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선생님, 엄마 언제 와요?”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준이님 누나의 결혼식입니다.
그러나 준이님은 갈 수가 없습니다.
누나의 사돈 측에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준이님은 어린 시절부터 누나와 사이가 좋았고 어머니도 그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의 참여 여부는 가족들의 사랑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을 안고 태어난
준이님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장애학자 로드 미칼코(Rod Michalko)는 "장애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만들어진다."라고 했습니다.
준이님은 오지 않을 가족들을 하루 종일
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창 밖에 내리는 비는 준이님과 제 마음에도 종일토록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장애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에게까지 겨울을 가져다줍니다.
장애에 대해 당당하면 된다고
나만 당당하면 세상의 시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됩니다.
세상의 시선이 얼마나 차갑고 시린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준이님의 어머니는 아들을 참 사랑하셨습니다.
상담을 하는 날이면 “선생님, 제가 준이 보다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우리 아들 두고 눈을 못 감을 것 같아.”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지으셨습니다.
그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어머니의 슬픈 소원
10년이라는 세월을 사회복지현장에서 보내고
기업의 교육을 기획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 저는
쉴새 없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준이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소풍을 나갔다 태풍으로 인해 뿌리가 약해진 나무가 그 아래에 앉아 있던 준이님에게로 넘어지며 압사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댄스타임이 되면 프로그램 실에 미러볼이 돌아갑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가장 좋아했던 준이님은 언제나처럼 댄스타임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는 춤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준이님은 밝았고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로 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준이님을 이제는 다시는 제가 살고 있는 이 하늘 아래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믿기질 않았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고,
다들 퇴직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있었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우리 모두는 장례식장으로 함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눈물이 가득한 어머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제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아들을 먼저 보내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요 이렇게 우리 아들을 먼저 보낼 수 있어 감사해요.
준이가 내 곁을 떠난 것은 너무 가슴 아프지만,
나는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나는 언제든 하늘이 부르면 두 눈 편안하게 감고 준이 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당신의 슬픈 소원이 이루어졌지만
눈물이 마르지를 않으셨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장애를 만들고
우리의 시선이
누군가의 인생에 겨울을 몰아다 줍니다.
그러니 제발 차디찬 시선을 거두고
다정한 시선으로 겨울을 물들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