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락(樂)
오늘 저희 센터에 다음 역 사회적 협동조합의 임원으로 활동 중인 청년들이 소중한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저희 센터 소속으로 활동 중인 이 코치님이 다음 역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저희 기관의 활동을 궁금해하며 인터뷰를 요청하여 만남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센터로 돌아와 차를 나누며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청년이 불쑥 쇼핑백을 제게 건네더군요. 그 안에는 소담한 선물과 다음 역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발간하는 계간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계간지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리니, 이름이 '화락고동(和樂鼓動)'이라고 합니다. 화평하고 즐거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의미로, 평화를 소원하는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뜻을 담고자 했다고 합니다. 탈북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자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계간지의 이름 안에 청년들이 그려나가는 사업의 방향이 어떤 의미로 향하는지 알 수 있는 찰떡같은 네이밍이 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청년들이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자립을 준비하다 사기를 당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로 인해 마음을 다치고 좌절로 뒤덮여 가는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다음 역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힘든 겨울을 나는 탈북 청년들에게 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따뜻한 겨울나기들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계간지의 이름을 지은 청년이 들려준 이야기 중 심쿵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미완의 저서인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에서 '평화 안에는 락(樂)이 깃들어야 한다'라고 했다는 부분의 의미를 되새기며 계간지 이름을 만들게 되었다는 겁니다.
안중근 의사의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평화 안에는 락(樂)이 깃들어야 한다'는 이 문장이 봄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시등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전쟁과 평화, 이 두 단어는 많은 사람이 가장 대조적인 개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평화를 전쟁이 그친 상태로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충돌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에서 "평화 안에는 즐거움(樂)이 깃들어야 한다"라고 역설한 이유 역시, 그가 꿈꾼 평화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실질적인 협력과 공존을 통해 모두가 행복하고 번영하는 미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함께 누리는 즐거움 속에 깃든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겨울을 잘 정리하고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속의 전쟁을 종식하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화를 누리는 일은 혼자일 때보다 둘 이상일 때 더욱 수월해집니다. 성경 전도서에는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 삼겹줄은 한 가닥의 줄은 약하지만, 두 가닥을 꼬면 훨씬 강해지고, 세 가닥을 꼬아 만든 줄은 웬만해서는 끊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는 의미입니다.
2016년 1월 11일 첫 사업을 시작하고 2025년을 두 달 남겨 놓은 지금, 문득 혼자였다면 이 일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업을 운영하며 리더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고 여자이며 한 사람인 제게도 삶의 문제로 시린 겨울들이 찾아올 때가 많았으니까요.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도, 곁에 있는 실장님과 팀장님이 "우리는 잘될 수밖에 없다"는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연합의 힘 덕분에 마음의 소란스러운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경험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코치님들 덕분에 느리더라도 우리의 걸음으로 지금까지 걸어오며 겨울의 시기를 단축하고 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
홀로 있는 시간을 기꺼이 즐기며 내면을 채우고,
동시에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며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평가나 판단, 그리고 섣부른 답을 주려는 태도를 멈추기로 해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가만히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의 끄덕임만으로도, 우리가 머무는 이 자리를 잔잔한 즐거움이 깃든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