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홀로 두지 않는다는 의지

우리의 의미

by 겨울나기 이코치



사람인(人)이 완성되는 그림, 우리


우리나라,

우리 마을,

우리 집,

우리 가족


서양에서는 'My house', 'My mom'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유를 나타낼 때조차

'우리'를 쓰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들보다

"함께"의 중요성과 힘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 안에서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람인(人)이 완성되는 세상'을 그리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넘어진 아이보다 같잖은 1등이 중요해?


저희 집 막내가 1학년이 되었습니다.

학교는 등산하듯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당분간 등교 지도를 해야 했기에, 아이와 저는 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적잖이 놀라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앞서 가던 서너 명의 아이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습니다. 언덕 경사가 꽤나 가팔라 넘어질까 걱정이 되었죠. 아니나 다를까 한 아이가 그만 철퍼덕하고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함께 뛰던 아이들이 그 아이를 제쳐두고 "내가 1등이다!"를 외치며 달려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넘어진 아이는 아파서인지, 홀로 남겨진 것이 서러워서인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왕따의 이유?


둘째 아이 반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그 친구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사물함에 물건들을 정리하지 못해 정리를 도와주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친구가

"얘들아, 저 새 ○가 ○○이 물건 만지는 거 봤지?

이제 저 새○한테서도 ○○이 냄새나니까 상대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희 아이는 그 아이의 주도 아래 왕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크는 것이,

우리가 아닌 나만을 생각하며

자라나는 것이 아이들의 잘못일까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달라져도

'우리'로 살아갈 때

비로소 사람다움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살면서 분명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이,

누군가의 다정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혹한의 겨울을 나는 이들에게

빌런(villain)이 되지는 말기를.....


기러기의 겨울나기


차가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기러기들은 비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홀로 날지 않습니다. 무리를 지어 함께 이동합니다.

V자 대형을 만들어 함께 혹독한 여정을 이겨냅니다. 공기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선두에 있는 기러기들이 지치면, 뒤에 있는 기러기들이 번갈아 가며 힘든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기러기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함께합니다.


겨울을 나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바로 외로움입니다. 혹한의 겨울을 나 홀로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의 겨울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마주하는 다정함.

그것이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크레그(David Cregg) 박사님은 긍정심리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깊이 파고들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거듭 확인하게 된 건,

인간이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크레그 박사님은 동료들과의 연구에서

타인에게 친절한 행동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 증상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를 더 크게 향상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나와 너의 연결어입니다.
그 외로움에 당신을 혼자 두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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