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취업 전략
각 대학은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학생들의 학업 지원은 물론, 진로 및 취업에 관해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장애학생들 중 학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교내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시고 용기를 내어 센터를 방문해 보시기를 적극적으로 권유합니다. 제가 이러한 제안을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이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2018년, 처음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학생들을 1:1로 만나 진로와 취업을 주제로 코칭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사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수년째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학교로는 인천대학교, 강남대학교, 나사렛대학교, 한경국립대학교, 전북대학교, 부산대학교 등이 있습니다. 교내 학생이 아니어도 전국적으로 학생들을 모집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참여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취업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와 정보를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니 한 번쯤 꼭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코칭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학교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3회에서 8회까지 진행하곤 합니다. 저만해도 한 해에 적게는 60회, 많게는 100회 이상의 학생들을 만나 코칭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로 어느덧 8년 차가 되어 갑니다. 제 성향과도 잘 맞는 구조여서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반갑고 보람된 소식을 종종 제게 전해 주기도 합니다.
코칭은 주로 1:1 비대면 구조로 진행되는데, 오롯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저뿐만 아니라 학생도 그 공간을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주제는 진로와 취업이지만, 학생들은 마음속에 고인 사연들을 먼저 꺼내 놓아야만 비로소 미래에 대한 준비와 이야기가 가능해졌습니다.
학생들은 종종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온전히 공감하며 들어줄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저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듣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깊이 들어오게 되고,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 학생 못지않게 저도 더욱 진지하게 임하게 됩니다.
4년 전부터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 중 70% 이상이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공기업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의무고용률은 3.8%인데, 현재 공공기관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4.05%로 기준보다 더 높은 비율로 채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들이 다수였으나, 오늘날에는 장애인 채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장애인의 직무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공공기관의 경영 패러다임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적용되며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장애인 고용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을 지원하는 학생들을 취업 코칭 시 추가적으로 ESG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그림표로 간략하게 먼저 확인하신 후 이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가 발전하여 오늘날 기업 경영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ESG의 시작은 1962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환경운동을 시작하며 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통해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이 공식화되었고 2000년대 이전까지는 종교계를 중심으로 도덕적 기업에 투자를 하는 사회책임투자(SRI)가 활성화되었습니다.
ESG라는 용어 자체는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같은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공식 등장했습니다. 당시 코피 아난 총장은 전 세계 50여 개 주요 금융기관의 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CS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부문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이 출범하며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에게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도록 장려하게 되었습니다.
ESG가 투자 관점에서 핵심 변화를 가져왔고,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우리나라는 파리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 채택으로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오늘날 ESG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필수 전략으로 국내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장애인 채용은 세 가지 요소 중 특히 사회(Social) 영역을 이행하는 핵심적인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장애인 고용은 법적 의무(의무고용률)를 넘어 지역사회 및 국가에 대한 선도적인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주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공기관의 평균 고용률이 의무 기준을 초과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고 사회적 약자의 채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특별 채용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제한경쟁 방식이 없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채용 절차에 편입되면서 차별을 경험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취업이 더욱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은 일반적인 공개경쟁 채용과 달리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지원 자격을 제한하여,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장애인 고용 채용 인원 상위 5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1위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총 1,300명을 채용했으나, 이는 2019년 설립 과정에서 모회사인 한국도로공사 소속 직원(장애인 포함)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되며 실적에 반영된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뒤를 이어 2위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523명으로, 대규모 인력 운영에 따라 꾸준히 높은 규모의 장애인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3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96명을 채용했으며, 대규모 인력과 지사를 기반으로 제한경쟁을 통한 채용 규모가 컸습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 시 필기시험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면접의 중요성이 커지는 측면은 있으나, 공공기관 지원을 희망하는 장애 청년들에게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더욱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합니다.
4위 한국전력공사(한전)는 140명으로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서 다양한 직군에서 장애인 채용을 진행했으며, 5위 근로복지공단은 129명을 채용하며 근로자 복지 및 보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특성상 장애인 고용 촉진에 대한 노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실제 저와 취업 코칭을 진행했던 학생들 중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인 곳이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인데요.
불합격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지원하여 합격한 여학생은 현재 서울 본부에서 근무하며 대리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학생은 입사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직 내 장애인 직원에 대한 분위기와 편의 제공 등이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어 무척 안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직장이 천국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근속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점차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저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