스탭이 찬물을 확 끼언는 소리를 하지 뭡니까.

"내가 분명히 이야기하는데 너는 내향형이라 안돼."

내향형은 안된다는 그 확신에 찬 편견의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여기서 하나 좀 정리하고 가야 될 게 있습니다.
외향형, 내향형 모두 그 성향대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외향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성향이든 균형적인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자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내향형의 아이들이 가진

성향을 이해받을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지도 못한 채 뒤로 밀려나

결국 자기 부인을 하는 꼴을 만들어 냅니다.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이라는 기준을

그저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누군가의

의견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런 관점은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태도를 만드는데 충분히 부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태도를 만듭니다.





정중한 노크


'겨울나기' 중인 고립·은둔 청년 10명 중 8명은

자신이 내향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제가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하는

청년들 중 80%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외향형을 인재의 한 형태로 바라보는 우리의 사회적 인식이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고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만약 내향형 참여자가 다수인 교육에서

우리가 익숙한 방식대로 교육을 진행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겨울을 보내는 내향형 청년들에게는 부디 활력이 넘치는 레크리에이션이나 팀 빌딩 활동은

멈추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알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아무리 우리의 의도가 선량할지라도,

그들 중에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 나온 것이

몇 달 만에, 혹은 몇 년 만에 처음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이의 눈을 마주 보는 일도 커다란 용기와 힘이 필요한 그들에게, 텐션이 높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활동은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꽁꽁 얼려버리고 깊은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들어가도 되는지 정중하게 노크해야 합니다.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다정함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기회를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소망을 다시 품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어떠한 부족함이나 실수 모두 괜찮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안전한 사람과 안전한 공간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도 그렇게 너를 존중한다는 노크처럼 다시 기획되어야 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정말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외향형, 내향형에 대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보다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잘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대신,

그저 자신이 잠시 본모습만으로 타인을 판단하곤 합니다. 좀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짧게 들은 이야기로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그런 태도로 사람을 대하며 내 생각이 맞다고 증명하려 듭니다. 그렇게 다정함을 잃어버린 무심한 태도가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의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판단과 착각, 무심함의 대상이 된 사람은 억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억울함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내 일이 아닐까요?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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