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여도 괜찮다.

by 겨울나기 이코치

혼자가 어때서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즐거워하는 취미 중 하나는 혼자 서점에 가는 것입니다.


제 동생은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줄 모르던 시절, "도대체 언니는 궁상맞게 혼자 다니느냐"며 "혼자 가지 말고 제발 나를 부르라"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소중한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휴일 같은 날이 생기면 강남 교보문고에 종일 앉아 그간 보고 싶었던 이 책 저 책을 마음껏 넘나들었습니다. 그러다 꼭 사야겠다는 책이 생기면 생활비를 아껴 모아둔 쌈짓돈을 꺼내 구매하곤 했지요. 저녁이 되면 근처 밥집에 들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먹고, 광역버스를 타고 한참을 걸려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먼 길이었지만, 쌈짓돈으로 산 책을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제게 홀로 있는 시간의 기쁨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와의 데이트'

겁이 많은 저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렵지만, 일상에서 저와 홀로 데이트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라는 기분이 들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은 저로 하여금

관계의 중독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

때로는 쉼을,

때로는 돌봄을,

때로는 성찰을 전하며

정말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진심을 누리게 해 줍니다.




나로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고립 청년처럼 홀로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져 힘든 사람들도 있지만, 관계의 중독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관계 중독에 있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나의 결핍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다 무엇인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면 관계의 파도에 끊임없이 흔들리며 심리적인 공허와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버려질까 두려워 먼저 그 관계를 버리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어 원치 않는 모습으로 질질 끌려다니기도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쉽게 끝나지 않아 결국 나 자신과 삶의 중요한 영역들을 갉아먹게 만들고 소홀히 여긴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저는 관계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과 손절하거나 끊어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나로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소장님은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지 말고, 가끔은 격하게 외로운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면합니다. 물론 겨울을 나는 이들에게 다정한 한 사람이 필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고립 청년들을 만날 때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을 부정적으로만 여기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유익에 대해 이야기하면 갸우뚱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면, 나와의 일대일의 그 공간을 어떤 내용들로 채워갈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는 어떠한 실수에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너그러운 엄마가 됩니다. 그런데 마음이 지옥같이 힘들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게 되죠.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내가 왜 사랑하는 아이에게 소리부터 질렀을까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와, 다시 함께하게 되었을 때 더 큰 사랑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관계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면,

억지로 다시 만나려 애쓰지 말고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나를 위해 만든 혼자 있는 시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때,

나를 무겁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끌어오는 대신

내 마음과 눈 맞출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일기장을 꺼내어 지금의 마음과 생각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휴대전화보다는 지금 내 마음에 단비가 되어줄 책을 한 권 골라 펜 한 자루를 들고 읽어 보세요.

그러다 위로가 되는 문장에는 밑줄도 한번 그어보고요.

조용히 산책로를 걸으며 평소 좋아하던 음악도 한 곡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고, 하늘의 구름도 한 번 보고요.

산책로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의 푸릇한 향에도 취해보고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에 공감도 해보세요.

그렇게 거닐다 카페가 보이면 평소 즐겨 마시던 차도 한 잔 사서 은은한 향도 마셔 보세요.

제 친구는 아이들을 등교시켜 두고 혼자 그렇게 열심히 달린다고 해요.

이어폰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들리는데, 그 순간 그렇게 눈물이 난대요.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시원하게 울어도 보시고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오롯이 나를 위해,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함께 있는 시간도 따스하게 채워간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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